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약사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25

별이 씨: 약사님, 지난번 약이 너무 안 들어서요. 다른 병원 다녀왔어요.

윤 약사: 어머나, 지난번 약이 어땠길래요?

별이 씨: 실은 지난번 다이어트, 약이라고 처방받아 지어 갔는데 전혀 살이 안 빠져요.

윤 약사: 아직 20일 치나 남아 있다고 컴퓨터에 뜨는데요. 처방 약 말고 다른 식으로 살을 빼보는 건 어때요? 여러 번 처방 약이 듣지 않는다고 약을 버리신다고 해서요.


 

사실 별이 씨는 다이어트 처방전에 나오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매번 효과가 없다며 병원을 여러 군데 바꿔가며 처방받고, 남은 약을 어떻게 처분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이 계속 새로운 약을 처방받아 온 상황이었습니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뇌에 들어가 먹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는 약들을 오랫동안 처방받은 터라 이미 중독이 의심되었고 약을 먹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하고 무엇보다 누가 보든지 마른 체형인데도 불구하고 조금만 살이 쪄도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3월 제주도에서 6중 추돌사고를 낸 젊은 여성의 사건이 크게 기사화되었습니다. 이분은 전쟁이 나려고 하니 내 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횡설수설하면서 경찰차가 출동하였는데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여러 대의 차를 들이받아 사고를 낸 사건이었습니다. 차량에서는 체질량 지수가 30 이상일 때 단기 치료로 처방받는 다이어트약이 다량 발견되었고 바로 이 약에 환각, 환시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였습니다. 이처럼 뇌를 지배하는 신경 안정제, 수면제, 마약성 진통제 등은 반드시 처방받아야 하는 중독 물질입니다.

중독 약물들은 한번 그 느낌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고 또 그 약을 반복적으로 찾게 되어 일상생활이 거의 약물에 의존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런 중독 약물의 특징을 악용한 사람들이 강남 학원가에서 모 제약회사의 이름을 적은 라벨에 ADHD 치료제라고, 마치 집중력을 개선하는 약처럼 적어서 무료로 나눠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신고가 접수되어 금방 회수되긴 했지만 누군가가 그 음료를 먹었을 수도 있고 또 그 음료를 먹고 중독되어 또 그 약을 찾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정말 상상조차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한국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또 고등학생 중에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처방받아 공원 화장실과 심지어 학교 내에서 나눠서 붙이고 중독에 빠지는 사건도 발생하였습니다. 마약 청정국이라고 불렸던 대한민국이 10대들까지도 무분별하게 마약에 손을 대고 유통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뇌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10대들은 중독 물질에 빠져들면 더 치명적인 뇌의 손상을 입고 이후에 20대가 되어 마약 판매책이 되는 악순환입니다. 그래서 성인뿐 아니라 10대들에게 더더욱 정확한 중독 물질에 대한 교육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간단하게 부천시민들에게 단기 속성 마약 교육을 몇 가지 해드리려고 합니다.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중독 물질에 쉽게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볼까요?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첫 번째로 신뢰하지 않은 사람이 권하는 술이나 음료는 적절한 이유를 대고 사양하거나 몰래 드시지 않길 바랍니다. 특히 외국 여행을 갔을 때 낯선 외국인이 건네는 음료는 함부로 드시면 안 됩니다. 또 의심되는 파티나 술자리에서 물에 타서 먹는 마약 등을 탔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면 마약 검출 검사지가 생산되고 있으니 한번 조심스럽게 검사지에 술이나 음료를 적셔보고 드시기 바랍니다. 또 마약이 합법화된 나라의 고산지대를 여행하실 때 고산병을 치료하는 차라고 현지인들이 권하는 차를 무심코 마셨다가 몸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현재 마약 합법화 국가로 지정된 나라에서 마약 카페 등에 방문해서 호기심으로 마약 차나 마약 담배를 피워보시면 안 됩니다. 속지주의라고 그 나라가 합법화되었을지라도 국내에 입국해서 검사 후 몸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면 우리나라 법에 맞게 처벌받습니다.

세 번째로 특히 유학을 앞두고 있거나 해외 파견근무를 앞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현지인의 파티에 초대되었을 때 누군가가 공중에 무엇을 뿌린다거나 정체불명의 담배를 권하고 음료를 건넸을 때 한 번씩 경계하셔야 합니다. 특히 마약 합법 국가인 나라인 경우는 더더욱 조심하셔야 합니다. 유학생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현지인들의 파티에 초대되었을 때 이상한 냄새가 나서 속이 울렁거렸다고 하더군요.

네 번째로 기억하여야 할 것은 정체불명의 건강기능 식품이나 약들을 함부로 구매해서도, 복용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마약 합법 국가인 외국에서 건강기능 식품인 것처럼 속이고 신종 마약을 들여와 한국에 이주해서 사는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 판매한 일당이 구속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정말 본국에서 들어온 건강기능 식품이라고 믿고 사서 구매한 사건이었습니다. 정체불명의 약들은 사지도 먹지도 않아야 합니다.

다섯 번째로 자신이 자주 복용하는 약에 중독성이 걱정되는 신경 안정제나 수면제 등이 장기적으로 들어 있는지 처방 약이 적어진 약 봉투를 버리지 마시고 보관하셨다가 이상 반응이 생기면 의사와 약사에게 꼭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또 증세가 나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불필요한 약을 먹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먹던 약도 다시 보자, 백두에서 한라까지 마약 없는 금수강산!” “한번 만은 없다, 시작은 파멸이다.”

끝으로 그동안 윤 약사의 약 이야기를 열심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25탄을 끝으로 약물 공부를 위해 잠시 펜을 놓습니다. 지역에서 약물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드리는 약사 시민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늘 고마웠습니다. 시민 여러분!

 

윤선희(부부약국 대표 약사, 부천시 약사회 전 회장)

윤선희 약사
윤선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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