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 박종선의 「사전약방문(事前藥方文)」

5월이 되면 아침과 저녁으로 기온 차가 심해지지만 낮에는 초여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더워집니다. 따뜻해진 날씨 때문일까요? 2월 하순부터 시작된 봄꽃들의 잔치는 5월에도 계속됩니다. 매화냉이살구탱자들현호색복사꽃모란뽀리뱅이씀바귀고들빼기반하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4월 말 5월 초가 되면 작약이 주인공이 됩니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작약을 약초로써 뿐만 아니라 조경용으로도 많이 심었습니다. 옛날에 시골 골목이나 길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영향일까요? 도시에서도 화단, 공원 등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효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꽃이 아름다워 화훼농가의 소득을 올려주는 훌륭한 약초입니다.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작약꽃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작약꽃

 

꽃의 모습이 모란과 비슷하여 혼동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데 두 식물의 큰 차이는 작약은 초본이고 모란은 목본이라는 것입니다. 줄기를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작약은 우리 인간에게 부족한 혈()을 보충해주는 뛰어난 효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혈()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혈이 부족한 것이 꼭 빈혈(貧血)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개념으로 혈()은 기()와 함께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로 젊을 때 또는 생명현상이 원활할 때는 상대적으로 인체에 많이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 노화가 진행되거나 과도하게 체력을 소진할 경우 기와 혈의 양이 줄어들어 혈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작약꽃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작약꽃

 

혈이 부족하면 어떠한 현상이 발생할까요?

인체에 빈 공간이 생기다 보니 인체 구석구석까지 혈이 돌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에 놓이면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첫 번째, 어지럽습니다.

앉았다 일어나면 핑 돌거나 눈앞에 별들이 왔다 갔다 합니다.

두 번째,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깜빡깜빡 잊어버리고 심하면 치매로 혼동될 수 있을 정도로 건망증이 생깁니다.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작약꽃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작약꽃

 

세 번째,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습니다.

쥐가 많이 나고 저림 현상이 나타납니다. 심하면 근육이 경직되어 통증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혈의 양이 줄어듦으로써 근육을 자윤(滋潤)하는 즉, 적셔주는 기능이 떨어져서 뭉치게 됩니다.

네 번째,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잠들기 힘들거나 잠에서 깨면 다시 잠이 들기 어렵습니다. 노화가 되면 신장의 기능이 약해지고 그에 따라 방광의 기능도 약해집니다. 자다가 1~2번 정도 소변보러 화장실에 다녀옵니다. 이러한 생활 때문에 잠이 들기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혈허불면(血虛不眠)이라고 합니다.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작약꽃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작약꽃

 

다섯 번째, 꿈을 많이 꿉니다.

쫓기는 꿈이나 떨어지는 꿈을 많이 꾸게 됩니다.

작약은 혈을 보충함으로써 이러한 증상의 완화를 촉진해줍니다. 작약은 당귀와 함께 혈을 보충해주는 대표적인 약초인데 대표적인 처방으로 사물탕(四物湯)이 있습니다. 사물탕은 십전대보탕을 구성하고 있는 처방으로 부족한 혈을 보충해주고 순환을 촉진해주는 명방(名方)입니다.

 

박종선(한약사, 약초당한약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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