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서울 한복판에서 소아과 의사가 부족하여 5세의 남아가 응급실을 돌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에서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응급실을 찾아 돌다가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초대형병원에 뇌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해당 병원 간호사가 사망했다. 이분들이 단지 운이 없어 불행한 일을 당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와 내 지인이 똑같은 상황에 닥칠까 불안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더 악화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의대를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의사를 늘려도 인기 없는 진료과를 선택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필수 의료 영역의 수가를 올리자고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 사이 일반 국민만 불안하고 피해를 보게 된다.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그래도 지난 10년간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점차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의사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걸까? 소아 환자가 좋아서 보람과 자부심으로 진료했던 그 많던 소아과 의사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절대적인 집중력과 섬세함으로 많은 사람이 동경하던 뇌수술 전문의사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필수 의료 과목보다는 피부미용을 비롯하여 비보험 수익이 많은 통증 시술 영역으로 의사가 몰리고 있다. 서울 지역 대형병원은 의사를 고용하면 할수록 환자가 늘고 그에 따라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의사 수를 늘려오다 보니 지방이나 중소병원의 의사는 갈수록 부족한 상황이 되고 있다. 의료에 기업이 관여하고 대형화되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고 돈보다 생명아니라 자본의 가치가 우선시되고 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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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에 근무하던 대학병원 교수들과 술자리를 하였는데 그나마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보던 의사들마저도 현 사회 분위기에 허탈해하면서 소극적인 진료만 하겠다고 한다고 한다. 현 보건의료의 문제는 단지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건의료 시스템에는 국민-국가(정부)-의료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코로나 대 감염이 있을 때 방역은 물론이고 코로나 검사, 감염 환자 치료, 격리 후 보상금 등을 모두 국가가 책임진 경험이 있다. 부천에는 코로나 환자를 입원 치료할 병원이 없어 타 도시에 가서 치료받았음에도 부천시민은 무료로 치료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해한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자국의 국민을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할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다. 그래서 부천에서 치료받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한국은 1970년대 의료보험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 의료 수가를 반으로 낮추어 의사의 희생을 강요했다. 의료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민간의료기관만 확장하고 공공병원에 대해 지원은 하지 않았다. 민간의료기관에 외국 차관을 끌어다 연결해주고, 법인화해줘서 세금 혜택을 주어 확대 발전시켰다. 결국 한국 민간의료기관은 전 세계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의료 수준이 되었지만, 공공의료기관은 10%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현실이 되었다.

민간의료기관이나 공공의료기관 모두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면에서 공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의료기관은 수익이 높은 환자 치료에 중점을 두고, 공공의료기관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환자 치료에 중점을 둔다. 사적 이윤추구를 지향하는 민간 중심 의료제도로 인해 의사 대부분이 개인적으로 편하고 수익이 좋은 의료 영역을 선택한다. 비대해진 재벌 대형병원이 의사를 다 흡수해가도 국가는 통제도 할 수 없다. 아니 안 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민간 영역에 넘겨버렸고, 이제는 자본의 논리로 의료를 상품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이익을 대형병원이 주로 가져감으로써 도시와 지방, 중소병원 간의 격차를 더 심화시켰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이 아니어서 대책을 세운다고 하였지만 바뀐 건 하나도 없다. 지금 주요 이슈인 의대 정원 확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단지 의사의 수만 늘리고, 필수 의료 영역의 수가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50여 년 동안 내버려 뒀던 국가의 역할을 이제라도 해야 한다.

필수 의료 국가책임제를 구현하고, 국가 보건 의료정책의 선도적 수행, 보건의료기관 운영의 표준 모델 제시 등이 공공병원이 하는 일이다. 보장률을 확대하고, 의료 인력을 증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건의료의 틀을 먼저 만들어 놓고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거점별로 공공병원을 적어도 한 개씩은 설립하고 공공병원 설립과 운영을 위한 특별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보건의료에 투자하는 국가 지원금이 뒤에서 3번째이다. 단편적인 사건이 울산, 광주 공공병원 설립을 후보 시절 공약하고서 예비타당성이 미치지 못해 포기하려 하는가 하면, 코로나 환자만 진료해서 발생한 공공병원의 피해를 정부는 보상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정부는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생각은 안 하고 의사를 구속 수사하겠다는 둥 의사를 비양심적인 부류로 치부하면서 호도하려 한다.

현 상황의 문제는 국민-국가(정부)-의료인 모두의 책임이 있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의료기관 간, 지역 간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의료인을 비양심적인 부류로 치부하는 상황에서 국민을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며 국민과 함께 국가에 공공병원 설립을 요구해야 한다. 안타깝고 갑갑한 현 의료 현황을 보면서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을 꿈꿔본다.

 

조규석(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 상임대표, 부천시민 의원 원장)

 

조규석 원장
조규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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