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를 위한 독서지도 30

청명한 가을입니다. 산이나 들로 나가 걷기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은 날이지요. 산책길에 피어있는 조그만 풀꽃을 보다 보면 마음을 빼앗겨 한참 들여다보게 되는데요. 그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라고 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밖에는 더 좋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너무 예뻐서 발목을 잡을 때는 식물도감 작은 책자 하나를 들고 나가보세요. 나태주 시인이 시 풀꽃 2에서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 , 이것은 비밀이라고 한 것처럼 풀꽃과 아주 친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름도 예쁘고 신기한 우리말로 된 꽃 그림이 예쁘게 그려진 책을 같이 보려고 합니다. 바로 최숙희 작가의 너는 어떤 씨앗이니?입니다.

사실 이 책은 꿈이 없다는 아이들을 위해서 보려고 한 것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너도나도 마음속에 그리고 가슴 속에 품은 조그만 씨앗을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씨앗이 저도 모르게 자라서 선생님도 되고, 사장님도 되고, 공무원도 되고, 가수도 되고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려고 골라온 책입니다만, 그림과 색감이 너무 예뻐서 어른들의 마음 들여다보기 수업에도 잘 활용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보기 전에 아이들과 실컷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세요. “얘들아, 너희들도 씨앗이었대.” “우리가 왜 씨앗이에요?” “이것 봐. 이 책이 묻고 있잖아.” “에이 선생님, 그럼 우린 사람 씨앗이에요.” “그럴 수 있지만 누구나 씨앗을 품고 있어. 너희가 아직 어려서 자라지 않아 안 보이는 거거든.” “선생님, 그 씨앗이 어디에 있어요?” “ , 여기 마음속에, 그리고 깊숙한 곳에 있지.”

 

 

아이들은 책 표지를 보면서 어떻게 사람 머리에서 꽃이 피는지 그림이 이상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차근차근 사람 마음속에도 씨앗이 자라서 이렇게 여러 가지 꽃이 핀다는 것을 작가가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해주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정말 그럴까 궁금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겠지요. 그럼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주세요. 너희들은 수많은 꿈의 씨앗을 품고 있다고요. 아이들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아하, !”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렇게 꿈의 씨앗에 대하여 잘 자라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정성껏 가꾸라는 말과 함께 책을 보게 해주세요. 꽃들도 얼마나 정성을 쏟아야 꽃을 피우는지 함께 보자고 말입니다.

얘들아, 너희들 마음속에 심어놓은 꿈의 씨앗은 뭐니?”

아이들은 저마다 말합니다. “저는 댄서가 될 거예요.” “. 멋있겠네.” “저는 유튜버요.” “저는 의사요” “저는 외과 의사인데 피 보는 게 싫어서 고민이에요.” “저는 과학자가 돼서 암세포를 폭파하는 물질을 개발할 거예요.” “저는 게임을 좋아하니까 프로게이머가 될 거예요.” “그렇구나!”

아주 끊임없는 꿈 이야기와 자랑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정말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민들레 씨앗이 날아서 꽃이 피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알아보고, 접시꽃 씨앗들이 정말 접시를 빙 두른 것 같은 모양인지도 보아주세요. 꽃과 씨앗의 모양도 관찰하고 새로운 꽃의 씨앗도 알아보세요. 이번만큼은 식물도감을 실컷 활용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꿈의 씨앗을 심고 자라는 과정을 상상하게 한 후에 직접 그림으로 그려보게 해보세요. 경찰 꽃, 선생님 꽃, 의사 꽃, 태권도 사범 꽃들이, 해바라기 모양으로 또는 무궁화 모양으로 각양각색의 나무와 꽃으로 피어나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또 꽃 이름 빙고 판을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한 번씩 읽어보게 하세요. 꽃 이름이 나올 때마다 채송화며 과꽃 등을 직접 보여주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식물도감을 이용하면 됩니다. 아이들은 한동안 책을 놓지 않고 볼 겁니다. 가을이잖아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책 표지 그림도 색칠해가며 꾸며 보게 하고, 전래동화도 들려주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든 이름을 꽃으로 바꾸어 이야기를 패러디해 보세요. 전혀 새로운 감각의 재미있는 표지 그림도 나오고, 전래동화도 아닌 새로운 버전의 이야기가 상상을 초월하여 펼쳐질 겁니다. 콩쥐가 진달래가 되어 막 얻어맞고, 흥부가 모란꽃이 되어 배고프다고 밥 얻으러 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도 아이들과 읽으면서 전혀 새로운 웃음을 체험하게 될 것이고, 물론 아이들의 창의적인 글쓰기와 상상력의 표현은 덤으로 얻어질 테니 그 즐거움이 배가될 것입니다.

 

| 정령(시인, 부천시 아동복지교사, 독서지도강사)

 

정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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