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아의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 - 두 번째 이야기

출근한 지 1시간이 지난 10시 즈음 팀장님의 호출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근무지 변경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것도 오늘 당장! 놀라서 ?” 이런 표정으로 팀장님의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새로 문을 열 도서관에서 10개월간 근무할 사람으로 채용되었습니다. 이제 한 달 하고 보름 정도 일하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에 꽂힐 책들에 도서관 도장을 찍고 등록번호, 보안을 위한 RFID 칩을 부착하는 업무가 익숙해진 상태였습니다. 사람들이 도서관에 올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강의를 기획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한 달 반 동안 전혀 생각지 못한 근무지 변경이라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바꾸라고 하지?’, ‘내가 일을 잘 못 했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윗선에서 사서자격증 소지자를 배치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고위 공무원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생기는 도서관이라서 자격증 소지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채용공고에 사서자격증 유무는 우대사항이었습니다. 진즉에 사서자격증을 필수로 해서 뽑으시지, 뽑고 나서 옮기라니, 기분이 퍽 상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하루 전에 근무지가 바뀐다는 얘기를 해줄 수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일하게 될 도서관의 직원과 근무지를 맞바꾸게 되었습니다. 맞바꿀 사람은 오늘이 아니라 그전에 근무 변경 얘기를 들었는지 이미 제 앞에 와있었습니다.

제가 하던 일을 설명해주고 자료들을 넘겼습니다. 부랴부랴 인수인계를 마치니 벌써 정오가 되었습니다. 그 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자신이 일하던 도서관에서 제가 어서 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자신이 그 자리를 비우고 와서 그 도서관에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어서 새 근무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새 새 근무지에 적응할 마음이 생긴 저 자신을 보며 약간 의아했습니다. 2시간 전에는 근무지 변경을 갑자기 왜?’라며 툴툴거렸는데 말입니다.

점심을 먹고 이를 닦은 후 바로 제 짐을 챙겨 새 근무지로 향했습니다. 그동안 근무했던 사무실은 사서와 시설직 공무원들이 일하는 곳인데 점심시간이라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을 나오면서 마주치는 몇몇 사서 공무원들과, 함께 일했던 자료실 직원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지 않은 사서 공무원들도 이미 제 근무지가 변경되는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갈 때마다 나만 몰랐어, .’ 쫓겨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찜찜함과 함께 새 근무지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오랜만에 창 밖으로 지나가는 나무를 보니 한편으로는 계약기간이 종료된 것도 아니고, ‘나를 기다리는 도서관도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림 - 백승아
그림 - 백승아

 

새로 근무할 도서관에 도착하였습니다. 곧장 사무실로 들어가 공무원들에게 인사하고 함께 일하게 될 다른 직원들을 소개받았습니다.

그중에 제 고등학교 동아리 선배가 있었습니다. 놀라웠고, ‘세상 참 좁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8년 전에 본 후로 처음이라 나를 기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는 저를 안다고 하면서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었습니다. 새 근무지라 약간 긴장이 되었지만, 저를 아는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조금은 풀렸습니다.

저와 자리를 맞바꾼 직원의 일을 제가 고스란히 맡게 되었습니다. 아동자료실에서 근무하고, 점심시간에는 제 고등학교 선배와 둘이서 같이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도서관 자료실은 운영시간에 적어도 1명이 근무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직원과 같은 시간에 점심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점이 좀 아쉬울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었습니다. 같은 동아리를 했던 선배와 밥을 먹다니, 신이 났습니다. 고등학생일 때도 같이 밥 먹은 적이 없는데, 밥 먹으며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 출근이 기대되었습니다.

다만 근무지가 바뀐다는 건 아무리 늦어도 전날에는 정해졌을 텐데 말을 안해준 것이 실망스러웠습니다. 근로계약서상에 사용자가 근무지를 변경시킬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당일에 바로 가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제가 비정규직이었기에 그렇게 해도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비정규직이건 정규직이건 차별하지 말고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하루에 두 번 출근하게 하지 마시고요.

 

| 백승아(아티스트)

 

백승아 작가
백승아 작가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