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부천비상행동 2022년 두 번째 기행

지난 1, 기후위기 부천비상행동 회원들과 함께 당진 환경운동 현장에 다녀왔다. 김병빈 당진발전본부 민간환경감시센터장의 안내로 이루어진 이날 행사에서 일행은 당진발전본부 일대를 돌아보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증가, 수질오염과 토양 오염의 심화 등 발전시설이 지역 환경에 미친 악영향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민간환경감시센터의 역할에 대해 듣고, 돌아오는 길에는 부천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진(唐津)’이라는 지명은 당나라와의 교역항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예로부터 당진은 당나라의 문물이 들어오고 넓은 평야와 바다가 있어 살기 좋은 땅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 당진은 서산, 태안 등과 함께 내포(內浦)’로 소개되고 있으며, 내포는 충청도에서 가장 살만한 곳으로 땅이 기름지고 평평하고 부자가 많고 여러 대를 이어사는 사대부 집이 많다라고 했다.

 

김병빈 당진발전본부 민간환경감시센터장
김병빈 당진발전본부 민간환경감시센터장
참가자들이 김병빈 당진발전본부 민간환경감시센터장과 함께 당진발전본부 일대를 돌아보고 있다. 멀리 당진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참가자들이 김병빈 당진발전본부 민간환경감시센터장과 함께 당진발전본부 일대를 돌아보고 있다. 멀리 당진화력발전소가 보인다.
당진화력발전소
당진화력발전소

 

이런 당진에 국가의 성장과 개발, 수도권 전력의 안정적 보급이라는 이름으로 현대 제철과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섰다. 초창기에는 지역 에너지의 안정화, 마을지원금 등의 혜택에 주민들이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송전탑이 세워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석탄 가루는 바람에 날려 인근 식물과 농작물에 쌓였으며, 냉각수로 사용된 섭씨 7가량의 바닷물은 수온을 상승시켜 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또한 송전탑 인근 주민과 노동자들의 암 발생률이 상승하는 등 곳곳에서 발전소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김 센터장과 당진 주민들은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고 망가진 삶을 되돌리기 위해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1999년에 결성된 당진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민간 환경운동 단체다.

2009년 동서발전()이 제2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부지 선정에 나서자 당진 지역 12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당진시 송전선로 발전소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 저지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국내에서 가동되는 총 59기의 석탄발전소 중 29기가 충남 지역에 밀집해 있고, 당진에만 세계 최대 규모인 6,040메가와트(MW)의 석탄화력발전소 10기가 가동 중인 상황임에도 또다시 당진에 2기의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당진시 송전선로 발전소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군민 궐기대회, 부처 항의방문, 단식농성 등 8년 동안 줄기차게 펼친 투쟁은 결국 석탄화력발전소 건립 계획을 철회시키고 그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보였다. 정부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은 201712, 당초 석탄화력발전에서 9.8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과 24.5h 규모의 에너지저장시설(ESS)을 건설하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으로 변경됐다.

김 센터장은 국내에서 발전소 계획이 수립된 이후 주민들의 투쟁으로 철회된 것은 처음이며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20여 년의 저항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돈이 아니었고, 우리의 건강, 마을, 환경이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 센터장은 2018년부터 당진발전본부 민간환경감시센터를 설립해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의 운영에 대한 감시와 규제 신기술 도입 제안 국민의 건강과 생태 보존을 위한 연구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당진발전본부 일대를 돌아본 후, 참가자들이 함께모여 기후위기와 관련한 부천시의 현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진발전본부 일대를 돌아본 후, 참가자들이 함께모여 기후위기와 관련한 부천시의 현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기념 촬영
참가자 기념 촬영

 

당진발전본부 일대를 돌아본 일행은 돌아오는 길에 각자의 소감을 발표하고 기후위기와 관련한 부천시의 현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당진과 같이 발전소가 건설된 지역의 희생을 통해 얻은 것이라는 공감대 속에 개인 에너지 사용 줄이기 시민 교육과 홍보 미니멀라이프로의 삶의 방식 전환 지역 태양광발전 등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태양광발전과 관련해서는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부천시의 경우 그동안 무관심과 무성의로 일관해 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2014년에 부천시자원순환센터(부천시 오정구 벌말로 122) 관리동 옥상에 햇빛발전소 1호기를 설치한 후 부천 내에서 부지를 찾지 못해 다른 지역에 2, 3호기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으며 지난해 10월에야 겨우 소사본동 한신공영주차장 옥상에 두 번째 발전소를 설치했다.

이번 기행을 통해 착한 전기는 없다는 것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 에너지 소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 지역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 생활, 문화, 사회, 산업을 바꾸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부천은 지금 지속가능한발전협의회, 탄소중립위원회 설립, 부천시탄소중립조례 제정 등 다양한 행정적 차원에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지금,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 김 센터장의 말처럼 무언가 이미 설치되고 제정된 후에는 늦을 수 있다.

 

| 김성재(기후위기 부천비상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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