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약사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17

 

며느님 : 약사님, 저희 어머니가 방금 진통제를 먹고 토하시고 어지럽다고 누워 계셔요.

윤 약사 : 진통제를 드신 지가 얼마나 되셨나요?

며느님 : 3년 동안은 계속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저녁으로 드셨어요.

윤 약사 : 어머나, 3년 동안 계속요? 아마도 진통제를 오래 드셔서 위장에 탈이 나신 거 같아요.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약 중의 하나가 바로 진통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진통제는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멀리해야 할지도 모르는 두 가지 모습을 하고 있지요.

먼저 사람에게 진통제는 왜 꼭 필요할까요? 살아가다 보면 열이 나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관절이 고장이 나기도 하고 치통이 오기도 하는 등 통증에 시달릴 일이 여러 번 찾아옵니다. 이랬을 때 가장 먼저 복용해야 하는 약은 진통제입니다. 왜냐면 몸에 진통 증세가 생겼기 때문에 그 고통을 없애 주어야 몸이 정상적인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환자분들은 진통제가 처방되었다고 하면 먼저 경계부터 합니다. 병명이 있으면 그에 따른 치료제가 있을 것이 아니냐며 꼭 진통제를 급하게 써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결론을 내자면 몸에 진통 증세가 나타났을 때 정상적인 상태로 빨리 돌려놓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관절이나 척추관 협착증에도 왜 이렇게 진통제만 주느냐, 치료제가 없는 것이냐고 하는데 통증이 나타나는 병에는 통증을 없애는 것이 바로 가장 빠른 치료입니다. 그래서 진짜 진통제가 필요할 때는 어서 빨리 진통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치료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우리의 고통을 한시라도 빨리 덜어주는 착한 진통제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너무 지나치게 의존하고 습관적으로 복용하다 보면 신장에 무리가 가고 간도 나빠질 수 있으며 위의 어르신처럼 위장에 탈이 나기도 하며 또 심장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나고 뼈도 약해지고 연골도 약해져서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 진통제와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통제 복용 약도 드시고 진통제가 들어 있는 파스도 붙이시고 심할 때는 마약성 진통제나 피부에 붙이는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프다고 하시면서 더 독한 진통제가 없는지 저에게 물으실 때는 정말 안타깝기만 합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몇 년 전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도 몇 번의 골절상을 입으신 후에 진통제를 2가지 나중에는 3가지까지 드시고 겨우 통증을 달래시다가 결국 신장이 나빠져서 신장 투석까지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정말 정상적인 생활이 불편할 정도라면 몰라도 되도록 진통상태를 보면서 약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진통제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고 진통이 없는데도 약을 드신다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현재 복용하고 있는 진통제가 효과가 없다면 꼭 주치의와 상의하셔서 다른 진통 약제로 변화를 주셔야 합니다. 다양한 성분의 진통제와 다양한 형태의 진통제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습관적으로 진통제 성분이 들어가 있는 종합감기약이나 두통약 등을 장복하면서 크게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분들을 만나는데 정말 잘못된 습관입니다. 종합감기 물약을 30병씩 자주 사 가시는 분에게 왜 이렇게 자주 사 가시는지를 물었는데 그 약을 감기에 먹는 것이 아니라 감기약 물약을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하루가 거뜬하고 피곤함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감기약에 들어 있는 진통제 성분과 카페인에 중독된 걸로 보여서 되도록 줄이시라고 따뜻한 차나 피로회복제를 드시라고 했는데 복용 횟수가 많이 줄어들긴 했습니다. 또 두통약을 장복하시는 경우, 음식물 섭취 간격이 너무 길어 저혈당으로 인한 두통은 아닌지, 또 우울감으로 인한 두통은 아닌지, 또 지나친 카페인 섭취로 인한 카페인 두통은 아닌지 한번 살펴보고 생활의 전반적인 개선을 통해 두통약을 멀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약국에서 일반 의약품으로 진통제를 구매하실 때 이미 조제약으로 관절, 신경통 등으로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약사에게 미리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조제된 약을 확인하지 않고 구매해서 중복으로 복용하시면 문제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진통제는 몸에 있는 진통을 한 번에 사라지게 해서 행복감을 주기도 하지만 지나친 의존과 잘못된 복용으로 몸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꼭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진통제를 의사, 약사와 상의해서 건강을 지키시기를 바랍니다.

 

| 윤선희(부부약국 대표 약사, 부천시 약사회 전 회장)

 

윤선희 약사
윤선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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