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장학재단에 시 예산이 부당하게 지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회의 중에 발언한 내용 때문에 다른 시의원이 저를 고소한 것 기억나시죠?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났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이번 주에 설날이 있네요.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난 연말의 정례회 마지막 날에 2015년도 부천시예산안에 대해 수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예산안은 통상 예결특위의 조정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관례입니다. 개별 예산마다 얽혀있는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수정안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원정수 1/3 이상이 서명해야 발의할 수 있다는 까다로운 조건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도 예결특위 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수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예결특위 수정안에 묵과하기 어려운 예산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근로자장학재단에 출연하기 위해 편성된 예산 1억 원이었습니다. 이 예산의 편성은 지방재정법과 예산편성지침에 위배됩니다.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이런 점을 확인하고 전원 합의하여 삭감한 예산입니다. 그런데 예결특위가 이 예산을 살려냈습니다. 예결특위에서도 이 예산의 부당함을 주장했으나 표결로 살아나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수정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물론 동료의원 1/3 이상이 공감하고 서명하여 발의한 일입니다.

 

수정안의 제안자로서 제안설명을 했습니다. 이 예산의 편성근거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근로자장학재단의 불합리한 운영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이번 뿐만 아니라 그 전에도 수차례 같은 예산이 집행됐으며, 장학재단이 가진 자산의 대부분이 이렇게 집행된 부천시 예산으로 형성된 사실, 한국노총부천지부가 장학재단의 실질적 주인처럼 행세한 사실, 일부 시의원들이 장학재단 이사로 참여해 왔으며 장학생 추천에 관여해 온 사실 등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이 발언의 일부를 트집잡아 명예훼손이라고 고소했습니다.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시의원 중에서는 다른 시의원들에게 장학금 대상으로 누구 추천할 사람이 없냐며 마치 자기 주머닛돈 선심 쓰듯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는 부분입니다. 발언의 극히 일부이며 장학금 운용의 부당함을 주장한 부분이었습니다. 장학금 대상자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받고 실제 추천도 했던 시의원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피소 이후 자료를 확인해보니 이 예산을 다루는 상임위원 치고 장학생 추천을 해보지 않은 의원이 드물 정도로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고소한 의원은 장학재단 이사로서 그런 상황을 모를 리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고소를 하고 그 사실을 보도자료로 돌리기까지 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공공연히 발언하면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적인 감정에 의한 일이 아니고 예산을 다루는 의정활동에 관련된 일입니다. 인정으로 덮어둘 일이 아닌 것입니다. 피소가 되면 불려다니느라 귀찮고 행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벌금이라도 받게 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경찰과 검찰이 조사를 한 후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터무니없이 고소한 데 대한 당연한 결론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명예훼손이 아니라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어떻게 이런 예산이 반복적으로 편성되고 집행될 수 있었는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역언론들 조차 ‘의원 간의 대결’ 어쩌고 하면서 흥미꺼리로만 다루고 있습니다.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부천노총은 이 일 이후 “시의원들이 부천노총을 탈법단체, 기득권 세력, 심지어 3대 적폐의 대상으로 매도했다”며 “부천노총에 대한 공격과 폄훼, 수모를 잊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그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지 오히려 호통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국회의원은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답니다. 같은 정당 시의원들이 잘못했으니 야단이라도 치겠다는 태세입니다. 시의회 의장은 “법적근거를 만들어 해결할테니 걱정 말라”고 했답니다. 부천노총과 두 정치인의 문제인식이 단단히 잘못됐습니다.

 

이 장학재단과 관련된 내용은 그 날의 제안설명과 여러 의원들의 토론이 담긴 회의록을 보시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몇 가지만 설명 드립니다. 근로자장학재단의 기본재산은 12억 1500만 원인데 부천시가 출연한 돈이 10억 5천만 원입니다. 부천시의 돈으로 움직이는 장학재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법률이나 정관상으로는 부천노총이 임의로 운영할 수도 없습니다만 임원 구성이나 장학금 지급을 보면 마치 부천노총의 하부기관처럼 운영해 왔습니다.

 

장학생을 공개로 모집하지도 않고 부천노총 산하 노동조합과 장학재단 임원의 추천으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장학재단에 임원으로 참여했던 시의원들은 7명이나 됩니다. 이 예산을 다루는 상임위원회에 소속돼 이 예산의 편성에 관여해 온 셈입니다. 장학재단 외 한국노총에 지급되는 보조금도 이 위원회 소관입니다. 장학재단 운영과 한국노총 보조금의 부당한 지원과 부적절한 집행에 대해 이 위원회에서 언급된 적이 없습니다. 적폐라는 이야기가 무리가 아닙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