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1,000만원의 국내 최고 수준 문학상 수상으로 부천 작가 저력 입증
역대 수상자는 공광규, 윤후명, 김훈 등 내로라하는 국내 유명 문인

독특한 신화적 상상력과 탁월한 언어 조탁 능력으로 한국현대시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유미애 시인이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30년 이상 부천시 고강동에 거주하며 활발한 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미애 시인은 2004, 오쇠리 나팔꽃, 고강동의 태양5편의 시로 시인세계신인상을 수상하며 중앙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서울문화재단 젊은 시인을 위한 지원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지원금수혜 등을 통해 한국 시단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아온 유미애 시인은 지난 2010, 첫 시집 손톱을 출간했고, 2019, 두 번째 시집 분홍 당나귀로 제6회 풀꽃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공광규, 윤후명, 김훈 등 내로라하는 국내 유명 문인을 역대 수상자로 둔 고양행주문학상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녹색도시 고양시와 고양행주문학상 운영위원회가 한국문학의 계승·발전과 기성작가의 창작 열정을 응원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시, 소설 두 개 분야의 수상자에게 각각 천만 원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그동안 고양행주문학상은 등단 10년 이상 된 작가의 시집(시부문)과 작품(소설부문)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해 왔으나 이번 11회부터는 등단 연한과 관계없이 대한민국 모든 등단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전국공모전으로 전환하였으며 유미애 시인은 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한편 소설 부문에서는 소설, 희곡, 드라마, 시나리오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이중세 씨가 단편소설 먼 데에서의 귀환으로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콩나물신문은 지난 16() 19시부터 고양시 문예회관에서 진행된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유미애 시인을 만나 수상소감을 들어보고 그녀의 삶과 시 세계에 관한 깜짝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유미애 시인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유미애 시인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입니다. 부천을 대표하는 중견시인 유미애 시인의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풀잎처럼 흔들리는 저를 우주의 기운이 도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운이 좋았던 것이지요. 역대 수상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어깨가 무거운데요. 글쓰기는 저의 자연스러운 존재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생물과 반생물 모두에게 빚을 질 수밖에 없는데, 제게는 그들의 눈물을 훔쳐서 빚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머니 안에서 크는 물고기와 책갈피 속의 나뭇잎이 저와 함께 늙어가고 있습니다. 불온한 나와 한통속이 되어주어 고맙고, 마음 깊은 곳에는 갚으며 살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고양행주문학상> 수상을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연필과 종이를 허락하신 신께 꽃을 바치는 마음으로 저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상식 장면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상식 장면

 

이번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에는 전국에서 115명의 기성 시인들이 응모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그중 유미애 시인의 눈사람 신부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어떤 시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눈물이 날 것 같네요. 눈사람 신부라는 텍스트가 저 자신을, 사회적 상처를, 지구의 미래를 투영시키려던 작품이다 보니 생각들이 겹쳐집니다. 제가 겨울에 태어난 사람이어서인지 만년설, 북극, 황량함 등의 단어에 필요 이상의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에 낀 유리창, 털장갑과 난로, 바람과 오로라 등이 언제까지 낭만적일 수 있을까요? 우리의 별은 앓고 있고, 이웃나라 저지대는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는데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제가 찾아낸 것이 눈사람입니다. ‘눈사람 신부는 순결한 지구의 상징으로, 우리가 살면서 겪는 사회적인 상처를 환기시키고 지구에 대한 자각과 사랑을 표현하는 제 나름의 방식이라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피로 몸을 덥히더라도 늑대는 우리와 함께 가야하고, 끝까지 꽃씨를 지켜내는 일이 우리가 살길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구(눈사람 신부) 역시 시인으로 비유된 인류를 사랑하기에 복제된 꿈으로 몸을 바꾸어 가며 인간과의 새로운 접속을 시도한다는 설정인데요.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인간 입장에서는 참 다행한 일이 되겠지요.

 

 

혹시 이 인터뷰를 보고 나도 시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유미애 시인께서 본격적인 시 쓰기를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저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웃음) 조금 심하다 싶게 어떤 일을 하다 보면 금방 에너지가 고갈됩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밤을 새우고 코피를 쏟을수록 그것에 대한 갈망은 증폭되지요. ‘의 경우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열망을 제대로 불태우지 못하고 그을음만 남기고 있던 어느 순간, 아파트 벽보에 붙은 광고(문화원 글쓰기 교실)를 통해 시를 하려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30여 년 전,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길을 꿈꾸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유미애 시인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유미애 시인

 

전업 작가로만 생활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려운 게 우리나라 현실인데 혹시 시 쓰는 일 외에 다른 직업을 갖고 계신가요?

