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약사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23

A 환자: 윤 약사님, 제가 혀에 하얀 게 껴서 입맛도 통 없고 그러네요. 왜 그런 걸까요?

윤 약사: 어르신, 혹시 날마다 쓰시는 천식 흡입기를 잘 세척해서 쓰세요?

A 환자: 그냥 들이마시고는 뚜껑을 닫아 놓았어요. 그러고 보니 약사님이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세척하라고 하셨는데요.

 

천식 흡입기(사진출처 픽사베이)
천식 흡입기(사진출처 픽사베이)

 

기관지 천식을 앓고 있는 분들은 흡입제를 사용하시는 일이 많은데요, 보통 구강 흡입제 입구를 입술로 물어서 한 번에 분사한 후에 쑤웁~”하면서 흡입하게 됩니다. 사용한 후에는 뚜껑을 닫아 실온에 보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흡입기에 입술이 닿으면서 침이 묻을 수 있습니다. 침이 묻은 채로 뚜껑을 닫아 보관하다가 실내 온도가 습해지거나 더워지면 세균 서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를 다시 사용했다가는 흡입기에 묻어 있던 세균에 의해 감염될 우려가 큽니다.

그렇다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분사형 천식 흡입기의 올바른 사용법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뚜껑을 열고 서너 차례 흔들어 줍니다. 그리고 흡입기를 사용하기 전에 충분히 숨을 내뱉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들이마시는 숨의 크기가 커집니다. 그리고 흡입기 약물이 나오도록 눌러 준 다음 5초 동안 천천히 들이마신 뒤에 10초 정도 숨을 멈추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폐와 기관지까지 약효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약은 복용하는 약이 아니라 흡입하는 약제이므로 제대로 약효를 경험하시려면 잘 흡입하셔야 합니다. 즉 바로 숨을 쉬어 호흡을 뱉어 버리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천식 흡입기는 주로 스테로이드라는 약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물로 입안을 헹구어 주셔야 치아가 부식되거나 구강 내 칸디다라는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잘 흡입하신 후에 약물이 치아나 구강 내에 남아 있지 않도록 반드시 물로 입 안을 헹궈서 뱉어 주셔야 합니다. 많은 분이 이 과정을 생략한 탓에 치아나 구강 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주에 한 번 정도는 수돗물로 흡입기 입구를 씻어 주셔야 합니다. 세균을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뚜껑이 있는데 오히려 뚜껑을 닫아버려서 세균번식의 위험이 커지기도 합니다. 기관지 환자들에게 세균 감염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수돗물로 세척하기가 힘드시다면 알코올 솜으로 닦아 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흡입기는 사용횟수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자주 이 숫자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60회로 설계된 흡입기는 한 번 사용하면 “59이렇게 사용할 때마다 숫자가 줄어듭니다. 3이나 2로 표시되면 새로운 흡입기를 준비하시고 0이 나오면 버리고 새로운 흡입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천식 흡입기와 더불어 만성 비염 환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비염 스프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코 입구나 조금 안쪽에 주입기를 넣고 약물을 뿌려주는 형태로 사용하는데요, 코막힘이 심한 경우나 또 콧물이 줄줄 흐를 때 사용하면 주입구에 콧물이 묻어서 오염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염 스프레이 사용 후에는 반드시 주입구를 소독하거나 물로 씻은 후에 뚜껑을 닫아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오랜만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주입구를 소독하거나 세척해야 합니다.

천식흡입기나 비염스프레이를 자칫 잘못 관리했다가 다른 병을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윤선희(부부약국 대표 약사, 부천시 약사회 전 회장)

윤선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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