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부천비상행동 ‘1.5비상비상’

오는 7, 일본 정부는 계획대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이 오염수는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처리한 뒤 많은 물을 섞어 희석 방류할 예정인데 이렇게 일본이 버리려 하는 오염수는 130t이며, 방류 기간은 약 30~40년이다.

그렇다면 ALPS(다핵종제거설비)만으로도 안전한가? 많은 전문가가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처리 과정을 거쳐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은 제거되지 않고, 삼중수소와 탄소14와 같은 물질은 처리되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유튜브 캡쳐)
사진출처(유튜브 캡쳐)

 

기준치는 절대적인가?

612일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는 민주당 김성주 의원의 총리는 안전이 검증되면 오염수를 마시겠냐?”라는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WHO의 음용 기준에 맞는다면 마실 수 있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한덕수 총리가 말한 기준은 삼중수소에 관한 것이다. 삼중수소는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도 정화되지 않고 남아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해당 기준을 언급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인 평균 62Bq/L15Bq/L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WHO의 기준 이하인 것은 맞다.

그러나 WHO는 방사성 핵종 기준치를 제시하면서 이 기준치를 적절하거나 허용된 수치로 여겨선 안 된다며, 방사선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제시된 기준 이하라고 해서 무조건 안정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우 음용수 내 삼중수소 기준을 살펴보면 일본의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다. 미국 환경보호청 규정을 베크렐로 환산하면 음용수 내 삼중수소 농도는 740Bq/L이며, 유럽연합은 의회 지침을 통해 삼중수소 농도를 100Bq/L 이하로 규정해놨다. 일본의 목표치인 1500Bq/L은 미국보다 2, 유럽연합보다 15배가 더 높은 농도다.

 

기후위기부천비상행동 회원들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피케팅
기후위기부천비상행동 회원들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피케팅

 

침묵의 봄이 주는 교훈

기준치는 절대적이지 않다. WHO의 기준치는 최소한의 수치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생태계의 모습을 담아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떠오른다. 다음 내용은 이 책의 일부다.

당시 정부 당국은 안전한 조치라는 이름으로 무차별로 화학약품을 살포했다. 800통이 넘는 시민들의 전화에도 불구하고 비행기의 살포는 전 지역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알드린의 흰 가루는 곳곳에 남아있었고, 비가 오게 되면 그 가루가 녹은 웅덩이는 죽음의 웅덩이가 되었다. 이 지역은 이후 다람쥐, , 고양이 등 수많은 생물이 발작을 일으키고 경련증세를 보였다.”

살포된 농약은 플랑크톤의 세포질에 흡수되고 농축된다. 이 플랑크톤은 작은 고기, 새 등 먹이사슬을 통해 이동하고 최종적으로 인간에게 도달된다. 실제로 1991년에 조사해보니 세계 각국 사람의 지방조직 속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농약이 빗물에 섞여 농토에서 하천으로 이동한다. 그렇게 농약은 해류를 타고 남극과 북극까지 이동한 것이다.

안전한 조치라는 이름으로 살포된 살충제는 다람쥐, , 고양이, 인간, 자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기준치 이하라는 명목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가 시작되면 130만 톤의 방사성 오염수가 30~40년간 방류된다. 그 기간에 어떤 환경 변화가 일어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침묵의 봄에서도 지적하듯, 진짜 문제는 먹이사슬에 의한 해양생태계 내 축적이다. 이미 기존의 유출만으로도 농어 등 수산물에서 세슘 축적이 확인된 바 있고,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버려질 방사성 물질에 의한 인체 영향은 제대로 연구되지도 않았다.

대안은 존재한다. 새로운 저장 시설에 장기 보관하는 방법, 시멘트와 섞어 고형화하는 방법 등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비용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해양투기를 고집하고 있다. 자연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해양투기로 버려진 오염수는 전 세계를 돌아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약 60년이 지났다. 우리는 아직도 과학과 기술에 대한 맹신에 빠져있다. “제힘에 취해, 인류는 물론 이 세상을 파괴하는 실험으로 한 발씩 더 나아가고 있다라던 카슨의 역설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듯하다.

 

김성재(기후위기 부천비상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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