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열 난방을 공급하는 GS파워 앞에서 아파트연합회가 주최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3월 1일부터 열 난방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통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열 난방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LNG값도 내리고 기름 값도 내리는데 인상은 불가하다며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GS파워가 1년에 8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설 연휴에 2월분 관리비 명세서를 받았습니다. 난방비 때문에 ‘헉!’ 하고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려고 아파트를 넓혀 이사하면서 관리비가 더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11월 들어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난방을 했습니다. 물론 베란다 창에는 뽁뽁이를 붙이고 창문에 문풍지도 달았습니다. 밤에만 난방을 하면서 실내온도를 20도로 맞추었습니다. 11월 사용량을 받아보니 열량계로 2천㎥가 나왔습니다. 요금으로 28만 원 정도입니다. 다른 세대와 비교하여 3배 이상 썼다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난방비 ‘제로세대’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은 터라 혹시 기계고장은 아닌가 하고 관리소를 찾아갔습니다. 다들 전열기를 쓰거나 난방을 소극적으로 하기 때문이지 기계고장은 절대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단지도 제로세대가 몇 집 있지만 실제로 난방을 안한다고 합니다. 그 날부터 매일 열사용량을 기록하고 온도도 20도 미만으로 유지했습니다. 집안에서도 양말을 신고 겉옷을 챙겨 입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11월 사용분을 고지 받았을 때는 이미 12월 하순이었기 때문에 12월 사용량 관리는 늦어버린 상태였습니다. 12월 사용량은 무려 3천㎥를 넘었습니다. 공동 사용분을 제외한 요금이 무려 41만원.

매일 열량계를 기록하고 유난을 떨어서 1월에는 2,139㎥로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1월부터는 어른들 계신 방에 전기장판도 깔아드렸습니다. 20도 미만으로는 방바닥이 미지근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2월에는 1,500㎥ 미만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1월 저희 집 열에너지 사용량은 다른 집과 비교하여 두 배 이상입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열병합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열에너지는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싸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만 제가 겪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열 요금에 대해서는 현재도 이렇게 민감한데 3월부터 인상한다니 다들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인상 통지는 지난해 12월에 와 있었다고 합니다. 연료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인상하겠다고 신고했는데 겨울철 성수기에 인상할 수 없다며 정부가 막고 있었다고 합니다. 열 요금은 지자체 소관이 아닙니다. 공급자가 필요할 때 정부(산업자원부)에 신고하여 변경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집회에서 저도 발언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열 열에너지 생산시설을 민영화하고 관리를 공급자에게 일방적으로 맡겨버린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열에너지는 사용자가 마음대로 사용여부를 선택할 수 없는 공공재입니다. 전기나 수돗물처럼 마땅히 공공영역에서 관리해야 하며 요금도 공공요금에 준하여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열 에너지의 공공재적 성격을 반영하여 공급자에게 다양한 혜택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공공재산을 우선 이용할 수 있고 그 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으며 사유지라도 꼭 필요한 경우 강제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요금과 관리규칙은 신고제입니다. 공동주택 입구까지만 갖다 주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책임지지 않는 것이 신고된 관리규칙입니다. 노후 배관으로 인한 열 손실도 사용자의 책임이고 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로세대가 있어도 공급자는 책임지지 않고 나머지 사용자들이 분담해야 합니다. 검침도 사용자들이 해야 합니다. 가스요금처럼 공급자가 직접 검침하거나 전기요금처럼 검침수당을 지급하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일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공급자가 정한 공급규칙에 의해 사용자의 몫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다행이 기름 값이 내리는 등 공급 여건이 변화하여 이번에는 인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신고제로 되어있는 이상 정부가 무한정 인상을 틀어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집단에너지공급법을 고쳐서 공공관리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 처방입니다. 차제에 다른 공공재의 민영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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