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를 위한 독서지도 31

못다 핀 꽃들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과 더불어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거리에는 찬바람만 씽씽 붑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안부를 묻는 따뜻한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다른 때보다 더 큰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오늘은 아이들의 잔뜩 움츠러든 마음을 활짝 펴주는 책,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을 함께 읽어볼까 합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얘들아, 전에 읽었던 책 먹는 여우라는 책 기억나니?”

기억난다며 막 떠드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아이는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합니다. 작가는 아이들이 잘 기억하지 못할 줄 알았는지 고맙게도 책 먹는 여우의 줄거리를 살짝 적어놓았습니다.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에서는 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책을 먹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제일 맛있는 책을 직접 쓰게 된 여우 아저씨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4년 만에 다시 찾아온 여우 아저씨는 정말 유명한 작가가 되어 여전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먹어 본 책 중에 자기가 쓴 책만큼 맛있는 책이 없었기 때문이죠. 여우 아저씨는 이야기 창고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 새 책의 이야기가 될 재료들을 소중하게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아이디어를 저장해놓고 하나씩 꺼내어 이야기를 쓸 작정이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그 이야기 창고가 텅 빈 것을 발견합니다. 도둑이 몽땅 훔쳐 간 것이지요. 하지만 경찰은 쓸데없는 쓰레기들 아니냐며 그냥 돌아갑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여우 아저씨가 산책하면서 들은 이야기를 적은 수첩 56개와 이곳저곳을 다니며 주워온 것들, 돌멩이, 부서진 낡은 우산, 조개껍데기 등이었으니까요. 결국 빛나리 씨와 여우 아저씨가 직접 범인을 찾으러 나서지요.

이쯤에서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경찰이 여우 아저씨를 돕게 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이들과 역할을 정하여, 경찰관과 여우 아저씨의 대화, 사서와 여우 아저씨의 대화, 범인과 여우 아저씨의 대화로 나누고, 질문지를 만들어 역할극 놀이를 해도 좋을 것입니다.

또 아이들에게 만약에 너희가 여우 아저씨라면 갈림길에서 어떻게 길을 찾을까?” “만약에 너희가 여우 아저씨라면 범인을 어떻게 할까?” 등등의 질문을 해주세요. 아이들은 기발하고 재치 있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서로 즐거워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나면 이번에는 여우 아저씨의 베스트셀러인 탐정소설 잭키마론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졌을지 써보게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저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열심히 글을 써 내려갈 것입니다.

책을 읽을 때 몇몇 단어를 초성만 알려주고 찾아보게 하면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합니다. 그러고는 그 단어를 넣어 문장 만들기를 하게 하면 여기저기서 기발한 문장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모두 다 멋진 문장이라고 칭찬하면 아이들 어깨가 저도 모르게 쑥쑥 올라가지요.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는 그리 큰 칭찬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른들은 옆에서 추임새를 넣듯이 옳지! 잘한다! 멋지구나!” 하면서 힘을 북돋아 주면 되는 일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들에게 다음 질문을 해주세요. 여우 아저씨가 잡은 이야기 도둑은 결국 누구였을까요? 여우 아저씨는 이야기 창고의 재료들을 모두 찾았을까요? 그리고 여우 아저씨의 시리즈물인 잭키마론의 다음 이야기의 제목은 무엇이었을까요?

경찰은 여우 아저씨를 돕지 않았지만 빛나리 씨와 사서는 여우 아저씨의 다음 소설을 위하여 여우 아저씨를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그로 인해 결국은 범인을 찾게 되고, 사정을 안 여우 아저씨는 범인을 용서하고 도와주기까지 합니다. 이 책은 용서와 배려란 이런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용서와 배려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겠지요. 책을 읽고 용서와 배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과 마음 깊이 교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령(시인, 부천시 아동복지교사, 독서지도강사)

정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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