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YMCA 『진단과 전망』

도시에 출몰하는 야생동물 어떻게 대처할까?

최근 서울 한강공원에 뱀이 출몰하여 반려견이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한 공원이라 생각하고 산책하고 운동하며 나들이했는데, ‘독사에 물릴 수 있는 상상을 하면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서울시는 뱀을 포획하여 다른 곳에 방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세종시 수목원에서 정원식물을 뜯어 먹는 고라니 12마리를 총으로 사살한 사건이 있었다. 많은 시민이 고라니의 죽음을 추모하고 세종시와 수목원의 조치를 질타하며,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을 촉구하고 있다. 고라니는 온순하고 귀여운데, 뱀은 무섭고 위험하기에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도시에서 야생동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자세는 마찬가지다.

 

도시에 뱀이 출몰하는 이유

뱀은 왜 한강공원에 나타났을까. 전문가들은 최근 기상이변에 따른 한강의 잦은 범람으로 먹잇감이 유실되면서 먹이를 찾으러 산책로까지 출몰했다고 한다. 뱀은 겨울잠을 자기 전 9~10월에 먹이활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 그간 한강의 자연성회복 정책으로 수변의 숲이 우거졌고 둔치에도 자연성이 높아져 설치류, 양서류 등 먹이가 풍부해졌다. 뱀이 빈번하게 목격된 건 뱀의 개체수가 증가한 결과이며, 생물다양성 관점에서는 한강 수변생태계에 포식자가 돌아온 것으로 재야생화(rewilding)가 진행되고 있어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서식지를 잃어가는 도시 속 야생동물

기후변화와 도시화 등으로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될수록 해충이 증가하고 생태계교란야생생물이 많아지고 서식지를 잃어버린 특정 동물이 도시로 유입되어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이 고조되곤 한다. 이와 반대로 훼손된 생태계가 복원되는 과정에서도 먹이사슬이 안정화되어 사라졌던 본래의 야생동물이 다시 생겨나면서 인공화된 환경에 익숙했던 사람과의 갈등이 발생하곤 한다. 시민과 반려견의 안전이 중요한 만큼 야생동물의 안전한 서식처를 보장하고 배려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곳은 원래 야생동물의 서식지였다.

 

고라니(사진출처 나무위키)
고라니(사진출처 나무위키)

 

도심에 살고있는 사람과 야생동물의 관계

뱀은 법적으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포획·채취하거나 고라니처럼 살생할 수 없다. 다만, 인체에 급박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포획할 수 있다고 한다. 연간 57백만 명이 이용하는 한강공원에 과연 뱀이 몇 마리나 살고 있을까. 사람의 피해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비교해 극소수로 살아가는 뱀의 처지와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 충돌과 갈등에 대한 해법은 여러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사람의 양보와 배려도 빼놓을 수 없다.

 

물리적 거리두기와 심리적 거리좁히기

뱀을 모조리 잡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발상을 성급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게 선례가 되어 앞으로 도시공원과 하천에 뱀이 나타나면 무조건 잡아서 옮기겠는가. 뱀은 사람을 먼저 공격하거나 쫓아가지 않는다. 야생동물에 대한 물리적인 거리두기와 심리적인 거리좁히기가 필요한 시대이다. 뱀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줄이고 야생동물의 삶을 배려해야 한다. 우선 관계 당국이 실태 조사를 하고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 무턱대고 인위적으로 개입을 하다가는 어렵게 복원한 자연 생태계가 다시 훼손될까 우려된다.

 

글 ㅣ최진우 박사(환경생태 연구활동가)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