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정말 의사가 집으로 와줄 수 있나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아파도 의사를 제대로 만나기 쉽지 않다. 겨우 힘들게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분이다. 그 시간 동안 의사와 나의 아픔에 대해서 대화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의사가 집으로 찾아온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할 일이다. 왕진 가방을 들고 의사가 집으로 가는 것은 고전 영화에서 보거나 대한민국 1% 정도가 누리는 혜택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2022121일부터 거동이 불편하여 병원에 갈 수 없는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시범사업을 시작한다. 2018년부터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2019년부터 방문진료 시범사업으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을 방문 진료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올해는 집에서 요양 중이면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을 위한 의료 제도가 시작됐다. 아파도 거동이 불편하여 병원에 갈 수 없는 노인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왕진이 대한민국 1%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라 아픈 사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 의료 체계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이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전국에 공모사업을 냈고, 지자체와 지역의 의료기관이 협력·지원하여 20여 곳이 선정됐다. 부천시도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천시민의원과 협력하여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부천시와 부천시민의원은 2019년부터 통합돌봄에 참여하여 지금까지 300여 명의 어르신을 방문진료하고 건강돌봄을 해왔다. 지난 7월부터는 재택의료센터를 모형으로 하여 시범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부천시민의원 재택의료센터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부천시민의원 재택의료센터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이번 보건복지부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사업 선정에서 특별히 주목할 점은 전국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10곳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해 일차의료기관과 지역주민 건강, 돌봄사업을 하는 비영리 사회적협동조합이다. 국가가 제도로 시행하기 이전부터 지역에서 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가고 돌보는 일을 앞장서서 했던 조직이다.

우리 부천을 비롯하여 안산, 안성, 시흥, 인천, 서울 은평구와 관악구, 대전, 원주, 전주 총 10개 지역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건강을 돌보게 된다. 그 밖에도 방문진료를 앞장서서 시행했던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소속 의원 3곳이 선정됐다. 지역사회의 의료 공공성을 위해 묵묵히 일해왔던 일차의료기관들이 대거 참여하게 됐다는 것에 이번 사업에 큰 의미가 있다.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방문의료의 모형을 선도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기존의 방문진료와 차이가 있다. 기존의 방문진료는 환자가 아플 때 방문을 신청하면 의사가 찾아가는 것이었다면, 재택의료센터는 요양 중인 환자를 등록하고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루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돌보게 된다. 의사가 월 1, 간호사가 월 2회 정기 방문하고 사회복지사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여 사례 관리하고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하여 의료와 요양을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방문의료 시범사업으로 어르신들을 만난 경험으로 보면 오랫동안 병원에 가지 못하고 대리처방으로 유지해 오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본인의 질병에 맞는 처방을 제대로 받을 리가 없다. 결국 질병이 악화되어 집에서는 관리할 수 없어 요양기관으로 입소해 버리는 사례가 많다. 그런 분들의 건강이 더 악화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재택의료센터 팀이 방문한다. 재가센터나 부천시 통합돌봄팀, 보호자가 우리 부천시민의원에 환자 방문을 요청하면 의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작업치료사가 함께 집을 방문하여 어르신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돌보게 된다.

사회복지사는 주변 자원과 현황을 조사하고 방문 계획을 짠다. 의사는 진단하고 처방하며 상처 치료와 같은 의료적 처치를 하고,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환자를 방문하여 간호한다. 작업치료사는 신체 기능 능력을 살펴보고 집안 내 환경과 보조도구 등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재활 교육 계획을 수립하여 매주 방문한다. 치과위생사도 어르신 별로 3회 방문하여 구강 위생 교육과 저작훈련을 통해 이가 없는 사람은 혀를 이용해서라도 무언가를 씹어 먹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7월부터 3개월 동안의 재택의료센터 모형 특화 사업 수행만으로 호전된 환자들이 많다. 욕창이 치료되지 않아 고생하던 분에게 의사가 방문하여 직접 상처를 관찰하고 상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그뿐 아니라 가족에게 욕창 관리 교육을 하고 간호사가 주기적으로 보살피면서 만성적인 욕창 치료에 성공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에 몇 년째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어르신은 의사가 직접 진단하여 적절한 약 처방을 하고 작업치료사가 보조도구를 추천하여 보행 훈련을 하면서 이제 걸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구강 위생과 저작(咀嚼)훈련만으로도 음식물을 씹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해진 어르신도 있다.

오랫동안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통증에 시달리는 많은 환자들. 의료인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건강 안부를 묻고 치료하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이분들에게 주는 효과가 매우 크다. 정기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돌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심신의 안정을 취하게 되고 자신의 건강을 위한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것이다. 2025년이면 한국인의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고, 현재 노인의 10%가 장기요양 제도 속으로 들어와 있다. 다시 그 10% 70%가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 정말 많은 노인들이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현재의 요양 제도에 의료 접근권까지 더해지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제도에서 아쉬운 점은 재활 관련 제도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부천도 올해 말까지만 시범적으로 작업치료사, 치과위생사와 협업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자신의 자립도를 조금이라도 높여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해서는 재활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집에서 의료혜택을 보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좋은 제도로 자리 잡아 나갈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 이선주((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이선주 전무이사
이선주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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