THE PEOPLE

모처럼 찾은 대장들녘의 가을 풍경이 쓸쓸하기만 합니다. 본래 쇠락의 계절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신도시 건설 공사가 계획대로라면 올해 연말부터 시작된다고 하니 이제 더는 대장 들녘의 황금물결을 마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해진 탓이겠지요.

가을이면 이따금 대장동 들길을 걸었습니다. 쌍수문, 꺼먹다리, 말무덤, 긴둥다리 등 보기만 해도 정겨운 이름들이 청둥오리를 머리에 인 솟대에 적혀있었지요. 솟대가 있는 곳은 신성한 공간이어서 아무리 개발의 광풍이 불어도 이곳만은 결코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래서 오래도록 금개구리와 맹꽁이와 재두루미의 향연을 즐길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건만, 다시 찾은 대장 들녘, 솟대는 사라지고 청둥오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솟대가 사라졌으니 대장들녘에 대대로 전해오던 전설, ‘말무덤 이야기도 이제 곧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의 바퀴에 짓눌려 사라지겠지요. 문득 오래된 사진 속 말무덤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대장들녘에서 바라본 계양산.
대장들녘에서 바라본 계양산.
대장들녘에서 바라본 북한산.
대장들녘에서 바라본 북한산.
말무덤
말무덤

 

100만 평 규모의 대장들녘에 주택 2만 호를 건설하고 첨단산업 기능을 갖춘 미래형 친환경 자족도시를 건설한다고 합니다. 비록 23만 평의 공원, 녹지, 공공녹지를 조성한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한 것일 뿐, 지금껏 대장들녘을 기반으로 살아온 생명들은 또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한 연구단체가 201912월부터 2020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장동지구에 출현한 야생조류는 쇠기러기, 참새, 멧비둘기, 큰기러기, 흰뺨검둥오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등 총 443,951개체에 이릅니다. 그중 법정보호종은 참매(천연기념물 제323-1, 멸종위기야생동식물),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8), 새호리기(멸종위기야생동식물), 큰기러기(멸종위기야생동식물),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 멸종위기야생동식물) 5종입니다.

2018년과 202068월에 실시한 양서류 분포 조사에서는 맹꽁이, 금개구리, 참개구리 313,507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이 많은 생명들은 다 어떻게 될까요?

콩나물신문 THE PEOPLE은 이제 곧 사라지게 될 대장들녘의 생명들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고 있는 인천녹색연합 김동숙 활동가를 만나봅니다.

 

대장들녘에서 만난 김동숙 활동가. 김동숙 활동가는 현재 인천녹색연합에서 초록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장들녘에서 만난 김동숙 활동가. 김동숙 활동가는 현재 인천녹색연합에서 초록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THE PEOPLE입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동숙 활동가님께 감사드리며 처음부터 너무 무거운 질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장동 들판은 수많은 새와 곤충, 양서류, 파충류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대장동 들판이 사라지면 이곳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명들은 모두 어떻게 될까요?

너무 가슴 아픈 질문이네요. 너무 당연한 질문이지만 이곳을 찾아갈 때마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고민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라지게 되었죠. 서식처를 잃은 많은 생명들은 더 좁아진 서식처를 두고 싸워야겠죠. 실제로 작년에 새를 관찰하며 좁아진 서식처로 곳곳의 도로변 녹지까지 퍼져있는 기러기들을 보았습니다. 녹지를 찾아 우리 집 옆 공원에도 찾아오거나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라 여겨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되겠죠. 이 서식지 전쟁에서 지면 사라지게 될 테니까요. 무엇보다 부천시의 절대적으로 부족한 녹지공간이 또 사라지는 것이죠. 지구촌 전체가 탄소중립을 위해 달려갈 길이 먼데 부천은 자꾸 뒷걸음이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대장들녘에서 만난 접동새 (사진 김동숙)
대장들녘에서 만난 접동새 (사진 김동숙)

 

3기 신도시가 건설될 인천 동양동 지구에 서식하는 양서파충류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신데, 작업의 의미와 동기가 궁금합니다.

