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약사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14

박영희 어르신 : 아이고 윤 약사님, 나 요즘 어지러워서 못 살겄어. 어떻게 좀 해줘봐유.

윤 약사 : 어머니,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하세요? 요즘 잘 못 드셨어요?

박영희 어르신 : 맞아, 나 잘 못 먹어. 입맛도 없고 그냥 오이지에다 밥에 물 말아서 반 그릇 먹고는 땡이여유.

윤 약사 : 고기는요? 고기는 아예 안 드시는 거예요?

박영희 어르신 : 고기 구워서 먹으려면 귀찮고 혼자 고기 먹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대충 물 말아서 먹고 끝내쥬.


저는 직업상 약국에 들어오시는 분들의 안색을 살피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중 아주 창백하고 또 노랗기까지 한 분들은 어김없이 빈혈약 처방전을 들고 방문하시는 겁니다. 한눈에 봐도 쇠약해 보이고 마른 체형입니다.

오늘은 앞서 비타민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건강을 유지하는 데 비타민만큼이나 중요한 철분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왜냐면 인체에 아주 중요한 영양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철분이 부족한지를 몰라 건강을 잃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철분은 몸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헤모글로빈의 구성 성분입니다. 즉 산소를 각 조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므로 인체 조직들이 산소를 공급받아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철분이 부족하면 산소공급원인 헤모글로빈의 생산이 되지 않고 곧바로 골수에서의 적혈구 생산이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피가 모자란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얼굴은 창백하고 모든 혈관에 혈액이 부족하여 신체 모든 곳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폐에서 철분이 부족하면 호흡곤란이 올 것이고 뇌에 철분이 부족하면 인지 기능도 떨어지게 되고 피로감도 심해지고 신체 운동 능력도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몸에 모든 기능이 쇠약해져서 탈모도 생겨나고 또 짜증이 많아지고 숙면하지 못한다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사진출처(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사진출처(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빈혈은 혈색소 수치나 적혈구 수 혹은 이 두 가지 모두가 정상치보다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주로 혈액 검사를 통해서 혈액 중 혈색소의 양을 측정함으로써 철 결핍성 빈혈인지를 판단합니다. 남자 성인의 경우 13g/dL, 여자 성인의 경우 12g/dL 미만이면 빈혈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진단을 받는다면 철분제도 복용하고 더불어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집중적으로 섭취하여 철분을 공급받아야 빈혈 증세가 회복됩니다.

철분의 공급원은 주로 철분이나 철분 생성을 돕는 엽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인데요. 한 번 체내로 흡수된 철분은 극히 일부만 배설되고 대부분 몸에 재사용됩니다. 그래서 적절하게 영양가 있는 음식만 잘 드셔도 철 결핍성 빈혈이 걸릴 일이 없습니다.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소고기 등 살코기, 순대, 선지해장국, 또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인 달걀을 하루 2~3개씩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해서 드시고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 콩이나 두부도 좋습니다. 또 조혈 비타민인 엽산이 많이 들어 있는 시래기, 갓김치, 시금치, 근대 등 녹황색 채소도 빈혈에 정말 좋습니다. 실제로 빈혈약을 처방받아 드시면서 이러한 음식들을 즐겨 드시라고 메모해 드렸더니 정말 빨리 빈혈로 인한 두통이 많이 좋아졌고 기력도 많이 회복했다면서 좋아하셨습니다.

그런데 빈혈약은 금기 음식이 있습니다. 녹차나 홍차 등 탄닌 성분이 많은 차 종류는 철분제의 흡수를 방해합니다. 우유도 마찬가지로 철분제의 흡수를 방해합니다. 하루 종일 현미를 볶아서 차로 만들어 드셨던 어떤 환자는 빈혈약을 3개월 드시고도 빈혈 수치가 그대로라서 다시 빈혈 치료를 시작하셔야 했습니다.

빈혈 관리는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가능합니다. 자신이 요즘 들어 무기력하고 음식 섭취도 제대로 못 하고 또 안색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면 꼭 혈액 검사를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하셔야 할 것은 제대로 잘 먹는데도 빈혈 수치가 낮다면 몸에 다른 이상이 생긴 것을 의미하니 빈혈 수치를 가볍게 여기지 마시고 꼭 병원에 가보시기 바랍니다.

, 이제 제대로 된 빈혈 관리로 건강한 얼굴색을 찾아볼까요?

 

| 윤선희(부부약국 대표 약사, 부천시 약사회 전 회장)

 

윤선희 약사
윤선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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