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료생협은 70년 동안, 한국 의료협동조합은 30년 동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해 왔다.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의료협동조합은 지역사회 안의 의료 격차를 줄이고 의료 서비스가 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대안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건강은 단지 아플 때 치료받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질병이 있고 장애가 있어도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활기찬 생활을 위해서는 서로 돕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살아있어야 한다.

일본과 한국 의료협동조합에서 중요하게 실천해 온 영역 중 하나는 건강리더. 지역 주민이 건강을 잘 알고 실천하는 리더가 되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이끌어 주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전국에 약 7개 의료협동조합이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건강활동을 하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60세 이상 노인을 선발하여 고령의 노인을 만나 건강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부천의료협동조합도 2022년부터 건강살롱이라는 이름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 건강활동으로 확장했다. 부천 내 장애인활동지원센터를 통해 10명의 장애인, 부천혜림원에 거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중 8명을 만난다.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취약계층 건강증진 활동-건강살롱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취약계층 건강증진 활동-건강살롱

 

부천혜림원과 부천의료협동조합은 부천혜림원에 거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이 지역사회와 관계 맺기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함께 해왔다. 자립을 준비하는 장애인이 조합원으로 가입하기도 하고, 혜림원 거주 장애인 8명이 꿈땀으로 찾아와 미술활동과 체육활동을 하기도 했다. 올해는 부천혜림원 이용자 8명이 월 2회 우리 조합으로 와서 미술활동과 체육활동을 하면, 우리 건강살롱 건강지킴이가 활동을 지원해 준다. 그리고, 나머지 월 2회는 우리 건강지킴이가 부천혜림원에 가서 8명을 만나 산책, 운동 등 바깥 활동을 함께 한다.

장애인의 경우 사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보다도 협소하다. 가정이나 시설에 고립되어 사회참여와 관계 맺기가 제한적이다. 장애인이 가정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밖으로 나와 함께 관계 맺을 다양한 기획을 해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연결되어 친구가 되고 서로 돌보는 관계 속에 새로운 상상과 기획이 만들어질 수 있다. “모두가 달라서 모두가 좋다.” 일본 미나미의료생협의 중요한 모토 중 하나다. 사람은 모두 다 다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받고, 그런 개개인의 사람들이 함께 뫼면 다채롭게 빛나니 아름답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기만 해서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각자의 존재가 자신의 삶을 인간답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노인, 장애인, 아픈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공동체가 서로 돕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체가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변화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 장애인이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살기 위해서는 의식주처럼 생존에 필요한 기본 사항 외에도 사람들과 일하고 관계를 맺고 참여할 지역사회가 필요하다. 사회 내의 각기 다양한 영역과 사람들도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탈시설을 해도 사회에 적응을 못해 다시 시설에 들어간다는 말을 심심찮게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말이다.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장애인이 살아갈 환경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사회가 성찰하고 변화해야 한다. 공동체 안의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갈 수 있는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작은 연결 고리들이 지역사회의 장애인-비장애인 지지체계로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선주(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이선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이선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