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인간관계 심리학’

우울증은 대물림 될까요? 그것을 막을 방법은 있을까요?

아기와 양육자와의 소통은 중요합니다. 언어소통뿐만 아니라 감정이 기반 된 행위언어의 소통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웃는 얼굴로 아기를 대하는 것과 화가 난 얼굴이나 짜증이 난 얼굴로 아기의 얼굴을 대하는 것은 확연한 차이를 불러옵니다. 양육자의 표정과 분위기에서 아기는 감정을 배우고 느낍니다. 혹 양육자가 우울증이 있다면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가정적 환경이 주요인이 되어 10여 년 동안 우울증이 있었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성향이 많았고 우울하며 열등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결혼하고 첫 아이를 출산했는데 산후 우울증이 심해졌고, 정신병원에 도움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어둡고 신경질적인 엄마를 견뎌내야만 했죠. 중학생이 된 딸은 대인관계 기피증이 생기고, 초등학생 아들은 약간의 틱장애를 나타냈습니다. 여인은 개인 상담을 받게 되었고, 신앙생활도 하면서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생활은 자신의 정체성을 일깨워주었고 개인 상담으로 무의식 속에 가려져 무기력하던 정신과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아이칸 의대 교수팀은 유전적으로 조울증 위험이 있는 잠재적 환자들의 질환 발현을 막는 자연적인 뇌 변화를 발견했다고 학술지 중개 정신 의학 (Translational Psychiartry)’에 발표했습니다. 조울증 부모와 살았지만, 조울증이 실제 발현되지 않은 형제·자매에게 복측 시각피질 사이에서 다른 뇌신경과도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성(가소성)’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 사실로 유전적인 장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두변연계의 기능에 뇌가 자연적으로 변화하면서 조울증을 극복해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우울증이 없는 양육자가 주 양육자가 될 때 자녀의 세포와 자녀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설이 점차적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스스로 자각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마음만 있다면 대물림은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우울증이 심각해졌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곤 합니다. 우울증은 본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의 환경이 우리를 그렇게 내몰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환경적 요인에 잡혀서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연약한 존재도 아닙니다. 결혼은 선택입니다. 꼭 자녀를 키워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와 동떨어져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변화할 수 있고,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 또한 그렇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자라난다면 따뜻하고 여유로운 감정을 풍요롭게 느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독립적인 어른의 모습을 갖춰갈 수 있습니다. 생각이 건강해지면 몸도 덩달아 건강해지고 가정과 사회의 질도 높아질 것입니다.

 

| 김현주(심리상담학 학사, 독서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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