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시집 『내 마음의 실루엣』 발간한 김명숙 시인

오래전에 우연히 김명숙 시인의 시 가지를 익히며를 읽은 적이 있다. 작은 가지 씨 한 알에서 삶의 이치를 반추해내는 시인의 솜씨가 놀랍기도 했으려니와 행간에서 우러나오는 깨달음과 진실한 마음이 맑은 차향처럼 가슴에 와닿았다.

 

김명숙 시 '가지를 익히며' 전문
김명숙 시 '가지를 익히며' 전문

 

김명숙 시인님 안녕하세요. 지난해 말, 두 번째 시집 내 마음의 실루엣을 출간하셨습니다. 첫 시집 그 여자의 바다이후 11년 만이라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 밥 짓는 걸로 얘기하자면 너무 뜸을 많이 들였죠. (웃음) 사실 몇 번 기회를 내어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하려 했지만, 그동안 강사 일로 바빴고, 2016년 교통사고로 인한 어깨 탈골로 입원하는 등 후유증으로 열 번의 탈골과 머리 통증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로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또한 아픈 몸으로 방송대를 늦깎이로 들어가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하러 종로 5가 학생회 사무실까지 가서 공부하느라 종종걸음치며 살았죠.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많이 늦어지게 된 셈이죠. 그래도 다행인 건 2022년 부천시 문화예술발전기금과 한국예술복지재단 2022<창작준비금 지원사업 창작디딤돌> 출간 지원금 등 두 곳의 지원을 받아 시집을 출간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명숙 시인
김명숙 시인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 동시에 또한 개별적이고 특수한 경험입니다. 김명숙 시인이 기억하는 고향과 어머니의 모습은 어떤 건가요?

제 고향은 전남에서도 최남단인 고흥인데, 태어난 곳이 바닷가여서 어렸을 적부터 바다와 밀접한 생활을 하며 지냈죠. 겨울이면 마을 전체가 김 생산에 매달렸는데 새벽에 일어나 오빠가 김을 뜨면 저는 김발을 들어 올려 물을 빼는 작업을 하다 보면 손가락이 퉁퉁 불고 얼었다 녹았다 하여 손이 트고 깨지는 듯한 아픔이 동반되곤 했죠. 중학교는 걸어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었는데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학교 가는 동안 단어장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시험 대비 차 영어단어와 숙어, 문장 등을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어머니께서는 47세에 혼자 되셔서 할머니를 모시고, 14녀를 힘들게 키우셨죠. 제 나이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여자의 몸으로 없는 살림에 딸린 여섯 식구가 참 버거웠을 겁니다.

이번 시집 내 마음의 실루엣에 나오는 정자 엄마의 사냥은 제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동지쯤이면 어머니께서는 바다에 나가 돌 문어 몇 마리를 잡아다가 문어죽을 끓여주시곤 했는데 아마도 그건 어머니께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보양식을 먹이고 싶었던 마음이었지 않나 생각됩니다.

 

김명숙 시인의 청년기는 어땠나요? 이번 제2 시집에 실린 시 그해 5,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보면 광주에선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던 때, 시인께서는 산업체 부설학교가 있는 마산에 있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혼기가 꽉 찬 오빠와 언니가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 그 당시만 해도 남아선호 사상이 깊었던지라 동네에서도 큰아들은 어떻게든 고등교육을 시키려고 했던 반면에 딸은 중학교만 보내도 잘한 거라고 할 때였습니다. 동네의 많은 딸들이 서울 등 대도시로 가서 공장생활을 해 결혼자금을 마련하거나 집안을 일으키는 데 일조를 할 때였습니다.

저는 마산 한일여실고에 진학하기 위해 친구 6명과 함께 새벽차를 타고 광주로 가서 한일합섬 입사시험을 봤습니다. 그때 당시의 마산 한일여실고(현 한일여고)는 한국 최초의 산업체부설학교로 공부는 잘하는데 집안 사정이 어려운 아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습니다. 일반 고등학교와 달리 한일여실고에 입학하려면 두 번의 시험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한 번은 출생한 시도에서 한일합섬 입사시험을 보는 것이고, 입사한 후 부서에 배치가 되면 한일여실고의 입학시험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은 1차에 다 떨어지고 저 혼자 마산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학교생활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알차고 뜻깊게 보냈습니다. 제 인생을 돌아보면, 그때의 고등학교 시절이 제 인생의 뿌리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한일여실고의 교시가 하면 된다입니다. 저는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이 교시를 떠올리곤 합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 그해 5, 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쓴 시입니다.

