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금개구리를 발견한 기쁨이 환경파괴에 대한 분노로

생태학으로의 입문

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기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아마 자동차 매연과 빌딩 숲이 가득 들어차 있는, 녹지 비율은 매우 적고, 인구 밀도는 아주 높은, 전형적인 대도시입니다.

그러던 2012년 마지막 숲 해설 날, 선생님께서 부천에 대장동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여름에는 제비도 오고 겨울에는 보기 힘든 재두루미랑 큰기러기가 있으니 겨울 방학 중에 함께 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해 12월 말 어느 날, 선생님, 몇몇 동생 친구들과 함께 대장동마을을 처음 찾아 탐조를 하였습니다. 그날은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질 만큼 혹한이 불어 닥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위에 대한 경악도 잠시, 마을 입구부터 머리 위를 나는 2~300마리의 큰기러기 떼와 집집 처마에 있는 제비집 흔적, 보통 관찰할 수 있는 숫자보다 3배는 많은 숫자인 (최소) 65마리의 재두루미 떼의 춤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대도시에서 자라면서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알고 있던 '녹지'는 아파트 단지에서 농약으로 관리되던 화단과 가끔 삼촌과 피라미 낚시를 하고 놀던 강원도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 앞에 흐르는 개천밖에 없었고, 이름을 알던 식물은 토마토, 소나무 등 채 15 종도 안 되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의 생활기록부에는 장래희망에 생태학자 또는 진화생물학자, 취미는 곤충 및 식물 관찰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생태에 입문하고 지금까지 공부한 데에는 청미래 소속 김선자(솔나리) 선생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것은 지난 2008년 여름, 집 근처 신정산에서 숲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것부터입니다.

번식할 준비를 마친 도깨비바늘,도심 숲에도 생각보다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에코워커 활동 때 폐쇄한 샛길.도심 속 녹지는 사람들의 간섭으로 병들어가고있다.그 때 느꼈던 호기심으로 처음 참여하기 시작한 숲 해설 프로그램에서 시큼한 맛이 나고 고양이가 배탈이 났을 때 소화제로 먹는다는 괭이밥을 비롯한 아까시나무, 도깨비바늘 등의 식물과 화살나무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노랑배허리노린재를 비롯한 붉은머리오목눈이, 직박구리 등의 동물들이 야무지게 꾸며가며 다양성은 적지만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 생태와 그것을 수준에 맞추어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의 설명이 재미있었고, 그래서 진로도 생태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방향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7년간의 숲 해설에서 다녔던 여러 녹지에서 알맞은 식생이 서식하는 제대로 된 습지가 있는 곳은 한 곳밖에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습지 없는 생태 탐방을 계속하면서, 저는 이에 그만 익숙해져 '누리장나무의 타감작용에 대한 탐구'등 식물과 저고도 산지 곤충에 편중되었던 공부만을 했었습니다.
 
숲 해설을 하면서 갔던 7곳의 숲, 아니 곳곳을 다니며 관찰했던 수도권의 생태계는 대부분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지자체 등에서 '녹지조성'이라고 하며 인위적으로 만든 곳이었고, 생태가 아닌 인간 위주인 곳이었습니다. 이러한 특성상 많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많이 관찰할 수 없었고, 환경부에서 생태계 교란 야생동식물로 지정한 서양등골나물 등으로, 곳곳에 난 샛길로 생태계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약간의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수도권의 마지막 자연생태습지, 김포공항 습지를 만나다

그러던 2012년 마지막 숲 해설 날, 선생님께서 부천에 대장동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여름에는 제비도 오고 겨울에는 보기 힘든 재두루미랑 큰기러기가 있으니 겨울 방학 중에 함께 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해 12월 말 어느 날, 선생님, 몇몇 동생 친구들과 함께 대장동마을을 처음 찾아 탐조를 하였습니다. 그날은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질 만큼 혹한이 불어 닥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위에 대한 경악도 잠시, 마을 입구부터 머리 위를 나는 2~300마리의 큰기러기 떼와 집집 처마에 있는 제비집 흔적, 보통 관찰할 수 있는 숫자보다 3배는 많은 숫자인 (최소) 65마리의 재두루미 떼의 춤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도심 속 습지라는 점에서 걱정되었던 생태계 교란 야생동식물은 가끔 미국쑥부쟁이와 단풍잎돼지풀이 있을 뿐 위험할 정도로 많이 자라진 않았고 모기와 파리 등 해충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 논둑에서 양서류 관찰을 시작하였을 때, 저의 카메라에는 생태훼손지에서는 잘 보기 힘든 참개구리 등 양서류들이 잡혔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올린 게시물을 통해 이곳에서 신종거미를 발견한 형과도 처음 알게 됩니다.
  
