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 3, 4학년 아이들의 어버이날 이야기

산학교 3, 4학년은 <꽃과 꽃밭>을 주제로 주제학습을 하고 있다. 알뿌리 식물을 키우며 애정을 쏟고, 씨앗을 심어 하루하루 변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바야흐로 봄이 와서 온 천지에 꽃이 나부끼는 계절에 우리 반은 나들이를 다니며 조금씩 조금씩 꽃을 모아 압화로 만들었다.

두꺼운 책에 예쁜 꽃들을 끼워 놓고, 고운 색과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꼬박 한 달을 기다렸다. 풀숲에 숨은 봄 까치, 냉이꽃부터 흩날리는 벚꽃과 화려한 조팝까지. 새로운 꽃이 보이면 모두 모아 압화로 만들고는, 열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압화를 이용한 어버이날 편지쓰기
압화를 이용한 어버이날 편지쓰기

 

그리고 드디어, 어버이날에 그 꽃을 열어보았다. 어느새 봄이 지나고 4월의 꽃들은 모두 져버렸지만, 책 사이에 꽂힌 압화는 종이처럼 얇게 펴진 채 그대로였다. 모두 다른 꽃이지만, 저마다 다르게 예쁘다. 꽃잎만 있기도 하고, 수술과 꽃받침만 남기도 했다. 모두 조심히 집어 예쁜 종이에 올리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기로 했다. 아이들은 바짝 마른 꽃을 다치지 않게 올리려고 정성을 들인다. 교사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마음을 다해 꽃을 올리는 아이들이 예쁘다.

한 아이의 편지가 유독 마음을 울린다.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이해해주고 사랑을 줘서, 내가 있어요.”

당신이 나를 이해해서, 나에게 사랑을 줘서, 내가 여기 이렇게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있다. 그 말이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것이 아닐까. 당신의 사랑 덕분에, 내가 나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전하는 것.

가족의 행사가 많은 5월에, 우리 모두 소중한 관계 안에서 서로의 고유함을 느끼고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강가(산학교 3, 4학년 생활교사)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이해해주고 사랑을 줘서 내가 있어요.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이해해주고 사랑을 줘서 내가 있어요.
압화를 이용해 만든 어버이날 편지
압화를 이용해 만든 어버이날 편지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