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돌 마을카페 공유정원 마을정원사 고정임

역곡북부역 사거리에서 온수역 방향으로 상상시장을 끼고 5분쯤 걷다 보면 세창아파트 뒤쪽, 한적한 주택가에 모퉁이돌 마을카페가 있다. 특이한 이름의 이 카페는 집 짓는 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시편 118, 22)라는 성경 구절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휴일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대문이 활짝 열려있다. 작은 정원이 있어 사계절 아름다운 꽃과 나무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이 아담한 2층 양옥집은 재단법인 성심수녀회가 모퉁이 쉼터를 운영하면서 가정 밖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든 일자리형 카페인 동시에 지역 청소년들과 마을공동체들이 함께 어울려 더불어 살아가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공유적 공간이다.

1층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주문해 2층으로 올라가면 사방 벽에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서재가 나온다. 인권, 환경, 생명 등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공유서재다. 너른 탁자에 앉아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다가 잠시 남쪽 창문으로 눈을 돌리면 그야말로 한 폭의 멋진 풍경화가 눈에 들어온다.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면서도 전혀 인위적이지 않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른바 모퉁이돌 마을카페 최고의 명소, 공유정원이다.

카페 이용객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 공유정원은 카페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콩나물신문 더 피플은 자원봉사 단체인 마을정원사 모임 고정임 대표를 만나 공유정원 봉사의 의미와 보람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모퉁이돌 마을카페 외부 전경
모퉁이돌 마을카페 외부 전경

 

고정임 대표님 안녕하세요. 지난해 말, 모퉁이돌 마을카페 공유서재 오픈 행사 때 뵙고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네요. 그때 어린 손주가 권태응 선생의 시 감자꽃을 멋지게 낭송하던 기억이 납니다. 현재 30여 명의 봉사자와 함께 매주 수요일 모퉁이돌 마을카페 공유정원을 돌보는 일을 하고 계시는데, 어떤 계기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봉사단은 경기두레생협 소속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기두레생협은 조합 차원에서 지역사회와의 연대 정신을 구현하고자 수년 전부터 모퉁이 쉼터와 인연을 맺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20215, 모퉁이돌 마을카페 오픈과 함께 공유정원 봉사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정원에 모였지요.

초반엔 아름다운 식물에 흠뻑 마음을 뺏기다가, 익숙해질수록 쉼터 청소년들의 자활을 돕는 카페의 정원이란 점에 보람을 많이 느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들 말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십 년 넘게 친환경 활동 모임을 운영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며 모임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중 이곳에서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바로 지원했어요.

 

모퉁이돌 마을카페 공유정원 마을정원사들과 함께
모퉁이돌 마을카페 공유정원 마을정원사들과 함께
모퉁이돌 마을카페 공유정원을 가구는 마을정원사들
모퉁이돌 마을카페 공유정원을 가구는 마을정원사들

 

봉사단원들을 어떤 분들인가요? 덧붙여 모퉁이 쉼터에서의 구체적인 봉사활동 내용도 말씀해 주세요.

우리 봉사단은 연령층이 대부분 40대 중반에서 70대까지이며 직업은 매우 다양합니다. 봉사단 중에 원예 강사분들이 있어 단원들이 마을정원사로서 역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구체적인 봉사 내용은 물주고, 잡초 솎고, 죽은 잎 제거하고, 씨를 받아 심거나 구근을 심고, 모종을 옮기기도 하고, 세력이 많이 확장되면 옮겨심기도 하고, 열매 식물의 열매를 따고, 전정하고, 친환경 비료를 만들거나 영양제를 만드는 등 셀 수 없어요.

1년 차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바로바로 할 일을 해나가기도 바빴는데, 2년 차부터는 연중 계획을 세워 새롭게 식물 종류도 정하고 정원 전체를 미리 디자인하며 일하고 있어요. 올해는 햇수로 3년 차라서 좀 더 친환경적인 농법을 동원해 정원을 돌보려 합니다. 텃밭을 일구는 작업과 열매를 딸 때는 마치 농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 땀 흘린 뒤에 맛보는 기쁨이죠.

 

모퉁이돌 카페 공유정원을 가꾸는 마을정원사들
모퉁이돌 카페 공유정원을 가꾸는 마을정원사들
카페 2층 공유서재에서 내려다본 정원가꾸기 작업 장면
카페 2층 공유서재에서 내려다본 정원가꾸기 작업 장면

 

어떤 보람이 있나요? ,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지, 모퉁이 쉼터 외 다른 곳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소한 보람은 제 손길이 닿은 식물이 예쁘게 꽃을 피울 때, 새와 나비 벌 등이 수없이 많이 날아드는 걸 볼 때, 열릴까 싶은데 주렁주렁 열매가 열린 걸 볼 때지만 가장 큰 보람은 저희가 이 기후위기 시대에 식물을 가꾸며 이 지역에 맑은 공기를 공급하는 산소 생산자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웃음) 그리고 이들 식물로부터 자연의 이치를 배우는 것도 큰 보람입니다. 게다가 저희가 땀 흘려 돌본 티가 식물들 모습에서 드러나고, 정원을 둘러보는 분들이 정성껏 가꾼 느낌이 든다고 하는 말씀을 해주실 때도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저희가 이 일을 하며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진다는 점도 의외의 소득이구요. 봉사를 자주 오면 올수록 더 열심히 오고 싶어지는 봉사의 마법에 빠져요. 그래서인지 회원 중 여러분이 부천시에서 두세 곳을 더 봉사하러 다니기도 합니다.