 

김명숙 제2 시집 『내 마음의 실루엣』
김명숙 제2 시집 『내 마음의 실루엣』

 

늦깎이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셨습니다. 시인의 꿈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오늘의 김명숙 시인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소개해주세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악가가 되겠다고 서울로 상경해 모 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했지만, 한마디로 쉽지 않았습니다. 가정교사를 하면서 다니게 됐는데 아이들 셋을 케어하기엔 제가 부족했고, 무엇보다도 학교 수업에 있어 다른 학생들보다 많이 뒤떨어져 있었습니다. 예를 든다면 성악과라 해도 악기 한둘은 다룰 줄 알아야 했는데 저는 피아노 체르니 30정도 치는 게 고작이었으니까요. 다른 학생들은 과외로 성악 발성도 배우고 악기도 배웠지만 저에겐 그림의 떡이어서 점차 격차를 느끼게 되고 과외수업도 힘든 상황이 되어 결국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거기서 느낀 점은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는 것에는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참 늦었지만 2016년에 입학해 늦깎이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시인의 꿈은 초등학교 시절, 교내와 읍면 백일장에 나가 동시로 대상을 탔는데, 그 계기로 도 대회에 나가 이라는 제목으로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그 후 중학교 교내 백일장에서도 수상하여 글 쓰는 재주가 있구나라고 생각은 했지요.

 

작사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작사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대표작품을 소개해주세요.

건국 대 100주년 기념 콘서트를 보러 갔다가 그곳에서 성악가를 꿈꾸던 시절, 대학에서 수업을 받았던 얼굴작곡가 신귀복 교수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교수님 권유로 한국예술가곡연합회에 가입했는데 총회 날, 임긍수 작곡가님께 제 시 바람에 보낸 편지를 보여드렸더니 마음에 드신다고 하셔서 곡을 받게 되어 음악저널 5월호에 신작가곡으로 실리게 되었습니다. 이걸 계기로 여러 가곡단체의 작곡가들로부터 시를 부탁받아 오늘에 이르러 가곡 45곡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대표작품으로는 달에 잠들다, 4.19 기념추모곡 그날, 현충일 추념곡 영웅의 노래, 그대 그리워, 비와 나그네, 어느 날 오후등이 있습니다.

 

4․19 혁명 54주년 기념식장에서 팝페라가수 이사벨이 「그 날」을 열창하고 있다.
4․19 혁명 54주년 기념식장에서 팝페라가수 이사벨이 「그 날」을 열창하고 있다.

 

현충일 추념곡 '영웅의 노래' 연주 후 (왼쪽부터)최완규 작곡가. 정경 성악가. 김명숙 시인.작사가. 민은경 국악인
현충일 추념곡 '영웅의 노래' 연주 후 (왼쪽부터)최완규 작곡가. 정경 성악가. 김명숙 시인.작사가. 민은경 국악인

 

또한 동요는 한국동요음악협회와 한국동요작사작곡가협회에 가입하여 활발히 활동하던 중, 화전놀이가 국립국악원 생활음악 공모에 선정되었고, 새싹이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천재교육)에 등재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동요개구리(지혜로운 엄마들이 선택한 베스트 유아동요 100), 연잎에 비 내리면(5회 불교방송 창작찬불동요제 우수상), 쇠소깍 여행(제주어 창작동요창작대회 우수상, KBS창작동요제 동요노랫말 선정) 80여 곡의 작품이 불려지고 있습니다.

 

김명숙 작시 동요 「새싹」 초등음악교과서 등재(5학년 천재교육)
김명숙 작시 동요 「새싹」 초등음악교과서 등재(5학년 천재교육)

 

아동문학가로 등단하시고 활동하고 계십니다. 아동문학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주요작품,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가곡, 동요 작사가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레 아동문학가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동문학가면서 작곡가이셨던 고 서정일 선생님의 권유로 한국아동문학회에 원고를 내서 동시가 당선되어 아동문학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안양문화재단 공모 우수작으로 선정된 목련, 경기일보와 콩나물신문에 소개된 수박, 한국좋은동시재능기부 작품으로 선정된 국어 시간, 목련, 그 외 소나기, , 개망초등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1~2년 사이에 첫 동시집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성인문해교육 수업
성인문해교육 수업

 

성인 문해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문해교육의 의미와 보람 등을 소개해주세요.

친정어머니께서 부잣집 둘째 딸로 태어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시절 여자에겐 교육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한글을 모르셨습니다. 생전에 어머니의 답답한 마음을 잘 알기에 한국문해교육협회로부터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부여받아 문해교육 강사로 활동했습니다. 문해교육은 단순히 글자와 숫자 개념을 깨우친다는 의미를 떠나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께는 햇빛이고, 답답한 마음의 해결책입니다. 눈을 뜨고 있지만 글자 앞에서는 암담한 현실을 살아오신 분들의 얘기를 피부로 느끼며, 한 글자라도 빠른 습득을 위해서 돌아서면 잊어먹어도 다시금 용기와 희망을 품고 도전해보라고 격려할 때면 항시 어머니를 제 마음속에 두고 수업하곤 합니다.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이주희 글씨/그림
이주희 글씨/그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