이날 첫 답사 후 저는 4개월 동안 현장 답사를 계속하면서 하늘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맹금류인 황조롱이와 큰말똥가리, 종류에 따라 길이가 다른 넥타이를 매고 있는 박새, 탈곡을 쪼아 먹으면서 단체로 월동하며 장관을 이루는 큰기러기 떼, 습지 내부에서 쉬고 있던 한국산개구리, 인기척이 느껴지자 재빨리 피하는 꿩, 물 빠진 논바닥에 숨어 있던 수채(왕잠자리 약충), 주민이 설치한 통발마다 잡혀있는 버들붕어, 인간을 보자 재빠르게 도망가는 줄장지뱀 등 인위적으로 조성된 수도권의 인간 위주의 녹지에서는 보기 힘든 천이에 의한, 길들여지지 않은 경이로운 자연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것이 김포공항 습지에 대한 제 첫 기억입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이곳 가까이에 김포공항 습지라는 수도권 유일의 자연습지가 있는지 몰랐고, 깨끗이 펼쳐진 논의 모습과 대장분교, 재두루미와 큰기러기가 오는 모습 등을 토대로 "빌딩 숲 근처에 이런 생태계의 보고가 있을 리 없어, 부천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도심지와는 떨어진 먼 곳일 거야"라고 넘겨짚었고, 이듬해 겨울 선생님과 함께한 탐조에서 먼 곳에서 날아오른 재두루미 20여 마리를 관찰한 것을 끝으로 대장동에 대한 기억과 김포공항 습지와 제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듯 했습니다.
 
제가 다시 김포공항습지를 접한 것은 2014년 초가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몇몇 학교 친구들과 함께 환경보전협회에서 주관하는 '제 9기 생물자원보전 청소년리더(이하 에코워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환경 문제에 대해 막 눈뜨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는 아직 김포공항습지의 존재조차 몰랐던 때이기 때문에 '도심 속 작은 생태계, 야산 살리기’'라는 주제로 생태계교란 야생 동식물 퇴치, 샛길 이용 지양, 에어건 사용 지양 등을 내용으로 활동하였습니다.

9월, 에코워커 활동이 거의 끝나가던 중, 야산이라는 주제만으로 더 이상 블로그에 올릴만한 정보가 고갈되기 시작되었고, 저는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우연히 발견한 글이 김포공항습지 공동대책위원회에 속한 환경단체 '환경정의'의 티스토리 글 「김포공항습지1 골프장 vs 자연습지」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이제껏 김포공항 주변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양천구에서 살면서도 몰랐던 자연습지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놀랐고,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다른 글들을 찾아보니, 법적 보호종 31종에 국제 신종까지 발견되었다는 글과 전경 사진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9월 어느 날, 가족, 같이 활동하던 친구들 몇 명이 함께 김포공항 습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습지를 방문했을 때는 채집활동이나 자세한 관찰을 위해 가기보다는 "골프장이 지어지기 전에 한 번 둘러보자"는 목적이 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긴팔 ,긴바지는 차려입고 루페는 가져갔지만 포충망, 장화 등 습지에 대한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제 일행은 논둑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줌으로 당겨 사진만 남길 뿐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초보인 티를 팍팍 내며 갔던 습지이지만, 습지의 모습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부들과 갈대는 푸른 하늘 아래 바람을 따라 춤추고 있었고, 개개비는 갈대를 타며 채이 활동에 바빴습니다. 길을 가는 도중 메뚜기류와 팔랑나비류는 주위를 계속하여 날아다녔고, 길을 가다가 많이 만난 왕사마귀는 고추좀잠자리를 섭식하고 있기도 하고, 교미를 하고도 있으면서 습지의 평화와 하위 곤충·식물 생태계의 풍요를 증명하여 주었습니다.

도심 속 습지라는 점에서 걱정되었던 생태계 교란 야생동식물은 가끔 미국쑥부쟁이와 단풍잎돼지풀이 있을 뿐 위험할 정도로 많이 자라진 않았고 모기와 파리 등 해충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 논둑에서 양서류 관찰을 시작하였을 때, 저의 카메라에는 생태훼손지에서는 잘 보기 힘든 참개구리 등 양서류들이 잡혔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올린 게시물을 통해 이곳에서 신종거미를 발견한 형과도 처음 알게 됩니다.
  