전업으로서의 시 쓰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게 사실입니다. 저의 경우는 사업하는 남편을 도왔습니다. 거래처를 돌며 물건을 확인하고 샘플을 픽업하고요. 사업이 어려워진 후부터는 프랜차이즈 학습지와 독서논술 강사를 했습니다. 성인 대상 글쓰기와 인문학 강사 등 요청이 들어오면 따로 공부하고 준비해서 필드로 나갔는데요. 평형감각이 망가진 후,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 환경 변화 이후에는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시 쓰는 사람의 직업이 시 쓰는 일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유미애 시인. 오른쪽은 소설부문 당선자 이중세 작가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유미애 시인. 오른쪽은 소설부문 당선자 이중세 작가

 

유미애 시인의 시는 어렵다(난해하다)’라는 평가도 있는데 독자들이 유미애 시인의 시 세계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키워드 몇 가지만 알려주세요.

장 꼭또시인은 꿈꾸지 않는다. 계산할 뿐이다라고 했는데요. 시도 하나의 형식입니다. 시인은 그 한 편의 틀에 자신의 사상이나 세계관 등을 쏟아붓는 것이고요. 저의 경우 비유와 상상력의 강도가 조금 센 편입니다. 비교하는 대상과 비교되는 대상 간의 거리가 멀다는 뜻인데요. 그렇게 되면 낯설고 새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는 있지만 쉽게 읽히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 시에 한정시킨다면 비린내’, ‘눈물’, ‘’, ‘바람’, ‘짐승’. ‘노래등을 짚어볼 수 있고요. 일반적인 시의 해독을 위한 것이라면,

첫째, ‘보이는 대로읽어라 입니다. 한 문장, 단어 하나라도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다면 그 시 읽기는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노랑으로 쓴 것을 누군가 빨강으로 해독했다? 그것은 축복입니다. 시인은 다채로운 코드로 읽히기를 바라며 시의 문을 열어두는 것이니까요.

둘째, ‘여러 번읽을 것을 권합니다. 시를 읽는다는 건 타인의 세계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며칠, 몇 년이 걸렸을 수도 있을 시인의 경험(체험)을 공유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두 번 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시 들여다볼 때마다 다른 소리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셋째, ‘밑그림을 떠올려 보라는 것입니다. 눈사람 신부의 경우, 눈으로 만든 사람이 소망할 만한 것과 신체 조건, 녹아내리는 드레스, 그리고 대칭에 있는 대상(지구)의 상태 등을 살펴보다 보면 퍼즐이 풀려가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실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 가며 쾌감과 재미를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왼쪽부터 부천문인협회 정무현 회장, 김성배 시인, 유미애 시인, 홍명근 시인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왼쪽부터 부천문인협회 정무현 회장, 김성배 시인, 유미애 시인, 홍명근 시인

 

고강동과 유미애 시인의 시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숫자 개념을 떠나 제게 고강동은 각별한 곳입니다. 아이 둘이 성인으로 자라난 곳이며, ‘를 접한 새로운 영혼의 출발점이며, 제 시의 시그니쳐가 되어준 고강동의 태양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비행기 소음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삶을 이루고 있는 한 부분이려니 합니다. 수주도서관이 생긴 자리의 선사유적지와 가끔 찾아가 트럼펫 소리를 듣는 수주 선생님의 묘소, 비행기 소음마저도 저의 정체성과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하는 상징적인 요소로, ‘고양이시리즈와 손톱등을 탄생시키며 제 시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시상식을 마친 후 참가자 기념 촬영.
제11회 고양행주문학상시상식을 마친 후 참가자 기념 촬영.

 

지금껏 두 권의 시집을 출판하셨는데 세 번째 시집은 언제 만나볼 수 있나요?

첫 시집(손톱)과 두 번째 시집(분홍 당나귀)과의 간극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로 다음 시집 출간이 2024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유미애의 시집은 색깔이 뚜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전의 두 종과는 또 다른 세계를 펼쳐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인데요. 계획대로 될지는 모르지만 한 번 애 써 보겠습니다.

새로운 시집을 준비하며 다시 첫 마음, 아찔한 첫사랑의 순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모아둔 씨앗들이 뿌리내릴 곳을 찾아보고 주머니 속의 비린내를 바다로 돌려보낼 방법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자신의 시를 온몸에 두른 채 낯선 바다에서 발견된 옥봉 이씨를 떠올리며 나는 그만큼 했는가? 그만큼 절실한가?를 묻게 되는 밤입니다. 에밀리 디킨슨도 생각나고요.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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