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9.30~10.3)에 전시된 고등학생의 카툰 작품 한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 수상작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 모양을 한 열차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폭주하는 장면과 이에 놀란 시민들이 달아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열차 기관석에는 맨 앞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자리하고 있고 그 뒤로 검은색 제복을 입은 법관들이 (다소 무서운 표정으로) 타고 있다.

작품을 접한 시민들의 평가는 대체로 작품을 그린 학생도 감각이 대단하지만, 작품을 뽑아준 심사위원들도 훌륭하다.”, “표현의 자유가 살아있는 것 같아 기쁘다.” 정도였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넘어갈 일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상한 경고 때문에 일파만파, 전 국민의 관심사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작품과 관련해 지난 4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라며 만화제 주최 측인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정부 예산 102억 원이 지원되고 있다"라며, 공모전의 심사 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중히 살펴보고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그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날 선 비판의 글을 올렸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이면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날 것 같은데 만화로 정치 세태를 풍자하는 것은 경고의 대상이 되고,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서슬 퍼렇던 시절에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에게 모의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한 일화는 무용담이 되어서는 같은 잣대라고 하기 어렵다. 후자는 40년 전에도 처벌 안 받았다고 알고 있다. 신문사마다 일간 만화를 내는 곳이 있고 90% 이상이 정치 풍자인 것은 그만큼 만화와 프로파간다, 정치는 가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 전 대표가 언급한 모의재판 일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 법학과 재학 당시에 19805월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학내 모의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아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일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와 공정을 외치고 있다. 지난달 20일 유엔총회에서도 윤 대통령은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21번이나 사용했다. 대통령이 말한 자유 속에는 분명 표현의 자유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경고는 대통령의 뜻에 반할 뿐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거스르는 조치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구나 정부 예산이 지원되기 때문에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 예산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 아니고 100% 국민이 낸 세금 아닌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이종헌(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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