이날 첫 답사 후 저는 4개월 동안 현장 답사를 계속하면서 하늘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맹금류인 황조롱이와 큰말똥가리, 종류에 따라 길이가 다른 넥타이를 매고 있는 박새, 탈곡을 쪼아 먹으면서 단체로 월동하며 장관을 이루는 큰기러기 떼, 습지 내부에서 쉬고 있던 한국산개구리, 인기척이 느껴지자 재빨리 피하는 꿩, 물 빠진 논바닥에 숨어 있던 수채(왕잠자리 약충), 주민이 설치한 통발마다 잡혀있는 버들붕어, 인간을 보자 재빠르게 도망가는 줄장지뱀 등 인위적으로 조성된 수도권의 인간 위주의 녹지에서는 보기 힘든 천이에 의한, 길들여지지 않은 경이로운 자연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골프장이 지어지면 누가 이익을 취합니까? 돈있는 사람들의 값비싼 놀이터가 될 뿐입니다. 그러나 생태공원이 지어지면 생태교육장으로써, 친환경 농산물의 허브로써, 열섬 현상과 미세 먼지의 방어 보루로써, 공항의 조류충돌을 막는 먹이창고로써 99%의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갑니다. 무엇이 우리 사회와 지역 주민에 이득일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곳에 골프장을 짓는 것은, 환경과 생태 모두에 재앙이 될 것입니다. 요즈음은 개발되었던 곳도 생태 녹지 공간으로 복원하는 등 자연환경 고유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심에 하나 남은, 생태계가 매우 잘 보전된 습지를 꼭 골프장으로 만들어 파괴해야 할까요? 훼손된 생태를 복원하는 일은 생태가 보전된 지역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가고, 성공가능성도 비교적 낮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 상위 계층 1%의 이익을 취하고, 일반시민 99%를 버리는 골프장 사업을 당장 중지하고, 어린이 청소년 일반 시민을 위해 안전, 생태, 사회기여 등 모든 토끼를 잡는 김포공항 습지 생태공원 조성으로 한국공항공사가 박수 받는 공기업이 되기 바랍니다.

환경부 멸종위기종 금개구리를 만난 행운


저는 김포공항 습지를 만나기 전에는 산과 들에서 식물 중심으로 생태를 공부했습니다. 물에서 생태 공부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양서류를 접할 기회는 적었습니다. 이 습지를 접하기 전 제가 만났던 야생 양서류는 강원도립화목원에서 만난 청개구리와 ‘9기 에코워커’활동을 하면서 강서습지생태공원에 갔었던 날 만난 참개구리가 전부일 것입니다.

이렇듯 양서류와 인연이 없던 제가 금개구리를 만난 것은 먼저 9월 초, 첫 습지 방문 때부터 시작됩니다. 뙤약볕 아래 논둑에서 관찰을 끝냈을 때, 제가 관찰한 개구리는 총 5마리였습니다. 보통 양서류를 관찰할 때에 비하면 적은 수입니다. 집에 돌아와 한국 양서파충류 학회에 올라온 사진과 대조해 본 결과 5마리 중 4마리는 모두 비교적 흔한 개구리인 참개구리였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1마리의 개구리가 문제였습니다. 그 개구리는 가장 처음에 찍은 개구리였는데, 몸길이는 채 2cm도 될 것 같지 않을 만큼 작은 소위 '아기 개구리'였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큰 관심은 없었으나, 한국 양서파충류 학회의 양서류 자료에는 유사하다고 생각할 만한 사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진을 가지고 솔나리 선생님, 논 습지 중심으로 공부하시던 청미래 선생님 등 모든 방법을 통해 동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아직 어린 아성체로 성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 나타나지 않았고 사진이 충분히 선명하지 못하다."였습니다. 그래서 이 개구리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확실한 사진을 촬영하려는 목적으로 얼마 후, 다시 습지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렇게 작정하고 논둑을 뒤진 지 40여분 쯤이 지나고, 드디어 그 개구리로 보이는 한 마리의 개구리를 잡았습니다. 또한 그로부터 30분 쯤 되는 시간, 또 다른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즉시 그 개구리의 사진을 찍고 선생님께 보냈고, 몇시간 후, 뜻밖의 결과를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개구리가 바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II급 양서류인 '금개구리’'였습니다. 약 2개월동안 활동했던 '9기 에코워커’'에 지원한 팀 중 장남평야 등지의 금개구리의 이주 등의 활동을 한 팀은 있었지만 성체를 찍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뜻밖의 소식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이 금개구리가 부천지역 습지 최초 발견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 기사 검색에서도 김포공항 습지에 금개구리가 발견되었다고 나온 것을 토대로 생각했을 때 최초 발견이라는 것은 약간 의아했습니다. 이에 대한 내막은 선생님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모르고 있었으나 선생님은 얼마 전까지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생태환경위원장을 맡고 계셨는데, 김포공항습지에서 금개구리가 발견된 것은 서울지역에만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와 일행이 가서 금개구리를 본 곳은 부천 고강동에 속하는 오쇠천 습지이므로, 김포공항 습지 중 부천지역 습지에서 금개구리의 발견은 제가 처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어딘가에서 찾은 다른 사진으로 이 개구리가 금개구리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뛸듯이 기뻤습니다.
 
