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펌

 

                              박선희

 

숨죽어 납작 엎드린 머리카락

전문가를 찾아간다

너무 상했네요
꽃물결 상처로 웅크려 앓던 계절,
머릿결은 내 독백을 읽었나
몸과 마음이 한통속이었다니

 

석 달만치 길이를 자르더니
뚜껑을 열어두어 만년필 촉이 말라버렸기나 한 듯
전기캡을 뒤집어씌운다


뜸 들이는 시간이 길다
뜨거우세요,
*을 넣을게요
눌린 마음에 기를 넣듯
머리칼을 돌돌 감는다


나무뿌리 흙 밖으로 불거져
보도블록을 들뜨게 하듯
그 뿌리
길 위의 발길 붙잡아 넘어뜨리기라도 하듯
볼륨의 설법이 만만치 않다
의자에 눌린 엉덩이에 굳은살이 배긴다

주저앉았던 시간

꽃잎에 햇살 닿듯 조용조용

손길을 읽고 있다

기를 펴고 살아라
눌리지 말아라


화들짝 정수리가 부푼다 *'싱'의 어원은 뿔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박선희 시인
박선희 시인

 

박선희 프로필

『월간문학』에서 시로 『수필과 비평』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2016년 아르코 창작활동 지원금과

2020년 부천문화예술 창작지원금을 수혜했고

경북일보 문학대전과 민들레 문학상(대상)을 수상했다

시집 『건반 위의 여자』, 『그늘을 담고도, 환한』과

수필집 『아름다운 결핍』이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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