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오늘 아침 청주에서 구제역이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다시 또 살아있는 생명을 땅에 묻어버리는 일이 반복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 가슴이 하고 내려앉는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소고깃국은 생일과 명절, 제사가 있는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고, 소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육류소비량 증가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50년 동안 1인당 육류소비량은 5.2kg에서 54.3kg으로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소고기는 1.2kg에서 13kg으로 증가했다(전국한우협회 자료)

만일 우리가 식물성 위주의 식사를 생활 습관으로 실천하면 1인당 연간 1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 실제로 선진국 사람들은 연간 8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인도사람들은 연간 2톤을 배출한다. 그래서 선진국 사람들이 인도인들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감소시킨다면,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평균 섭씨 2도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중형 승용차가 연간 1km를 주행하면 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전기차를 사용하면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미국에 가기 위해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를 왕복하면 이코노미 석을 타더라도 0.7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고 한다.

 

인간 세계에 태어난 닭의 운명은 참으로 슬프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인간 세계에 태어난 닭의 운명은 참으로 슬프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육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면, 우리가 매우 좋아하는 치킨은 닭을 주재료로 만들어진다. 알에서 부화한 닭이 치킨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1.2kg) 정도이다. 오리는 닭에 비해 1.5배의 기간인 6(3.6kg)를 살다가 훈제오리, 오리백숙 등으로 변신해서 우리에게 온다. 계란을 얻기 위해서 키우는 닭은 조금 더 오래 살게 된다, 하지만 생후 20주 이후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는데, 76~78주가 지나면 알을 낳는 숫자가 줄어들고 사료만 먹어 치우는 미운 닭이 되어버리고, 바로 숙청(?)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러나 치킨집으로 팔려 가기에는 이미 늙은 닭이 되어버린 암탉은 베트남 등지로 저렴한 가격에 처분된다.

인간 세계에 태어난 닭의 운명은 참으로 슬프다. 태어나면서 바로 뾰족한 부리가 기계에 의해서 잘리는데, 요즘은 방사선으로 처리해서 조금 수월한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케이지 사육장에서 스트레스에 견디지 못한 닭들이 서로를 쪼아서 피를 흘리는 상처가 나므로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최애식품 삼겹살, 전 세계의 삼겹살 생산량의 1/4을 우리 국민이 소비한다. 우리는 돼지라고 하면 탐식과 더러움, 냄새를 떠올리지만, 돼지의 특성 중 하나가 청결이라고 하면 놀라울 것이다. 본래 돼지는 용변을 본 곳에서는 절대로 잠을 자지 않는데, 살아갈 환경이 자신의 특성을 살릴 수 없고, 오물이 뒤섞인 진흙 구덩이에서 살 수밖에 없으니 참 슬픈 일이다. 수퇘지는 태어나서 3개월 이전에 거세를 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돼지 냄새가 심해서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돼지고기에서 돼지 냄새가 나는 것이 이상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친다. 돼지는 태어나서 180일 이후에 도축장으로 끌려간다. 그 기간을 넘어가면 경제성이 떨어지고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급격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야생닭의 수명은 25~30년이다.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지만, 인간에게 식품으로서 역할을 하는 닭과 오리, 소와 돼지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길러지고 수명이 종결된다. 사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잠시 채식주의자로서 나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 한참 고민했었다(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인간의 미각과 후각은 천연의 경보장치다. 그런데 인공감미료와 향신료, 식품첨가물이 음식에 더해지면서 식품 본래의 맛과 냄새를 덮어버리고 후각과 미각의 능력조차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감자 칩을 생각해 보면 된다. 얇고, 바삭하고, 짭짤하고, 고소하고, 혀에 착착 붙는 맛에서 우리는 감자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으니 말이다.

 

감자(사진출처 픽사베이)
감자(사진출처 픽사베이)

 

어디 감자만 그러한가? 7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벌레도 생기지 않는 수입 밀가루에 설탕과 기름과 식품첨가물과 향신료가 들어가서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입 안의 어리석은 혀는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가는 달콤 짭짤 고소함의 쾌감을 놓지 못한다.

오늘 아침 후배가 주말에 시골에서 채취했다며, 참나물과 머위나물을 가져다주었다. 참나물은 생으로 먹어도 된다며, 줄기를 잘라서 먹어보란다. 향기가 온 입안을 가득 채운다. 봄나물 가격은 향기 값인 듯하다. 엄나무 순을 살짝 데쳐서 따뜻한 밥에 고추장과 참기름 넣고 비벼서 먹어보면 안다. 나의 입과 몸에 올해의 봄이 그득해지는 느낌을 말이다.

몇 년 만에 편하게 마스크를 벗으니 요즘은 세상 살맛 난다. 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초미세먼지 때문에 속상해지곤 한다. 이때 무말랭이차와 더덕차, 맥문동차를 드시면 콧속, 기관지, 폐 속에 낀 초미세먼지를 깨끗하게 쓸어내 줄 것이니 하루에 한 번은 커피 대신 드셔봄이 어떨까 싶다.

 

| 이영주(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부천시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장)

이영주 이사장
이영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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