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칼럼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 입사하고 제일 처음 맡게 된 일은 안심알바센터 업무였습니다. 안심알바센터란 부천 지역 내 고등학교로 한 달에 한두 번 찾아가 학생들이 겪는 아르바이트 고충 상담 및 권리구제를 해주는 일입니다. 작년까지는 노무사님과 같이 진행했지만, 올해부터는 혼자 나가게 된 지라 설렘 반 무서움 반으로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상담사례도 찾아보고 노동관계법도 공부하고 그동안 센터에서 상담 전화를 받은 경험으로 무장을 하고 자리에 앉아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사실 처음에 이야기를 나눌 때까지만 해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휴게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근무시간 이전에 출근해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에 관한 이야기는 충분히 제가 설명을 해줄 수 있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서로 이야기를 해나가다가 어느 순간 학생이 조심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근데 3.3% 말이에요, 안 뗄 수는 없어요?”

막연하게 “3.3%는 사업소득세를 떼는 거예요. 고용주가 근로기준법상의 의무를 피하려고 학생을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자로 만들어버리는 거예요”라는 말을 기계처럼 준비하고 있던 저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세금은 의무예요.”라는 말이 혀끝에 맴돌았지만 저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답이 아닐 테니까요.

"왜 세금을 내고 싶지 않아요?”

그날 학생에게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무언가를 나르는 일을 많이 하니까 손목이 아픈데 이런 걸로는 산재 처리가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일하면서 아픈데도 보상받지 못한다면 세금을 내는 이유를 모르겠고 아깝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3.3%를 떼는 개인사업자니까 근로자성을 입증을 해야 한다든지, 관절염 산재 같은 건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데 조금 어렵긴 하다든지 하는 말은 그 순간에는 맞지 않는 말 같았습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출처 유튜브 JTBC 뉴스룸)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출처 유튜브 JTBC 뉴스룸)

 

그 학생은 곧 일을 그만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아르바이트를 할 거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또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겠지요. 학생을 고용하는 어른들은 지금 당장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3.3으로 계약서를 쓰자고 할 거고,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그건 산재가 안 될 거야라고 이야기하겠지요. 그날 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호해주지 않는 어른들 속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헌법에 명시된 저 문장이 유명무실해지지 않게, 법 조항으로만 남지 않게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슬비(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권리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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