관찰이 정말 힘든 금개구리를 1시간여의 짧은 시간에 그것도 소규모로, 개구리를 보통 관찰하기 힘든 낮 시간대에 3개체나 관찰했다는 것은 습지 내부에 집단적으로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11월에야 발견한 소로(小路)를 통해 확인한 습지 내부의 수심, 갈대의 밀도 등은 그 기대를 확신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관찰한 것은 그 3개체가 그만입니다. 집단 서식을 확인하려면 번식기인 5~7월, 서늘한 오전 7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묵논 습지 내부에서 관찰해야 했으나 날씨가 추워져 동면 준비로 활동성이 적어지는 때, 번식기도 아닌 때에 논 주변에서만 관찰을 진행하였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는 연중 습지 탐사를 진행하여 금개구리의 집단 서식과 수원청개구리 확인에 도전하려 합니다.

생명을 품은 자연습지를 파괴하고, 한국공항공사는 골프장을 지으려 하니!
  
지금까지 4개월여 동안 습지를 계속해서 탐사하면서 평소 보지 못하던 많은 생태를 관찰하고, 뜻밖으로 금개구리도 발견하면서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한국공항공사가 2004년부터 추진 중인 27홀 골프장 사업의 대상 부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개발 사업에 문제가 있더라도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조용히 생태 공부를 하며 "저러면 안되는 데" 하는 안타까움만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 문제는 달랐습니다. 골프장 건설 백지화의 당위성이 확실하고, 건설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공기업이 온갖 꼼수를 동원하며 추악한 습지 파괴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안달을 내는 것이 저를 분노케 한 것입니다.
  
제가 김포공항 골프장 사업의 자세한 사항을 안 것은 지난해 11월의 숲 해설 날부터입니다. 그날은 숲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이 없어 선생님과 단 둘이 개화산에서 생태 공부 중 궁금하였던 것과 김포공항 습지 문제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선생님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천 지속협 활동을 하셔서 김포공항습지 개발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주요 내용은 골프장 사업은 굉장히 오래된 사업이지만 당위성이 전혀 없고, 마땅히 공항공사가 포기해야 하지만 부지가 하도 넓어 금개구리, 맹꽁이만으로는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견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김포공항 골프장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와 부천대책위에서 준비했던 '친구를 찾습니다.'행사를 통해 확신이 서게 됩니다. 주민설명회에서는 사업자들이 생태환경을 위한 대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농약에 관련된 것 빼고 환경윤리와, 그나마 일리 있다고 생각했던 조류충돌에 대한 것, 국제신종과 멸종위기종에 대한 질의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조류충돌 사항도 구체적 근거 없이 주장만 하고 있었습니다. 또 "친구를 찾습니다" 행사에서는 신종거미를 발견한 형, 부천YMCA 등 부천대책위의 몇몇 단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구체적인 현황을 알 수 있었고, 2명의 박사님께 윤리적, 실질적인 가치 등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얼마 전 개최된 이 사업 공청회에서는 반대 측인 공대위의 의견을 거의 묵살했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김포공항 습지에서는 황새(천199, 멸I), 재두루미(천203, 멸II), 금개구리(멸II)등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법적 보호종 32종과 우리나라의 중요한 생물자원인 국제 신종까지 서식한다고 밝혀졌습니다. 이런 자연보전지에 이루어지는 사업인 만큼 사업을 진행할 때는 견고한 논리에 의한 불가피한 사업이 아닌 이상 개발하면 안되는 데, 한국공항공사의 개발논리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허술한 상태에서 사업진행만 이미 많이 되어 있었습니다.

