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인간관계 심리학’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관계에 무슨 호감이 필요할까 싶겠지만 멋진 엄마, 멋진 자녀가 되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높아지게 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분명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서로의 관계가 핏줄이라는 이유 때문에 저절로 깊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옥스퍼드 임상심리학 교수 대니얼 프리먼이 주장한 호감의 법칙을 부모와 자녀관계에 적용해서 함께 나누어 볼까 합니다. 프리먼 교수는 호감의 법칙을 근접성, 외모, 유사성, 상호성으로 보았습니다.

 

1. 근접성

근접성은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합니다. 간혹 눈에서 가까운데 마음의 거리가 저만치 멀어질 수가 있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조차 멀어질지도 모릅니다. 가족이 함께 따뜻한 밥을 먹는 시간은 사소한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서로가 공동체라는 소속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되도록 식사 시간을 충분하게 가져 보세요. 하루에 한 끼는 오늘 하루가 어떠했는지를 나눠보며, 서로가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보는 겁니다. 사람이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을 나눠먹는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먹으며 대화한다면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됩니다.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해주는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씹는 행위는 턱을 많이 움직여주게 되는데 이것은 긴장을 풀게 해주지요. 먹을 땐 의도하지 않아도 턱의 긴장을 풀어주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준다고 합니다. 평소에 딱딱했던 분위기도 식사 한 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2. 외모

깨끗하고 단정한 외모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항상 같이 살고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데 무슨 외모를 꾸밀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집에서는 누구나 편한 옷차림과 눈치 볼 필요 없는 행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외출하는 것처럼 외모에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라도 지켜야 할 최소의 예의는 있어야 합니다. 사각팬티를 입고 딸 앞에서 편하게 지내는 아버지, 아침마다 부스스한 머리에 잠옷 차림으로 식사를 챙기는 어머니. 속옷 차림으로 부모님 앞에서 편하게 다니는 청소년 자녀. 식구들 간에 불편함 없이 지낸다고 하면 문제 될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사춘기를 지내고 있는 딸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면 홈웨어를 입는 에티켓을 보여주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딸은 없을 것입니다. 아침에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의 모습이 깔끔해 보인다면 더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도 있을 거구요. 부모님 앞이기에 옷차림에 조금 신경을 쓴다면 성장하고 있는 자녀의 모습에 기특해 할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끈끈한 관계 속에서 배려라는 양념을 조금만 뿌리면 더욱 소중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유사성

사람들은 대부분 지능, 사회계층, 성격, 인종, 외모 등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합니다. 부부 중에도 유독 닮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과 비슷하기에 서로 큰 호감을 느껴 결혼한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서로 닮았다는 것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것이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인식이 작동하기 때문에 끌린다고 합니다. 부모도 자식이 자신을 닮았다고 하면 대부분 좋아합니다. 물론 긍정적인 관계일 경우 확률이 높겠지요. 자녀는 독립하기 전까지 부모에게 소속되어 있습니다.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소유로 착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소속감과 친밀감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친숙함이 이 관계에서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자신을 닮은 자녀를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부모의 마음일 지도 모릅니다. 이 또한 긍정적인 본능입니다. 나를 닮은 자녀를 당당하게 자랑하고, 내가 닮은 부모를 존경하는 모습은 건강한 가족의 모습입니다.

 

4. 상호성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사람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사람보다 훨씬 온화하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심리학 실험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대부분 좋아한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받은 만큼 되돌려 주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상호성은 부모와 자녀 간에는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납니다. 자녀는 부모의 애정을 먹고 살거든요. 건강한 애정은 자녀에게 그 무엇보다 좋은 영양제가 됩니다. 이 영양제를 먹고 자란 자녀는 부모를 존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존경하는 마음은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이요, 배려의 마음입니다. 부모이기에 무조건 어른 대접받기를 원하지 말아야 하며, 자녀이기에 무조건 부모에게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녀에게 협조할 때는 순수하고 완전하게 무조건적인 방식으로 먼저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녀도 부모에게 그런 방법과 마음으로 협조할 자세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나 자식은 모두 베푼 호의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상대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가치가 부모에게나 자녀에게 자존감을 높여줄 것입니다.

 

| 김현주(심리상담학 학사, 독서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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