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약사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23

어르신: 윤 약사, 나 오늘 아들한테 차 키를 뺏겼어요.

윤 약사: 아니 왜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어르신: 어제저녁에 수면제 먹고 자고는 오늘 아침에 아들네 가느라 급하게 운전해서 가는데 교통사고 날 뻔했지 뭐예요.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아주 죽는 줄 알았어요.

윤 약사: 몇 시에 운전하셨어요, 아침에요?

어르신: 오전 10시에 운전대를 잡았는데 어제저녁 10시에 수면제를 먹었고 수면제를 먹으면 아침까지 잠이 안 깨는 건가요?


정말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전날 밤 수면제를 먹고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아침에 운전하시다가 교통사고가 날 뻔하신 경우입니다. 사람에 따라 수면제의 용량과 작용 시간이 달라서 즉, 언제 약물이 모두 대사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몇 시간 뒤에나 중요한 작업을 해도 될지 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여 평상시에 수면제를 자주 복용하시는 분들은 운전을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에게 자주 약물에 대해 자문하는 경찰관이 약물로 인한 교통사고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실제로 수면제 복용 후 운전대를 잡았다가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졸음운전에 영향을 주는 약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아주 흔하게 등장하는 졸음 유발 약물은 바로 수면제입니다. 수면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잠이 깨서 일상적인 집중력을 찾는 걸로 생각하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위험한 기계 조작이나 운전은 피하셔야 합니다. 또한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술을 복용하게 되면 뇌의 상태는 더욱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환각, 환시 증세도 보이고 몽유병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수면제를 먹고 술을 드신 후 밤새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체포되었는데도 그때 그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분도 보았습니다.

두 번째로 식욕억제 효과를 가진 다이어트 약입니다. 이 약물 역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중독상태에 이르면 손 떨림, 정신 이상, 몽롱한 증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결혼을 앞두고 살을 빼려고 다이어트약을 복용한 여성이 어느 날 운전대를 잡고 6중 추돌 사고를 일으켜 검거되었는데 차에서는 다량의 다이어트약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 약물 역시 졸음, 환각 작용을 일으킨 것이지요. 검거되자마자 전쟁이 나기 전에 차를 대피시키려다가 그랬다며 횡설수설했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세 번째로 조심해야 할 약물은 수면제나 다이어트약처럼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안정제로 처방되는 약들인데 이 약물 역시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키다 보니 졸음을 유발할 수가 있습니다. 이 약들을 자주 복용하는 편이라면 특히 장시간 운전은 금물입니다.

네 번째로 정신건강 의학과에서 주로 처방받는 약물로 치매약, 우울증 치료제, 조현병 예방약들입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소위 뇌를 지배한다는 약물입니다. 즉 뇌에 들어가서 망상이나 우울감, 경련들을 일으키지 않도록 뇌의 과도한 활동을 억제하는 약이다 보니 졸음 현상이 나타날 수가 있어서 집중을 요구하는 운전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 번째로 주로 콧물감기나 알레르기 증세에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라는 약물인데요. 부작용으로 졸음 현상이 있습니다. 만약 만성비염 증세나 만성 알레르기 질환으로 자주 이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운전을 조심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이 약을 먹어야 한다면 운전 후 도착지에 가서 약을 먹거나 약의 용량을 줄여서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안구 건조 안약과 알레르기 안약 등 안약 사용 후에도 바로 운전대를 잡으시면 안 됩니다. 졸음을 유발하진 않지만, 시야가 흐려질 수 있어서 안약을 넣은 후 바로 운전을 시작했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운전이 일상이 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흔하게 복용하고 있는 약물로 인해 언제든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 잘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윤선희(부부약국 대표 약사, 부천시 약사회 전 회장)

 

윤선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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