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역 노숙인의 친구, 故 주효정님 추모문화제

 

주효정 선생님과 인연의 시작은 이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

밥은 서로 나눠 먹고,

여럿이 갈라먹는 것이라는

김지하 시인의 밥은 하늘입니다시를 유난히 좋아했던 내가

거리의 노숙자들과 함께 만들어 먹는 이라니...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먹으면 좋을까를 고민하면서 첫 만남에서 함께 만들어 갈라먹은 음식은 버섯밥이었다.

 

☞ 노숙인들과 버섯밥 해 먹던 날 (오른쪽 모자 쓴 이가 故 주효정 님)
☞ 노숙인들과 버섯밥 해 먹던 날 (오른쪽 모자 쓴 이가 故 주효정 님)

 

오랜 노숙으로 음식을 스스로 만들어 먹는 게 쉽지 않은 분들이라 가장 쉽고, 간편하게,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영양은 풍부한 레시피를 고민하며 결정한 음식이었다.

함께 버섯을 썰고 손으로 뜯으며 버섯밥이 익어가는 동안 시를 읊었다.

그리고 각자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밥, 음식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엄마, 아버지, 고향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맛있게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눴더랬다.

그렇게 다섯 번의 요리교실이 진행되는 동안 김치수제비를 끓여 보고, 현미밥 명상도 해 보며, 각자의 레시피대로 김밥을 말았다. 해물덮밥을 하던 날에는 전직 중화요리 주방장을 지냈던 한 노숙인의 요리사 시절 이야기로 감탄사를 남발했던 기억도 있다.

 

☞ 故 주효정님 추모제 길놀이(부천역 마루광장)
☞ 故 주효정님 추모제 길놀이(부천역 마루광장)

 

주효정님은 부천역 광장에서 노점을 하며 노숙인들을 도왔다.

자신이 만든 탕수육과 반찬을 나누는 것은 물론, 아픈 노숙인을 목욕탕에 데려가 씻겨 병원까지 데려가고, 주민번호와 주소지가 없어 긴급지원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할 수 없는 노숙인들이 자활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일처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자비를 들여 고시원을 구해주기도 했다는데 자신도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어떻게 그런 희생과 도움을 줄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 노점에 차려진 故 주효정님 빈소
☞ 노점에 차려진 故 주효정님 빈소
☞ 청개구리 무료급식소에서 진행된 추모제에서 노숙인들이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 청개구리 무료급식소에서 진행된 추모제에서 노숙인들이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추모제를 함께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삶이란 나 아닌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이라던 안도현 시인의 시가 주효정님의 선한 영정사진과 함께 떠오른다. 씩씩하고 열정적이며 무엇보다 따뜻했던 분! 이제 그를 다시 볼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지 삶으로 보여준 노숙인의 엄마 주효정은 모두의 마음속에 영원할 것이다. 당신을 추모합니다. 거리의 천사, 고이 잠드소서!

 

주효정

· 19651128일생 향년 57

· 고향 : 서울

· 거주지 : 심곡동
· 20년 전부터 부천역에서 노점 <탕수육 가게> 운영

· 지역의 어려운 분들이 오시면 탕수육을 나눔

· 교회에서 탈북민을 지원하는 새터민 지원사업 진행

· 19년 전 부천역 노숙인 사망사건을 기점으로 노숙인 돕기 시작

· 거리에서 만나는 노숙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병원을 데려가 줌

· 아침이면 점포에 나와 부천역 마루광장을 한 바퀴 돌며 노숙인들을 살핌

· 노숙인들에게 고시원, 원룸을 얻어주며 LH 주택을 연결해 줌

· 청개구리와 다같이 도시프로젝트를 통해 동요대회, 성탄파티 거리에서함께 함

· 20221227일 오전 향년 57세로 우리 곁을 떠남

 

원건형(콩나물신문협동조합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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