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OPLE』 조합원 탐방

김찬숙 소설가
김찬숙 소설가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릴린 로덴이 1978,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처음 사용했으며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성별이나 인종 등의 이유로 조직에서 일정한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는, 이른바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더 심해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흔히 성공한 여성을 일컬을 때 유리천장을 깼다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성평등 시대에 있어서는 안 될 말이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2013년부터 매년 38일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OECD 주요 회원국의 여성 일자리 환경을 측정하는 유리천장지수를 발표해 오고 있는데, 불명예스럽게도 한국은 2021년 기준, 유리천장지수가 100점 만점에 24.8점으로 OECD 주요 29개국 중 9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185일 여가부의 성별 임원 현황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2,246개 회사의 임원 32,005명 중 여성임원은 전체의 5.2%1,668명에 그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OECD 국가 평균 25.6%와 비교해 불과 5분의 1 수준으로 한국사회에 여전히 강력한 유리천장이 존재함을 말해준다.

이렇게 튼튼한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학연, 지연 등, 아무 연고 없이 평범한 간호사에서 출발해 준종합병원 부원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 있어, 콩나물신문 더피플에 소개한다. 더구나 그는 CEO로서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작가로서의 꿈까지 이뤄 어느덧 부천을 대표하는 중견 소설가로 자리 잡았다. 이번 호 콩나물신문 더피플에 소개할 주인공은 바로 부천시 약대동에 위치한 다니엘종합병원 김찬숙 부원장이다.

 

김찬숙 부원장님 안녕하세요. 현재 다니엘종합병원 부원장으로, 또 소설집 넝쿨장미와 늙은 개 그리고(2021, 청어)를 출간한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찬숙 부원장님께 감사드리며 먼저 콩나물신문 THE PEOPLE독자 여러분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콩나물신문 조합원으로서 지역사회의 소외된 곳이나 잊혀진 이야기들을 발굴하여 뉴스를 전하는 편집장님과 임원진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나날이 번창하는 콩나물신문이 집으로 배달 될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떤 소식을 전해올까 기대되고 반가웠습니다. 지역사회의 최선봉에 서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콩나물신문에 감사를 표하며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시니 감사할 따름 입니다. 다니엘병원 부원장의 직함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미약하나마 소설가로서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다시 한번 인터뷰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주희 글씨/그림
이주희 글씨/그림

 

다니엘종합병원은 지난 2004622, () 강대인 이사장이 인간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사상을 바탕으로 설립한 병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병원 설립 배경과 고() 강대인 이사장의 삶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강대인 이사장님은 70년대 이민 간 이민 1세대로서 미국에서 치과의사이기도 하셨고, 80년대 군부독재 하에 고통받던 민주열사들의 인권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하신 인권운동가로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호에 큰일을 하신 분으로 그런 분을 모시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2004년 부도났던 병원을 미국에서 피땀 흘려 모은 외화를 들여와 다니엘종합병원을 개원하셨고 저 역시 옆에서 그분의 노고를 직접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 제 인생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대인 박사님은 평소 큰 나무 그늘이 많은 사람을 쉬게 한다며 대의를 위해서 힘썼던 분입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과는 미국에서부터의 인연으로 80년대 고통받던 민주열사들의 석방을 위하여 LA에서 평화 방송 및 지역의 힘 있는 정치인들을 김대중 선생님께 연결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서 활동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당선과 함께 국내에 오셔서 그분의 치과 주치의로서, 정치적 동지로서, 그분이 노벨평화상을 타는데도 깊이 관여하셨던 현대 정치사의 거목이기도 하셨습니다. 아쉽게도 암 투병으로 미국에서 생을 마감하셨지만, 그분의 뜻을 받들어 다니엘병원은 지역사회 및 의료계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하는 병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니엘병원 의료진과 함께
다니엘병원 의료진과 함께

 

올해로 설립 19주년을 맞는 다니엘종합병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모습이 궁금합니다.

다니엘종합병원의 과거와 현재는 여러분들이 느끼셨겠지만 작고 조그만 동네 병원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연간 20만에 가까운 외래 환자와 2만이 넘는 입원 환자를 돌보는 중환자 병상 45베드를 보유한 준종합병원으로서는 드물게 중증의 입원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아울러 미래에는 지역사회와 하나 되어 부천에 제일가는 준종합병원으로서 발전을 다 할 것입니다.