 

모퉁이돌 마을카페 공유정원의 방울토마토
모퉁이돌 마을카페 공유정원의 방울토마토
모퉁이돌 마을 카페 공유정원의 꽃
모퉁이돌 마을 카페 공유정원의 꽃
모퉁이돌 마을 카페 공유정원의 꽃
모퉁이돌 마을 카페 공유정원의 꽃
모퉁이돌 마을 카페 공유정원의 꽃
모퉁이돌 마을 카페 공유정원의 꽃

 

특별히 환경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시고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활동가님의 생각과 지금껏 어떤 활동을 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1991년에 분가하며 잠시 산다는 생각으로 부천에 왔어요. 그런데 몇 년 지나 부천에 문화적인 것들이 부족하다고 여겨 이사를 하려 할 때 자녀들이 이곳 자연환경이 너무 좋다고 그래요. 집 앞은 도시고 집 뒤는 산이라 아름답다는 거예요. 그때 문득 깨닫게 된 게 나는 자식들의 고향에 살고 있구나!’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내가 사는 곳에 대해 알아보고, 탐방하는 활동을 했는데 제 자녀만 데리고 다니지 않고 아이들 친구도 함께 다니다 보니 제 주변엔 항상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반이 달라지면 아이들이 더는 모이지 못해 뜻깊은 활동이 지속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학년이 달라도 형제자매와 엄마·아빠 다 같이 모이는 모임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다행히 제 생각에 부응하고 여러 가족이 동참해주어서 10여 년 전에 어린이 지구마을이라는 친환경 가족 모임을 탄생시켰어요.

 

‘어린이 지구마을’ 가족들과 함께 (사진 왼쪽 첫 번째가 고정임 활동가)
‘어린이 지구마을’ 가족들과 함께 (사진 왼쪽 첫 번째가 고정임 활동가)

 

활동가님께서 이끌었던 어린이 지구마을은 코로나19 이전까지 8년 동안이나 유지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희는 처음엔 모임 이름 없이 엄마들끼리 먼저 모여 권장도서를 선정하고 각 가정에서 가족 공동 독서를 하고, 대화의 주제로 삼고, 책에서 배운 바를 실천했어요. 모두가 자녀를 책 잘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기에 이 방법이 매력적이었지요. 자녀들 나이 터울이 있어도 그 나이의 감수성과 지적 발달에 맞게 개념을 이해시키고 나 자신과 지구를 사랑하는 활동이라고만 했어요. 놀랍게도 어린 자녀일수록 잘 따랐어요. 1회를 모이는 게 아쉽다고 아이들이 매주 모이자고 졸랐으니까요. 그래서 월 2회를 모였죠. 모인 김에 바른 식생활을 익히게 하자고 친환경 바른 먹거리를 주제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 음식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각 가정에서 지낸 이야기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환경을 주제로 시작했는데 자연스레 바른 먹거리로 이어지고, 또 인권과 정의의 분야로, 공정무역과 아동노동 반대, 동물복지와도 연결되는 등 점점 영역이 확장되는 독서활동이 되었고,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아우르니 지구시민교육이 되었어요.

 

어린이 지구마을 한여름 밤의 북콘서트 장면
어린이 지구마을 한여름 밤의 북콘서트 장면

 

, 우리 부천에 어린이 지구마을과 같은 친환경 가족 모임이 있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바람을 말씀해 주세요.

저희는 마을에서 함께 10년 키우기를 모토로 헤어지지 말자고 했죠. 유치원생이 중1이 될 때까지 다니고, 2~3년이 되면 친구를 데려와 공연을 펼치며 봉사자로 거듭나니 저희 모임은 우정이 돈독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연계가 함께 10년 가까이 의지하고 돕는 사이로, 내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줬습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엔 반 학기 동안에 배우고 실천한 것을 바탕으로 한 북콘서트 축제를 열었어요. 저희의 콘서트가 콩나물 신문에 소개된 적도 있고, 라이브 방송으로 소개된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모두 저희의 생활에 스며들었다는 것, 오랜 세월 동안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새겨졌다는 것이 저는 큰 성과라고 여겨요. 21세기가 20년이 더 지나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이 더 간절해지는 때에 저희와 같은 활동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이주희 글씨/그림
이주희 글씨/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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