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10대 소년이었을 때, 아이디어 하나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빛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아인슈타인은 <대중을 위한 자연과학>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전선을 흐르는 전류와 나란히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는 구절을 접했는데, 훗날 아인슈타인은 전류 대신 빛을 연상했던 것이다.

그는 빛과 나란히 같은 속도로 달리면 뉴턴이 말한 대로 빛이 마치 한자리에 정지해 있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여섯 살의 아인슈타인은 정지해 있는 빛을 본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런 사례가 없다는 것은 논리 자체에 무언가가 누락되어 있음을 뜻한다. 이 질문은 그 후 10년 동안 아인슈타인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사실 주위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을 낙오자로 취급했다. 그는 뛰어난 학생이기는 했지만, 교수들은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교과과정을 이미 터득하고 있었기에 지도교수가 강의하는 과목조차 듣지 않았다. 이에 불만을 품은 지도교수가 추천서를 성의 없이 써주는 바람에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적당한 취업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생계를 위해 기숙학교 임시교사로 취직했지만 고용주와의 불화로 해고되기도 했다. 절망에 빠진 그는 갓 태어난 아이와 여자친구를 위해 보험 외판원으로 취직할 생각까지 했다. 그는 한동안 실업자로 전전긍긍하면서 자신이 집안의 수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무렵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나는 가족에게 짐만 될 뿐이야.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좋을 뻔했어.”라고 쓰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베른에 있는 특허청 3급 심사관으로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그의 학력과 실력에 비하면 하찮은 직장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아주 축복받은 위장취업이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오전 중에 끝내고, 남은 시간에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질문의 답을 추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곳에서 아인슈타인은 현대물리학을 완전히 뒤집는 혁명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아인슈타인은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생 시절에 맥스웰의 방정식을 처음으로 접하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빛의 속도로 달리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이전에 그러한 질문을 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맥스웰의 방정식을 이용하여 기차처럼 움직이는 물체에서 발사된 빛의 속도를 계산해 보았다. 지면에 서 있는 사람이 볼 때, 이 빛의 속도는 원래 빛의 속도에 기차의 속도를 더한 값으로 보여야 할 것 같았다. 뉴턴의 역학에 따르면 당연히 그래야 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차를 타고 가면서 진행 방향으로 공을 던지면, 지면에 서 있는 사람이 볼 때 공은 우리가 던진 속도에 기차의 속도를 더한 속도로 나아간다.

만일 공을 기차가 가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던지면 지면에 서 있는 사람이 볼 때 공은 우리가 던진 속도에서 기차의 속도를 뺀 속도로 뒤쪽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따라서 빛과 같은 속도로 달리면 빛은 그 자리에 정지한 것처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직접 계산을 해보니, 관측자가 빛과 같은 속도로 경주를 한다고 해도 빛은 한자리에 멈추지 않고, 관측자에 대하여 여전히 광속으로 나아간다는 결론이 얻어졌다.

물론 뉴턴 역학에 의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충분히 빠른 속도로 나아가면 누구든지 빛을 따라잡을 수 있는데 관측자가 바라보는 빛의 속도가 항상 같다는 것이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맥스웰의 방정식은 우리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절대로 빛을 따라잡을 수 없고,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의 속도는 항상 같다고 단언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아인슈타인에게 의미 있는 결과였다. 뉴턴과 맥스웰이 모두 옳을 수는 없었다. 둘 중 하나는 수정되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빛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아인슈타인은 특허청 사무실 자신의 책상에서 이 질문을 생각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1905년 그는 베른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과학의 역사를 바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의 아이디어는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면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와 공간을 측정하는 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빛의 속도가 항상 똑같으려면, 자신이 바라보는 시간과 공간이 그만큼 달라져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빠르게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 탑재된 시계는 지구의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가 빠르게 움직일수록 시계는 느리게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으로부터 예측 가능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지금 몇 시입니까?”라는 질문의 답은 우리의 이동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의 내부를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본다면, 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보일 것이다. 또한 우주선을 포함하여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물체는 진행 방향으로 길이가 짧아지고, 모든 질량은 증가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인은 이런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가 볼 때 시간은 정상적인 빠르기로 흐르고, 모든 물체의 길이도 정상이며, 질량도 지구에서 측정한 것과 똑같다. 훗날 아인슈타인은 자신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이론으로 맥스웰의 전자기학을 꼽았다.

현재의 측정 장치를 이용하면 속도가 빠를 때 나타나는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비행기에 원자시계를 설치해놓고 지상에 있는 시계와 비교하면 비행기의 시계가 느리게 간다. , 비행기의 속도는 광속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느리기 때문에 두 시계의 오차는 1조 분의 1초보다 작다.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면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도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빠르게 움직일수록 체중은 증가한다. 그런데 이 초과 질량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움직이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면, 초과 질량의 출처는 바로 운동에너지이다. 이는 곧 운동에너지의 일부가 질량으로 변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질량-에너지 등가원리가 여기에서 나온다.

즉 질량과 에너지는 서로 호환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과학의 역사상 가장 심오한 질문의 답을 제공해 주었다. 태양은 왜 밝게 빛나는가? 이것은 태양의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량의 수소 원자들이 초고온 상태에 놓이면 압력이 커지면서 서로 융합하여 헬륨 원자로 변하고, 이 과정에서 찌꺼기처럼 남은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어쩌면 사소한 아이디어가 이와 같이 과학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 정태성(한신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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