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AI 대화 프로그램인 챗 GPT가 유행입니다. AI가 점차 발전하면서 이것이 의사를 대체하지는 않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AI가 자체의 빅 데이터로, 훨씬 더 많은 정보와 뛰어난 정보처리력을 갖고 있기에 판단을 더 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의학 AI 왓슨은 기대에 못 미쳐 잊혀 가고 있습니다. 일일이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며, 판단이 필요한 애매한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해 가이드라인과 별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만약 뛰어난 기능을 가진 AI가 나오면 완벽하게 의사 대체가 가능할까요? 동네 의사로서의 경험으로 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치료는 관계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환자는 컴퓨터에 대고 말하는 것보다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어 합니다. 의사와 환자는 서로 대화하면서 치유적 관계를 맺고, 같이 질병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나갑니다.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다양합니다. 단순히 약 처방을 원하는 환자도 있고, 혹여나 자신에게 심각한 질병이 있는지 걱정하는 환자도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이들의 말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드러납니다. 의사는 이를 파악하여 물질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상담 등 다양하게 필요한 치료를 합니다.

의사는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과 함께 환자를 돌보는 역할을 합니다. 돌봄과 관련하여, ‘애착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습니다. 실험자가 아기 원숭이 앞에 두 개의 엄마 원숭이 인형을 놓아두었습니다. 하나는 우유병이 달린, 철사로 만든 원숭이이고 다른 하나는 우유병이 없는, 헝겊으로 만든 원숭이입니다. 아기 원숭이는 과연 둘 중 어떤 원숭이에게 애착을 보였을까요? 예상과 달리 아기 원숭이는 우유병이 달린 철사 원숭이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헝겊 원숭이에게 더 큰 애착을 보였습니다. 동물 윤리랑 관련해서는 끔찍한 실험이었지만, 저는 이 실험에 대해 읽고 돌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진 출처 (픽사베이)

 

아픈 환자는 단순 약 처방뿐만이 아닌 따뜻함과 위로를 원합니다. 의원이나 병원에서 환자가 돌봄을 받고, 사람들과 대면하며 느끼는 경험 그 자체가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줍니다. 환자는 고쳐야 하는 부품들로 이루어진 기계가 아니라 육체와 정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람입니다. 환자는 치료하는 기계가 아닌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AI가 공감하고, 돌보는 기능을 갖지 않는 한 돌봄 체계의 일부인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는 정보 입력의 문제입니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할 때 자기 인식을 담아 말합니다. 또한 눈으로 관찰하는 환자의 상태도 질병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줍니다. 환자의 질병은 환자들의 시각으로 해석되어 의사에게 전달되고, 의사는 그것을 의학적으로 해석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질문을 추가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치료에 관한 판단을 합니다. GPT처럼 대화가 된다면 환자 정보를 모을 수는 있겠지만, 환자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파악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질문들을 하기에는 AI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AI와 의사와의 관계는 서로 보완해 나가는 관계입니다. 의사가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정보 값을 입력하면 AI가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통해 몇 가지 해결책을 추천하면 의사가 최종적인 판단을 합니다. AI가 가진 뛰어난 정보 처리 능력의 도움을 받으며 결국 의사가 판단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 방향입니다. 생각보다 의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많습니다. 의학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환자가 어디까지 치료하고 싶은지, 생활적으로 행동을 고칠 수 있을지까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의사는 따뜻함과 돌봄, 판단과 책임 측면에서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자를 전인적으로 바라보는 치료가 필요하며, 이러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의료인과 의료 시스템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하정은(부천시민의원 원장)

 

하정은 원장
하정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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