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 전통시장 탐방1
겨울 지나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 원미동 사람들은 목을 기다랗게 뺀 채 수녀원 담장 너머로 목련꽃이 피어오르기를 기다린다. 수령 수십 년의 목련나무는 온몸으로 겨울 추위를 이겨낸 뒤, 물까치 울음소리에 맞춰 백옥처럼 눈부신 꽃잎을 피워 내는데, 그 꽃이 얼마나 화사하고 눈부신지 한 번 본 사람은 누구든 다시 찾지 않고는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뿔싸! 목련꽃 꽃말을 찾아보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그래서 그런가? 나뭇가지에 흐드러지게 핀 목련꽃을 볼 때마다 괜스레 「동심초」라는 노래가 떠오르곤 했었다. 너무 순수해서, 너무 순결해서 지상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며 올해는 나도 꼭 한 번 목련꽃 그늘을 걸어봐야겠다.
알게 모르게 원미동 명물로 변한 수녀원 목련 나무를 지나 풍림아파트 앞에서 원미로 97번길로 접어들면 원미동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물, 원미부흥시장이 나온다. 원미부흥시장은 여러모로 콩나물신문과 닮은 점이 많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시장에 활기가 넘치고 또 무엇보다 상인분들이 친절하고 인정이 많은 것이 그렇다. 게다가 결정적인 것은 원미부흥시장에 부천 최고의 콩나물 판매왕이 버티고 있다는 거다. 주인공은 바로 부흥시장 남쪽 출입구에 자리잡은 『리틀 브랜 야채』 가게 주인 이석평 사장님이다. 이석평 사장님은 1952년생으로 올해 나이 72세의 원로이지만 지금도 하루종일 가게 앞에 서서 걸걸한 목소리로 “콩나물 한 바구니에 천원”을 외친다. 이런 부지런함으로 남들은 하루에 겨우 4관 팔아야 많이 파는 콩나물을 사장님은 최고 40관까지도 판매한다고 한다. *1관은 1근의 열 배로 3.75kg에 해당한다.
이석평 사장님과 콩나물 대 콩나물로서 향후 적극적인 협력을 하기로 약속(?)한 후,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부천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시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부가 깨끗하고 각 점포에 진열된 물건들도 깔끔하다. 원미부흥시장에는 약 60개의 점포가 있는데 바로 이웃한 원미종합시장(약 100개 점포)과 합치면 부천의 18개 전통시장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입주해 있는 점포들을 살펴보니 순댓국, 족발, 떡, 치킨 통닭, 닭강정, 과일, 야채, 반찬, 수산물, 정육, 의류, 신발 등 그야말로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지난 2020년에 문을 연 ‘원미부흥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 김남규 상인회 회장을 만나 부흥시장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 시장에 손님이 많고 잘 되는 이유는 온 시장 점포가 합심해서 가장 질 좋은 상품을 싸게 파는 박리다매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절은 기본이고요. 이곳이 오랫동안 재개발지역으로 묶여 있다보니 시장 현대화 시설 부분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는데 그래도 가게 사장님들 스스로 청결과 위생을 최고 덕목으로 여기고 함께 노력한 결과 손님들로부터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아직 주차장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으나 질 좋은 상품과 저렴한 가격, 남다른 친절과 청결로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으리라 본다. 원미부흥시장이 원미동의 명물을 넘어 부천의 명물로 우뚝 서기를 기원해 본다.
글 ┃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