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최순영 이사장

얼마 전 기후위기부천비상행동 회원들과 함께 당진 제철소와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제철소 인근 주차장에 내려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데, 비록 잠시지만 매캐한 냄새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서둘러 차에 오르며 평생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와 농민들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활한 갯벌과 비옥한 토지가 펼쳐져 있어 예로부터 살기 좋은 땅, 풍요의 고장으로 불렸던 당진이지만, 지금은 본의 아니게 제철소의 육중한 건물과 발전소의 우람한 굴뚝이 지역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말았다. 광활한 들판 곳곳에는 점령군처럼 송전탑이 우뚝 솟아있다.

 

당진석탄화력발전소
당진석탄화력발전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당진시에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었던 제2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철회되었다는 것이다. 무려 8년여에 걸친 당진 시민들의 피나는 투쟁 끝에 정부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은 201712, 당초 석탄화력발전에서 9.8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설과 24.5h 규모의 에너지 저장시설(ESS)을 건설하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으로 변경됐다.

당진 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일행들과 차 한잔 마시며 얘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화제는 자연히 탈석탄, 탈원전, 태양광발전 순으로 이어졌는데, 마침 일행 중에 부천시민햇빛발전소 최순영 이사장이 있어서, 기후 위기 시대 탄소중립을 위한 마중물로써 햇빛 발전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진 기행 후 콩나물신문 더 피플은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최순영 이사장을 다시 만나 부천의 햇빛 발전 현주소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봤다.

 

당진기행을 마친 후 가진 차담회
당진기행을 마친 후 가진 차담회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THE PEOPLE입니다. 콩나물신문은 인권, 환경, 생명, 여성, 복지 등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들을 개선하여 보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최순영 이사장님께 감사드리며 먼저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어떤 기업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최순영입니다. 우리 조합은 햇빛 발전소의 확대 보급을 통해 기후변화와 핵발전소 문제에 대응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자립형 도시 부천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3726, 설립되었습니다. 그 당시 서울시는 1,000만 시민이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원전 1기를 줄이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우리 부천 시민사회도 이런 에너지 전환 운동에 동참하고자 조합을 만들게 된 것이죠.

설립 이후 1년 만에 부천시자원순환센터 관리동 옥상에 40용량의 1호 햇빛발전소를 건설했고, 작년 12월에 수원에 있는 경기아트센터에 2호기, 올해 4, 의정부 호원테니스장에 3호기, 그리고 얼마 전 10, 소사동 한신공영주차장 옥상에 4호기를 설치해서 현재 시간당 340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부천시자원순환센터 관리동 옥상에 설치한 '부천시민햇빛발전소 1호기' 준공식 장면
부천시자원순환센터 관리동 옥상에 설치한 '부천시민햇빛발전소 1호기' 준공식 장면

 

부천에 햇빛발전소 1호기가 설치되고 나서 2~3호기는 수원과 의정부에 설치되고 4호기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천에 설치되었는데, 이렇게 부천에 햇빛발전소 설치가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요?

, 햇빛발전소 건설은 무엇보다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에서 적절한 부지를 제공해 주어야만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부지를 제공받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수원과 의정부에 발전소 2호기와 3호기를 건설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고요. 다행히 전임 시장 임기 말에 소사한신공영주차장 옥상에 부지를 마련해 줘서 무려 8년 만에 4호기를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4호기에서 생산하는 100의 전기는 주변 36가구가 사용하는데, 송전탑이 없어서 도시 미관이나 시민 건강에도 좋고, 또 지역의 에너지를 지역에서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측면에서도 너무나 좋은 일입니다.

햇빛 발전의 이런 장점을 알고 시에서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발전소를 지어 쾌적하고 안전한 에너지 자립형 도시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다행히 현임 시장께서는 햇빛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의정부 호원실내테니스장 옥상에 설치된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3호기
의정부 호원실내테니스장 옥상에 설치된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3호기

 

햇빛 발전이, 안전하지 않은 핵발전소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에 대응하여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세요.

햇빛 발전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공통으로 하시는 말씀은, 태양광 패널을 교체할 때 재활용률이 낮고 폐기 처리되다 보니 오히려 환경에 해롭다는 건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화력발전이나 원자력의 위험에는 미치지 못할 겁니다. 이는 일부 보수 언론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지어낸 말입니다. 화력 발전소나 송전탑 주변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의 특정 질병 유병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은 이미 수치로 증명되었고, 대기오염, 해양오염, 토양오염의 심각성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또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왜 일어난 것입니까?

그리고 문제로 지적하는 태양광 폐패널도 지금은 95% 이상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소사동 한신공영 주차장 옥상에 설치된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4호기
소사동 한신공영 주차장 옥상에 설치된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4호기

 

지난 60~70년대만 해도 한 집 한 등 끄기와 같은 에너지 절약 운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캠페인이나 홍보가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에너지 절약 운동이 더 시급해 보입니다.

맞습니다. 지금 우리는 에너지 과잉 소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여름에 덥다고 에어컨 펑펑, 겨울에 춥다고 난방기 펑펑 틀어대면서도 그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원자력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입니다. 지구 환경에 치명적이죠.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는 에너지 생산 방식도 달라져야 하지만 그에 앞서 에너지 소비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가면서 동시에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교육, 홍보 활동 또한 철저히 해야 합니다.

에너지 절약이란 어찌 보면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지구 환경이고, 그것이 우리 후손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4호기 준공식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4호기 준공식

 

오랫동안 정치인으로서 노동자와 약자들의 삶을 대변하는 삶을 살아오셨는데, 지금은 다시 환경운동가로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계십니다. 특별히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 고향이 강원도인데 어렸을 적만 해도 이맘때쯤이면 집집마다 마당이며 장독대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예전만큼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날씨도 포근해서 도무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분간이 안 갑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설이 쏟아지고 한파가 들이닥치니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여름에도 마찬가집니다. 예년에 비해 가뭄, 폭염, 폭우, 폭풍의 빈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모두 기후위기를 알리는 위험 신호들이에요.

상황이 이런데도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 방출한다면 지구 생태계 전체는 회복 불능의 대멸종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입니다.

지구가 망가지면 모든 게 끝이에요. 그러니 지구가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한 일이죠.

우리 조합은 지난 4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부천 여러 곳에 햇빛발전소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부천시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시민의 참여도 중요합니다. 콩나물신문 독자 여러분도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음보다 나부터 먼저라는 생각으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햇빛발전소 건설사업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천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출자할 수 있고, 출자는 10만 원부터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순영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최순영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온유 이주희 글씨/그림
온유 이주희 글씨/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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