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진달래축제가 끝나고 원미산도 이제 좀 한적하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산에 올랐다. 지난 1~2, 축제 기간에 콩나물신문 추산 무려 10만여 명의 인파가 원미산에 올라 밟고 구르고 뛰어댔으니 아무리 만물을 포용하는, 너그러운 덕성을 지닌 산이라고 해도 내심 단단히 뿔이 났을 것 같다. 내년에는 꽃구경도 하면서 움푹움푹 패여 나무뿌리가 다 드러난 등산로에 흙이라도 한 줌씩 갖다 붓는 그런 친환경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3 원미산 진달래축제 
2023 원미산 진달래축제 
2023 원미산 진달래축제
2023 원미산 진달래축제
2023 원미산 진달래축제 
2023 원미산 진달래축제 

 

해발 167m의 원미산은 부천을 대표하는 명산으로 그 정상에 있는 원미정에 올라서면 동서남북 사방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소래산을 비롯하여 계양산, 북한산, 남산, 관악산, 수리산 등 서울·경기 일원의 명산이 성냥갑 같은 회색 도시 위로 고즈넉이 솟아 있으니 아침에는 관악산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고 저녁에는 계양산 너머로 스러지는 석양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원미(遠美)라는 지명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1911]에 원미산(遠眉山)이라는 한자표기가 있는 것을 보면 원미는 기존에 쓰이던 우리말 멀미또는 멀뫼를 한자를 빌려 표기한 것이 아닌가 한다. 멀미(멀뫼)는 먼 산, 또는 높은 산이라는 뜻이다.

 

전설 같은 얘기지만 원미(遠美)’라는 한자 이름을 그럴듯하게 해석해놓은 지명 유래담도 있다.

옛날 부평부 관아의 동헌에서 이 산을 보면 정통으로 바라보이는데 아침 해돋이 때의 산세는 그지없이 선연하고 아름다우며 저녁노을에 반사된 그 푸르름은 단아하기가 비길 데 없었다. 더욱이 부천 벌을 굽어 감싸는 듯한 정경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멀리서 바라본 산 풍경에 누구나 감탄하였다 한다. 이에 도호부사가 산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부사가 그 즉시 산 이름을 원미산이라 하여 오늘날까지 부르게 되었다.”(부천문화의 재발견 : 부천향토자료집3. 35)

 

아름다운 이름이지만 근거가 없으니 그냥 옛 풍류객들의 취중 한담쯤으로 여겨 두고 본업으로 돌아가서 지난 호에 이어 다시 부천의 전통시장 탐방에 나서보자.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지천인 원미산 꽃길을 훠이 훠이 헤치고 나와 향림사 쪽으로 하산하여 조종로를 따라 내려가면 원미사거리 지나 북초등학교 못 미친 곳에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원미종합시장과 원미부흥시장이 나온다.

 

원미종합시장
원미종합시장

 

원미종합시장(남문)
원미종합시장(남문)

 

원미종합시장은 1985년 무렵, 원미구 원미1동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재래시장이다. 2005년에 전통시장으로 인가받았으며, 20233월 말 현재 점포 수 106개로 부천의 18개 전통시장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를 자랑한다.

정육, 야채, 생선, 과일, 건어물 등 다양한 종류의 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가운데 특히 반찬가게와 과일가게가 많이 눈에 띈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순댓국집도 두 군데나 있고 하루에 족발 100개는 너끈히 판매한다는 족발집을 비롯하여 유명 분식집, 횟집, 튀김집, 빵집 등이 곳곳에서 고객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그 밖에도 각종 생활용품, 의류, 신발, 속옷, 화장품, 안경 등 다양한 점포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부천 자유시장이나 역곡 상상시장처럼 아케이드가 아닌 천막 구조로 되어 있고 주차시설도 부족해 시장 현대화 부분에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 않지만, 원미종합시장은 이런 단점을 친절과 청결, 최고의 상품과 저렴한 가격으로 극복하고 있다.

 

원미종합시장
원미종합시장
원미종합시장 족발전문점 옹고집
원미종합시장 족발전문점 옹고집
원미종합시장 족발전문점 옹고집 김문숙 사장님
원미종합시장 족발전문점 옹고집 김문숙 사장님
원미종합시장 맛단지 분식
원미종합시장 맛단지 분식
원미종합시장 맛단지 분식
원미종합시장 맛단지 분식
원미종합시장
원미종합시장
원미종합시장 원미곡물
원미종합시장 원미곡물
원미종합시장 신선반찬
원미종합시장 신선반찬
원미종합시장 신선반찬
원미종합시장 신선반찬

 

원미종합시장 박정용 회장은 지난 24년 동안 원미종합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2000년대부터 시장 임원으로 활동하다 8년 전부터 상인회장을 맡아 시장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고객센터에서 박정용 회장을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2021, 중소기업벤처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특성화시장 지원사업인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시장 전체 106개 점포에 돌출간판을 설치하는 등 고객 편의와 쇼핑환경 개선을 위한 여러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으며 아울러 취약계층을 위한 음식 봉사, 각종 축제 개최, 다문화 가족 지원 등 지역주민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3~4년 후면 그동안 우리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주차장 문제도 해결될 것입니다.”

 

원미종합시장 상인회 박정용 회장
원미종합시장 상인회 박정용 회장
소설 '원미동 사람들'에 등장하는 원미동 23통 무궁화연립이 있었던 자리. 원미종합시장 북문 인근에 있다.
소설 '원미동 사람들'에 등장하는 원미동 23통 무궁화연립이 있었던 자리. 원미종합시장 북문 인근에 있다.

 

원미종합시장 박정용 회장은 인근 부천북초등학교 교사 재건축 때 운동장 지하에 약 110면의 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행정기관과 지역정치인, 주민이 힘을 합쳐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3~4년 후에는 그동안 시장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주차 문제가 크게 완화될 것이다. 원미종합시장이 부천 최고의 시장으로 우뚝 설 날도 그리 머지않은 것 같다.

 

이종헌(콩나물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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