 

김찬숙 부원장님께서는 일반 간호사에서 출발해 다니엘종합병원 부원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네 저는 일반 응급실 간호사로 35년 전에 시작하여 지금은 종합병원의 부원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나 과분한 직책을 맡아 살아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까지 오기에는 나만의 철저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첫째,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 내일이 없는 것처럼.

둘째,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실행하자.

셋째, 일 자체를 즐기자 입니다.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간호사로서 제가 살아온 길이 어찌 꽃길만 있었을까요. 그럴 때마다 사실 산골소녀였던 내게는 그렇게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뙤약볕에서 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이 일이 제게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 제 적성에도 맞았고 아픈 사람 옆에서 손잡아 주는 것도 제 적성에 맞았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하다 보니 부원장이라는 직책을 갖게 되었습니다.

 

임명장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는 김찬숙 부원장(사진 왼쪽부터 의료법인 대인재단 김영미 이사장, 김찬숙 부원장, 정희원 원장)
임명장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는 김찬숙 부원장(사진 왼쪽부터 의료법인 대인재단 김영미 이사장, 김찬숙 부원장, 정희원 원장)

 

병원 경영자로서의 바쁜 일정 중에도 틈틈이 창작활동에 전념하여 지난 2016년 부천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장미가 당선되었고, 2018년에는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21소설집〉 『넝쿨장미와 늙은 개 그리고를 출간했습니다. 소설과는 언제 어떻게 인연이 시작됐으며, 또 소설집 제목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소설집 제목처럼 장미와 늙은 개의 대비를 통해서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한 인생 자체의 비극적 비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조화가 보여주는 생의 탄생과 소멸의 신비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죽음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단조로우며 비참할까요. 죽음이라는 예고된 시간의 유한성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 직업 탓인지 저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죽음을 많이 보았고 그 죽음이 결코 슬픈 일만이 아닌 인생의 마침표 같은 완결성을, 죽음을 통해 삶이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제게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자연을 가까이했던 문학소녀였고 세월이 흘러도 소설은 내가 차마 가지 못한 길을 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을 다시 공부했고 현대문학을 전공하여 작가로서의 길을 인생 2막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소설가 박희주(중), 최숙미(우) 작가와 함께
소설가 박희주(중), 최숙미(우) 작가와 함께

 

최근 김찬숙 작가의 소설 장미, 남향등이 오디오북으로도 제작되어 유튜브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소설가로서 김찬숙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는 어떤 건가요?

장미는 소설집 제목과도 연관이 깊은데요. 늙고 병든 치매 앓는 늙은 개를 배경으로 흐드러지게 핀 장미의 그 붉고 아름다운 꽃망울을 바라보면서, 저는 첫 월경을 경험하는 이제 막 소녀가 되어가는 주인공을 통해서 소멸과 생성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남향은 세상에서 상처받고 만신창이가 된 주인공이 고향을 통해서 위안받는 모습을 그리고자 하였습니다. 오디오 북의 매력은 글을 읽어 주는 성우의 리얼한 목소리 때문에 더 빛나는 것 같습니다.

 

김찬숙 소설집   『넝쿨장미와 늙은 개 그리고』 표지
김찬숙 소설집 『넝쿨장미와 늙은 개 그리고』 표지

 

질문 8. 소설 남향은 화자인 내가 큰언니 은조와 함께 구순이 넘은 아버지에게 은파 언니의 죽음을 알리러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고향 평창으로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며 화자의 머릿속에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을 벗어나 서울에서 살겠다고 발버둥 쳤던가?”라는 질문이 스쳐 갑니다. 우문인 줄 알면서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합니다.

인생의 덧없음이겠죠. 고향을 떠나 성공해보겠다고 했던 젊은 날과 상처투성이가 다 되어 돌아가고 싶은 고향, 시골 출신인 우리 모두의 영원한 화두가 아닐까 합니다. 인생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우리 모두의 화두 왜 그럴까요 하는 알 수 없는 질문들 사실 저도 잘 모르죠. 왜 떠나온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지. 하지만 깊은 밤, 잠에서 깨거나 뭔가 허전하고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막연하게 떠나는 생각을 하곤 하죠. 그게 고향은 아닐까요.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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