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문인

시민의 기도

                                               박미현

 

천지를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 나의 하나님

아시겠지만 얼마 전 대참사가 있었습니다

반짝반짝 윤이 나던 아이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습니다

시내 한복판 길거리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온몸이 오그라드는 충격이었습니다 인재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도 관계자도 사과하지 않습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먹고 사느라 바쁘고

오로지 아이들 가르치는 거밖에 모르고

아이에게 TV도 못 보게 하고 책만 읽게 하고

자식만 보고 살았습니다

항시 삶 쪽을 택했던 것처럼 현실을 직시했고

눈부시게 돌아가는 세상과 저랑은 별개였습니다.

교회에 나가고 하나님 말씀을 듣고 기도를 하고 헌금을 하고

작은 규칙 위반에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고

단체에 후원을 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를 하며

적금 타서 여행 가고 싶은

평범한 생활을 하며 평범을 꿈꾸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착하고 최선을 다해 살았던 우리 아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한테 인사도 못하고

이런 일을 겪게 되었는지

입시지옥 무한경쟁에서

그날 하루만이라도 마음 놓고 놀고 싶었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아이

아이가 떠난 후 저는 죽었습니다

자꾸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부처는 사과와 책임도 없이 배상을 운운합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하지만

사회는 갈수록 각자도생이고

자본과 권력은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나님 하나님, 나의 하나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굳게 믿게 하시고

인간이 인간을 믿는 믿음과

자신을 믿을 수 있는 힘을 주시고

뼈와 살이 녹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시되

용서하지 않을 용기와 능력을 주시옵소서

아멘.

 

박미현 프로필

2005문학저널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일상에 대한 모독, 그리하여 결핍이라 할까

한국문인협회, 부천민예총 회원

박미현 시인
박미현 시인

 

키워드

#박미현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