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새로운 일자리

매년 사망자의 75%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다.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노인의 85%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반대한다고 한다. 죽을 목숨을 살리는 것이 병원이라지만, 죽은 것과 다름없는 시간을 연장시키는 것도 병원이다. 대부분의 노인은 죽어 가는 사람에 대한 연명치료를 자신과 가족에 대한 고통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20095, 대법원은 연명치료 거부를 행복추구권이자 자기결정권의 하나로 보았다. “질병의 호전을 포기한 상태에서 현 상태만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연명치료는 무의미한 신체침해 행위로서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는 것이며,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라고 판결하고 그 당시 식물인간이던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 제거를 허용했다.

이것을 계기로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치료의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이다.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자신이 임종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연명 의료 거부 의사를 표시하고 법적인 효력을 갖도록 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지정을 받은 등록기관에서 작성할 수 있는데 부천은 부천시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순천향대학교 병원, 성모병원, 그리고 일차의료기관으로는 우리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천시민의원이 이에 해당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 교육 장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 교육 장면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해 활동한다. 존엄한 죽음에 대해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삶의 과정 중 하나다. 조합원과 지역주민에게 그런 준비와 교육을 하기 위한 활동의 하나로 2020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 신청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소정의 교육을 받은 상담사가 상담을 통해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이지만, 그동안은 상담사를 따로 두어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는 않았다. 사무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겸직하여 방문자를 상담하고 작성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올해부터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과 매칭하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됐다.

올해, 2023년은 우선 7명의 상담사로 시작한다. 3명은 부천시민의원에서 4명은 부천시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부천시웰엔딩지원센터에 파견된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시작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는 단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만이 아니라,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 웰엔딩 교육가이자 상담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은 60세 이상으로, 오랜 인생의 경험을 간직한 분들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인생의 이야기들이 이분들 활동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라고 하는 생소한 일자리가 삶과 생명에 대해 소중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에 기여할 것을 기대해 본다.

 

이선주(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이선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이선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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