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순 작가의 신작 수필집 노란 밥꽃이 출간됐다. 2010년 첫 수필집 예지몽이 나온 지 12년만이다. 2005수필시대로 등단한 황정순 작가는 부천수필가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부천작가회의 회원이자 복사골시민기자, 흰모래 수필동아리 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노란 밥꽃은 전체 4, 48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구두 이야기처럼 다섯 켤레의 구두를 통해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글도 있고, 자전거, 기차역 따라 웅천역, 엄마의 집등 어린 시절, 고향, 어머니에 관한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작가가 30년 이상 살고있는 부천시 심곡동, 일명 깊은구지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22(), 부천시평생학습축제에서 만난 황정순 작가는 이번 수필집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동네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다들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고 하네요. 성주산 아래 한곳에서 30여 년 살면서 동네에서 일어난 작은 이야기들을 책에 담아봤어요. 보통 여성들의 수필집 하면 친정 이야기 고향 이야기를 많이 쓰는데 노란 밥꽃은 조금 다르다고 할까요.”

 

 

특별한 지식이 있거나 심오한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별나게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책이 술술 읽히는 이유는 뭘까? 때로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의뭉스런 작가의 말솜씨도 한몫하겠지만, 아마도 책 속 이야기의 배경이 대부분 내가 사는 동네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소미네슈퍼마켓, 가은병원, E 커피점, 신협이 모두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으니 말이다.

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은연중에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이 떠오른다. 30년 이상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 배경이 주는 느낌과 이미지는 어슷비슷하다. 과거 30년 전 원미동이 서울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의 욕망과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절망이 뒤엉킨 공간이었다면, 30년 후의 깊은구지도 별반 달라진 건 없다.

골목은 여전히 삼삼오오 모여 수다삼매경에 빠진 아낙들의 웃음소리와 왁자지껄 떠들며 뛰노는 아이들 목소리로 가득하고, 마을 곳곳에는 공동주택 군기반장 딱따구리 아줌마, 건축자재 자영업을 하다가 실패하고 깊은구지로 이사 온 밭농사 짓는 아저씨, 폐지 줍는 여자 분이’, 소미네슈퍼마켓 사장님과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여자의 실루엣이 어른거린다.

원미동을 걸으며라는 글에서 작가는 30년 전에 잠시 살았던 원미동을 찾아 옛 추억을 더듬는다. 작가는 1989년 결혼 후 약 3년간 원미동에 살았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소설가 양귀자가 살았던 무궁화연립은 그녀의 집에서 고작 20미터 거리에 있었다. 지금은 무궁화연립도, 세탁소도, 지물포도 사라지고 없다. 그리하여 소설 속 거리 역시 오직 책 속에만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작가는 서둘러 깊은구지 이야기를 글로 남기게 되었는지 모른다.

 

황정순 수필가
황정순 수필가

 

제목으로 쓴 노란 밥꽃은 세상에 없는 꽃이다. 그 꽃은 마을 통장 일을 맡고 있는 작가가 가난한 독거노인에게 건넨 한 끼 무료 식사권의 은유적 표현이자 가난하지만 서로 외면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깊은구지 사람들의 따스한 인정(人情)이기도 하다. 작가는 유난히 노란색을 좋아한다. 노란 개나리, 노란 수선화, 노란 자전거, 노란 해바라기, 노란 은행잎 등등.

노란색은 행복과 희망의 상징이다. 황정순 작가의 책 노란 밥꽃이 널리 퍼져 온 세상이 노랑으로 가득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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