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칼럼

정말 단순한 계산으로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반은 사업주가, 반은 노동자가 된다. 물론 현실은 노동자가 훨씬 많지만 말이다. 내 말은 그 누구도 생계의 현장에서 노동의 문제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규정상 만 15세를 넘으면 임노동에 종사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도 아르바이트란 이름으로 많은 학생이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교육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에게 총 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내모는 것과 같다. 대학생들도 말할 것 없다.

엄청난 대학 등록금의 압박 속에 그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해야 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인터넷 등을 통해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 고작이다.

언제까지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무엇을 갖고 싸울 것인지를 어깨너머로 배우게 해야 할 것인가?

그래도 간간이 고등학교 중에서는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법 특강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많지 않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적어도 한 학기 정도는 정규수업으로 편성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상급학교를 진학하기 위한 수업을 하기에 바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선택의 문제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자신들의 권리를 못 찾아 헤매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그래서 결국 시기를 놓쳐 피해를 보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를 교육하는 것이 낫지 싶다.

노동권 교육은 교육감만 잘 뽑으면 가능하다. 그래서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잘 뽑은 교육감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노동권 교육을 통해 좀 더 사회에 나가 생존력 강한 아이들을 만들어야 이 사회가 좀 더 밝아질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미래도 밝아진다.

사진 출처 : 윤미향 국회의원 블로그
사진 출처 : 윤미향 국회의원 블로그

한 달에 약 120통의 상담전화를 받는다.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어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연장근로수당을 왜 줘야 하냐고 반문한단다. 갑자기 닥친 인문학적(?) 질문에 말문이 막힌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법에 쓰여 있어도 자기는 모르니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갖고 오란다. 그럴 경우엔 정말 짜증이 난다. 너무 당연한 것은 행정해석도 없다. 노동청에 진정 넣으라는 말에 조합원들은 겁을 낸다.

역설적으로 배움이 넘쳐야 하는 학교야말로 노동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운 곳이다. 그런 막무가내식 학교 행정을 마주할 때마다 가서 노동법교육이라도 대신해주고 싶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성인들의 노동권 교육이 필요한 대목이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빨갱이와 동의어로 쓰이던 시대를 살아왔던 기성세대에게도 노동권 교육을 통해 사업주에 대한 본인의 권리가 무엇인지 국가에 대한 노동자들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노동의 양극화 시대를 개탄하면서 우리는 그 대상들에게 권리가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일은 소홀히 해왔다.

복지정책의 수립과 시행이 국가의 의무가 아니라 왕조시대의 성군정치쯤으로 착각하는 봉건 이데올로기의 시대에서는 노동권은 당연히 불경한 죄가 되겠지만, 현대 우리나라는 엄연한 공화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이상 노동권 교육은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 노동법은 위기에 빠진 초기자본주의를 구해낸 자본가들의 현명함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노동권은 그 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된 엄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하윤성(공인노무사,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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