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천시는 지난해 12, ‘2023년 부천의 책을 선정 발표했다. 선정작은 일반분야 지구 끝의 온실(김초엽, 자이언트북스), 아동분야 기소영의 친구들(정은주, 사계절), 만화분야 엄마들(마영신, 휴머니스트)’로 모두 훌륭한 문학성을 갖춘 작품임이 틀림없다.

부천시는 이 책들을 올해 1월 중에 도서관을 비롯해 학교, 지역아동센터 등에 비치해 누구나 읽어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2월 부천의 책 선포식 및 작가와의 만남 북 콘서트를 시작으로 11월까지 부천의 책 독서릴레이, 작가초청 강연회, 찾아가는 독서토론회, 청소년 독서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부천시가 매년, 이듬해 시민과 함께 읽을 선정해 부천의 책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은 부천시민의 독서 열기 확산을 위해서 분명 좋은 일이다. 또한 도서선정위원회에서 일반, 아동, 만화 각 분야별 후보도서를 5권씩 선정하고, 관내 도서관, 학교, 전철역, 행정복지센터 등 64개소에서 길거리 홍보 및 투표판 설치 등을 통해 시민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여 최종 후보도서를 2권씩 선정한 다음 시민선정단과 도서선정위원이 함께 토론을 거쳐 최종 선정하니 선정 방식도 그다지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2023 부천의 책 선포식 & 북 콘서트 안내문
2023 부천의 책 선포식 & 북 콘서트 안내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천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한사람으로서 필자는 매년 별 탈 없이 진행되는 부천의 책선정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 민간단체도 아니고 책 선정 주체가 부천시라는 점에서 이미 대한민국 출판계에 널리 알려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작품들을 굳이 부천시의 이름으로, ‘부천의 책이라는 타이틀로 호들갑을 떨며-마땅한 표현을 찾지 못했으니 표현이 지나치다면 양해 바란다- 북 콘서트니, 독서캠프니 하는 것이 심히 못마땅한 것이다. 왜 그런가? 부천시에서 선정한 부천의 책이라면 적어도 부천 지역 작가의 책이 한두 권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오래된 생각이다.

더구나 부천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가 아닌가? 부천시는 지난 2017년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작가들이 나서서 가입하자고 한 것도 아닐 테고, 시민들이 원한 것도 아니니 이는 부천시 스스로 장기발전계획에 따라서 문학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이 부천의 미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역량 있는 작가가 있어야 하고, 유능한 행정가, 그리고 시민의 호응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부천의 현실은 어떤가? 소를 키우겠다고 축사만 요란하게 지어놓고(물론 목동도 포함) 정작 있어야 할 소는 없는 꼴이다.

수주문학상이 있고 디아스포라 문학상이 있다고 해서,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것만으로 문학이 부천의 미래 먹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방법은 하나뿐, 소를 키워야 한다. 10년이고 20년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역량 있는 작가를 키워내야 한다. 그 작가들이 열 명 스무 명 모일 때 부천문학이라는 독자브랜드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출판, 게임, 만화, 영상, 관광 등 각종 산업으로 이어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소를 키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부천시는 문화예술발전기금 지원을 현실화 해야한다.

부천시는 50억 원의 문화예술발전기금을 조성하여 매년 그 이자수익으로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에는 84개 사업(단체 53, 개인 31)11천만 원을 지원했고, 2022년에는 이자수익 감소로 50개 사업 6,400만 원을 지원했는데, 문학의 경우 단체 6곳과 개인 5명이 혜택을 받았으나 개인에게 돌아간 지원금은 겨우 80만 원 수준이다. 시집 한 권 출판하려 해도 최소 4백만 원은 있어야 하는데, 어디 가서 지원금 받았다는 말 하기도 부끄러운 실정이다. 발전기금을 늘리면 좋겠지만 당장 어렵다면 단체 지원을 줄여서라도 개인지원금이 최소 300만 원 이상이 되도록 현실화해야 한다. 심사를 엄격히 해서 양질의 작품을 찾는 것은 물론이다.

둘째, 문화예술발전기금을 받아 출간된 책은 시에서 최소 100권 이상을 구매하여 각급 도서관에 비치해야 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껏 부천시는 부천 작가들의 책을 외면해 왔다. 최근 지원금을 받아 작품집을 출간한 작가는 시립도서관에 문의했다가 고작 1권 구매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가 벼를 수매해주는 것처럼, 적어도 발전기금을 받은 책만큼은 시에서 확실히 구매해주어야 한다그래야 문화예술발전기금의 가치도 올라가고, 받는 이들도 부천 작가로서의 무한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셋째, 부천의 책 선정 시 문화예술발전기금을 받아 출간된 책 1~2권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북 콘서트도 열어주고 강연회 기회도 주어서 명실상부한 부천의 작가로 키워내야 한다. 그렇게 10, 20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면 부천문학이라는 독자브랜드가 형성되어 부천시가 진정으로 영국의 에든버러, 아일랜드의 더블린, 체코의 프라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같은 세계적인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부천시장이 앞장서서 부천의 책띠를 어깨에 두르고 열심히 홍보할 그날을 그려본다.

 

이종헌(시인, 콩나물신문 발행인)

 

이종헌 시인
이종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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