대장동 양서파충류 이동은 작년에 실시되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때는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작업이 진행되는 장소는 대장동과 함께 개발이 확정된 굴포천 건너편 인천 동양동 지구입니다. 그곳에 사는 금개구리와 맹꽁이는 모두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급입니다. 농경지라는 서식지를 함께 사용하는 한국에만 사는 금개구리, 맹꽁이를 비롯한 참개구리, 청개구리, 장지뱀 등을 구출해서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일입니다. 개발로 점점 사라져가는 양서파충류의 서식처에서 왜 이 아이들을 구해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생태계에서 어느 한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종의 멸종이 아닙니다. ·하위의 포식, 피식 야생생물의 연쇄적인 멸종을 불러오고, 결국 인류에게도 그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개구리들의 주요 식량은 곤충(해충)이구요, 개구리는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중요 먹이지요. 먹이사슬이 무너져 곤충의 수가 증가한다면 재배식물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야생동물들도 곤충과 양서파충류를 대신해 다른 식량을 찾아야겠지요. 과거처럼 우리 인류와 식량 전쟁을 벌일지도 모르겠네요. 양서파충류는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초록동무에서 활동하며 양서류 관찰을 꾸준히 하는데 친구들에게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대장들녘에 서식하는 금개구리 (사진 김동숙)
대장들녘에 서식하는 금개구리 (사진 김동숙)

 

김동숙 활동가님의 블로그에서 생태계 변화로 멸종 위기에 처한 꼬리명주나비 사진을 봤습니다. 꼬리명주나비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환경, 자연의 관계를 말씀해 주세요.

지구 전체의 90% 이상이 인류와 인류가 사육하는 가축들의 세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류와 가축이 먹여 살리기 위해서 산림과 녹지가 무분별하게 개발되었죠.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는 원래 산비탈과 풀밭, 냇가에 사는 쥐방울덩굴이라는 식물을 먹고 삽니다. 엄마 꼬리명주나비는 그래서 쥐방울을 찾아가 알을 낳지요. 한때는 국접으로 지정하려고 할 만큼 그 수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먹이식물이 사라지니 꼬리명주나비도 자연스럽게 개체 수가 줄어들게 되었죠. 맹꽁이나 금개구리, 꼬리명주나비 등 지금 당장 보호하지 않으면 멸종될 동식물이 너무 많습니다. 서식지 감소와 훼손이 가장 큰 원인이고 그 외에도 기후변화가 원인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1229일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 급으로 구분하고, 267종류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생물 종이 하나 사라진다는 것은 여러 연쇄반응으로 이어집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예로 1950년대 말 등소평의 참새 소탕작전을 들 수 있죠. 참새가 사라지니 병충해로 작물이 흉년이 들고 흉년으로 굶어 죽은 인구가 4천만 명에 이른다고 하지요. 곤충이 없으면 식물이 살 수 없고 식물이 없으면 식물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일류를 포함한 모든 동물도 끝이 나겠죠.

 

꼬리명주나비 (사진 김동숙)
꼬리명주나비 (사진 김동숙)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신데, 어떤 이유에서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말씀해 주세요. 또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신다고 들었는데 늦깎이로 대학에 진학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진 작업을 하는 이유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알아야 대처가 가능하고 그 자료들을 공유함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멸종 위기 동. 식물을 관찰하는 일은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라 생각합니다.

산을 좋아해 산에 가다보니 그곳에 사는 나무와 꽃들의 이름이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그 이름을 알고 싶어 알아보던 중 숲해설가 과정을 알게 되었죠. 1년여 숲해설가 과정에서 공부하다 보니 더 궁금한 게 많아졌습니다. 조금씩 알게 된 식물도, 동물도, 곤충도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대장들녘에서 만난 비둘기조롱이 (사진 김동숙)
대장들녘에서 만난 비둘기조롱이 (사진 김동숙)
대장들녘에서 만난 백로 (사진 김동숙)
대장들녘에서 만난 백로 (사진 김동숙)
대장들녘에서 만난 흰색 이마의 쇠기러기 (사진 김동숙)
대장들녘에서 만난 흰색 이마의 쇠기러기 (사진 김동숙)

 

*김동숙 활동가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la2335

 

| 이종헌(편집위원장)

 

온유 이주희 글씨, 그림
온유 이주희 글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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