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벽
강수경
내 고향 진부 윗쌀면 버드나무거리로 가는 길
등줄기 오싹해지고 오금 저리는
낭떠러지 모롱이 길
어머니 살아계실 때 이름이라도
알아놔야지 하다하다 전화로 묻는다
- 엄마, 거기 있잖아요. 엄마랑 따끈한 청귤차 마시던 엘림 카페 옆에 있던 그곳. 몇 년 전만 해도 지나다녔는데 지금은 도로가 생겼지요. 거기 운동기구도 생겨 매일 운동 가시잖아요. 황새들 무리 지어 사는 울울창창한 곳. 지나가려면 쭈뼛 긴장되어 무섬증이 나던 곳. 거기를 뭐라고 불렀지요?
- 어, 거기. 거가 만과봉이지 아마.
- 아니, 거기는 월정사 들어가는 입구 월정거리고요.
- 가만 있어보자. 거가 그러면 버드나무거린가?
- 아니... 쌀면이 버드나무거리 가기 전에 있던 곳요. 우리 거기 지나려면 오대천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지났잖아요.
- 응응 그렇지. 거기 윗쌀면이 버드나무거리 가려면 석벽을 지났지. 옛날에 추수할 때 소달구지가 추수한 쌀을 싣고 거를 어떻게 지났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놀라워야. 그래서 내 자꾸 거를 가지.
- 그러니까 거기를 석벽이라고 불렀다는 거죠?
- 윗쌀면 친척집 일 봐주고 현옥이, 현자, 정자, 순자 그 길을 걸어왔었지.
석벽이라는 이름을 말씀하시고도 어머니는 추억을 소환하셔서 한동안 석벽 길을 걷고 계신다.
오대천변 외솔길 따라 오늘도 석벽이 있던 자리를 찾을 팔순 노모
석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모롱이를 매꼬롬히 이발한 듯 깎아내고 왕복 차도를 만들었는데
- 그런데 엄마, 그때가 좋아요? 지금이 좋아요?
- 음, 좋기야 지금이 좋지.
《강수경 시인 프로필》
강원도 평창 진부 출생. 2010년『부천시인 4호』에 ‘가을’ 외 1편으로 시작 활동 시작.
한국작가회의, 부천시인협회, 복사골문학회 수주·소향 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2020년 첫 시집 『어제 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