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천시가 후원하는 문학상에는 수주문학상, 부천신인문학상, 펄벅기념문학상, 디아스포라 국제문학상이 있다. 이 중에서 유독 수주문학상만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보인다. 부천 문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다가 관이나 다름없는, 생활문화를 중시하는 부천문화재단에서 주관하게 되니 그럴까? 2022년 수주문학상 공모전은 23회를 맞이하여 당선자를 배출하고 수주도서관과 수주문학관 개관을 기념으로 그곳에서 뜻깊은 시상식을 치렀다.

그러나 이 상은 부천시가 후원하여 시행하고 있음에도 부천 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참여도 없이 암묵적인 무관심 아래 치러지는 실정이다. 주관부처인 부천문화재단과 부천 문인들의 관계가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부천문화재단은 부천 문인을 무시하는 듯하고 부천 문인은 그러한 부천문화재단을 외면한다. 그러다 보니 부천의 문인들은 올해는 누가 어떤 작품으로 당선되고, 시상식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른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고 혹 알면서도 외면하며 거기에 신경 쓰는 것조차 손사래 친다. 그러면서 뒷말만 무성하다.

 

수주 변영로(1898~1961)
수주 변영로(1898~1961)

 

왜 이렇게 되었을까.

부천 출신의 수주 변영로를 기리기 위한 수주문학상의 외연은 규모나 전통의 면에서 유수한 전국공모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3회를 이어오면서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부천 문인들의 잔치가 되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18회부터 부천문화재단으로 주관부처가 넘어가기 전 이 상을 주관했던 운영위원회는 변화와 체질 개선을 거부하고 위원장과 운영위원의 장기체제로 인한 구태, 독단, 답습만 이어오다 끝내는 운영위원 간 갈등으로 반납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으니. 오늘의 수주문학상에 대한 부천 문인들의 무관심과 외면은 당시 부천 문인을 대표한다는 운영위원들의 무책임한 결정이 일조한 측면도 분명하다.

여기에 부천문화재단은 운영위원회 일곱 명의 위원을 공정성이라는 명분을 얻으려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니 부천 문인의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외부 문인으로 구성하고 거기에 부천 문인 두 명을 끼워 넣는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다. 선정 기준은 무엇이며 그들이 부천 문인들을 대표하고 문인들의 바람을 대변하는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문학상을 운영하는 데에 말 많고 탈 많은지 빤히 알면서도 전혀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외부 문인의 면면을 보면 사실 문단 생활을 30년 이상 해온 필자마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문인이 태반이니까. 설령 부천의 문인을 대표한다는 예전의 운영위원들이 상을 반납하여 부천문화재단에서 주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일차적 책임이 있다 할지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일 년에 몇 번 만나지도 않은 회의에 이러한 분들이 얼마나 이 상의 정체성과 그날의 회의주제에 대하여 고민을 할 것이며, 부천 문단에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임하게 될지를.

 

수주문학관 내부(사진출처 부천시청)
수주문학관 내부(사진출처 부천시청)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이건 필자의 의견일 뿐이다.

먼저 운영위원을 부천의 문인들만으로 구성하라. 위원장은 위원들 간 호선으로 선출하면 된다. 이것이 부천 문인들의 가장 큰 불만이리라. 외부 위원들보다 전국적인 지명도도 있고 문학 성취도도 높은 문인이 부천에도 있음을 왜 모르는가. 무엇보다 그들이 부천 문단의 실정과 바람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리하여 위원장을 새로 개관한 수주문학관의 명예 관장으로 위촉하고 운영위원회가 문학상과 문학제를 함께 기획하여 주관하면 되리라 본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으리라. 덧붙여 수주문학학교 운영, 자료 보완 등 수주문학관 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사업까지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선결 과제는 부천 문인 스스로가 운영위원으로 누가 적합한가, 사심을 접고 총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예전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문인은 내 탓이오라는 뜻으로 참여할 뜻을 아예 접어야 한다. 부천 문인 스스로 총의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주관부처의 발목잡기나 계속되는 뒷말은 추할 뿐이다.

발행을 중단한 무크지 <수주문학>은 반드시 복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부천시에서 후원하여 발행하는 <부천문학>과 같은 지역문학지도 있지 않은가. 전국 대부분의 지역공모전도 그 지역에서 발행하는 문학지를 이용하여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거늘, 왜 그럴 생각을 못 하는가 말이다. 현재 시 전문지 월간 <현대시>에 당선 작품을 게재하는 것과 단발성에 그치는 홍보로는 수주문학상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당선자와 당선 작품을 집중 조명하고, 역대 당선자와 부천 문인의 최근 작품, 수주에 대한 새로운 논문이나 평가, 시대정신에 맞는 수주의 작품은 재수록하여 전국에 배포해야 한다.

아무쪼록 시상식은 부천 문인 모두가 참여하는 잔치가 돼야 한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시상식, 주객이 전도된 시상식, 부천 문인들로부터 외면받는 시상식이어선 안 된다.

 

박희주(소설가, 부천문인협회전회장)

 

박희주 소설가
박희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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