2005년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단 이틀의 현지조사와 허술한 저술로 생명이 춤추는 이 습지를 "환경이 파괴된 국유지"라며 그린벨트에서 해제했고, 그 후 시민사회단체들의 김포공항습지 공대위가 구성되고, 환경파괴지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자 재빨리 명분을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지금 내세워진 명분은 "활주로 주변 습지로 조류충돌을 예방하려 습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정확한 내막을 알지 못하면 그럴 듯 합니다. 그러나 2009년 국토교통부에서 제정한 ‘항공기 조류충돌감소업무 매뉴얼’의 9-3조에서 공항 주변에서 규제를 해야 할 부적합 시설을 규정하면서 '9. 골프 및 폴로 경기장'을 도축업 등과 함께 금지하였습니다. 또 같은 매뉴얼에 '부록-공항별 위험 경관요소'에서, 김포공항의 위험요소로 김포공항습지를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 한국공항공사는 지금의 자료가 아니라고 말하며, 김포공항 골프장 사업이 추진 결정된 2004년에는 국제규정에 따라 골프장이 금지시설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행 규정을 보면, 부적합한 시설로 아직도 '1.잔디재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골프장은 잔디류로만 구성되며, 계속해서 농약에 의한 관리가 일어나 잔디재배로 생각해야 합니다. 공항 주변에는 골프장은 여전히 금지 시설인 것입니다. 또한 2004년 시행중이던 1991년 개정 ICAO(국제민간항공기협회)규정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조류충돌 감소업무 매뉴얼의 기준으로 삼는 'DOC 9137'의 규정에서는 골프장을 부적절시설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해명자료에서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주민에 대한 우민 행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부적합 시설로 고려하였고, 위험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제가 한국공항공사에 가서 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자들을 만났을 때, 해당 부지가 언젠가 공항의 일부가 될, 그런 공항확장부지라고 합니다. 그래서 공항으로 바꾸기 가장 쉬운 시설인 골프장을 설치한다고 하는데, 청소년을 무시하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황당한 말입니다. 영업 이용 없는 국유지가 공항확장에 유리할까요? 버젓이 영업 중인 골프장을 폐쇄하고 위약금 무는 골프장이 공항확장에 유리할까요? 게다가 환경영향평가에서 부지가 곧 생명다양성이 아주 적은 건생초지로 변할 거라고 합니다.

물론 저절로 습지가 된 땅이 그렇게 변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건생초지로 변한다면 공항확장에 별다른 마찰도 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 문제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토지이용변경만 하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사업 시행의 진짜 목표는 돈벌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공항공사는 민간 기업 '인서울 27골프클럽'에 사업을 20년간 임대하고 연간 토지이용료 36억원을 번다고 합니다. 정작 주변 주민들에 대한 대책은 없습니다. 수익 일부로 사회기여를 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안은 없습니다.
 
김포공항 습지 보전의 당위성은 현재의 김포공항 습지는 모두를 위한 곳이라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김포공항 습지는 수도권에서 단 하나 남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땅, 바로 '원생 지대'입니다. 진짜 생태계 질서를 알 수 있는 수도권의 하나 남은 생태 교육장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천과 서울 서부의 녹지율은 전국 최하위이며, 매년 황사와 미세먼지가 날아듭니다.

또 주변에는 지역 농산물을 생산하는 등 이른바 '대장동 황금 들판'이 있습니다. 만약 이 김포공항습지가 농약으로 관리되는 골프장으로 변한다면, 도심의 열섬 현상은 더욱 강해지고, 중국발 미세먼지의 습격은 심해질 것이며 지역 농산물과 친환경 급식은 농약으로 얼룩질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학생들이 진짜 생태를 공부하려면 쉬이 접근하기 힘든 민통선 내부나, 저 먼 남쪽으로 가야만 하는, 그래서 시대적 트렌드인 생태,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골프장이 지어지면 누가 이익을 취합니까? 돈있는 사람들의 값비싼 놀이터가 될 뿐입니다. 그러나 생태공원이 지어지면 생태교육장으로써, 친환경 농산물의 허브로써, 열섬 현상과 미세 먼지의 방어 보루로써, 공항의 조류충돌을 막는 먹이창고로써 99%의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갑니다. 무엇이 우리 사회와 지역 주민에 이득일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곳에 골프장을 짓는 것은, 환경과 생태 모두에 재앙이 될 것입니다. 요즈음은 개발되었던 곳도 생태 녹지 공간으로 복원하는 등 자연환경 고유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심에 하나 남은, 생태계가 매우 잘 보전된 습지를 꼭 골프장으로 만들어 파괴해야 할까요? 훼손된 생태를 복원하는 일은 생태가 보전된 지역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가고, 성공가능성도 비교적 낮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 상위 계층 1%의 이익을 취하고, 일반시민 99%를 버리는 골프장 사업을 당장 중지하고, 어린이 청소년 일반 시민을 위해 안전, 생태, 사회기여 등 모든 토끼를 잡는 김포공항 습지 생태공원 조성으로 한국공항공사가 박수 받는 공기업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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