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칼럼

내가 처음으로 일을 해서 돈을 받은 것은 19살 때 카페 서빙 아르바이트였다. 그리고 41살이 된 지금까지 나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며 살고 있다.

학생 때는 휴학 기간, 방학 기간을 이용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노동법이 무엇인지 모를 때라 사장님이 약속한 시급을 주면 감사한 줄만 알았다.

방학 때를 이용해 옷 가게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한 달 잠깐 하는 일이었다. 한 달째 되어 아르바이트비를 받던 날, 매장에 옷 재고 손실이 많다는 사장의 연락을 받았다. 매장 관리를 잘못한 내 탓이니 아르바이트비에서 제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따지거나 싸울 생각도 못 하고 아르바이트비를 잔뜩 떼였다.

참 서글프고 억울하고 화가 났었다. 얼마를 떼였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것을 보니 돈이 중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참 외로웠던 기분이다. 사장에게 불합리하다고 같이 말하고 싸워줄 동료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저 작은 옷 가게에서 일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외로운 노동자일 뿐이었다.

이후로도 10여 년간 일해서 급여를 받는 노동자의 삶을 살았다. 비정규직이거나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였기 때문에 여전히 외로운 노동자였다. 사장의 불합리한 갑질에는 뒤에서 욕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권익을 위해 싸우는 노동조합은 뉴스에서나 보는 먼 이야기였다.

날 외롭게 했던 아르바이트 경험도 어느덧 20여 년이 지났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까?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 외로운 노동자들이 많다. 아니 노동시장의 변화로 외로운 노동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일인자영업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이주노동자, 소규모사업장 노동자 등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외롭게 감내하거나 권리를 요구하지 못하는 노동자, 사장이지만 사장 같지 않은 외로운 노동자들이 많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조합이 있기는 하지만 노동조합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노동자들도 많다.

 

2023 노동교실 부천지역 활동가 과정 모집 포스터
2023 노동교실 부천지역 활동가 과정 모집 포스터

 

얼마 전 노동조합 활동가 선배를 통해 노동자들이 모여 서로 돕는 단체가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단체들은 노동공제회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이 모여 상호부조로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부천에서도 그러한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나누었다.

선배의 고민에 공감하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천 사람들이 많았다. 노동자, 민주노총 간부, 협동조합 활동가, 자영업자, 은퇴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안산 좋은 이웃 공제회, 경기북부 노동공제회, 전태일 제단 풀빵 공제회 연합 등의 사례를 들으며 공부하고 토론하며 공통점을 찾아갔다. 그리고 부천지역노동공제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부천노동공제회는 부천에 흩어져 있는 외로운 노동자끼리 상호부조를 하며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이 되려 한다. 명절 때 선물 세트 주는 회사가 없는 노동자들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주는 노동자 모임, 큰돈은 아니지만 급하게 필요한 소액 생활비를 대출해 주는 모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공감하고 수다 떨 수 있는 모임이 될 것이다.

이제 막 닻을 올린 부천지역노동공제추진위원회’, 추진위원회라는 명칭에서 추진이라는 글자를 함께 떼어 낼 동료를 찾는다. 거창한 결심이나 재능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의 함께 함이 당신과 나, 동료 노동자에게 기댈 언덕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면 된다.

각자의 재능이 노동하는 우리에게 쉼이 되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면 된다.

팍팍한 노동자들의 삶에 서로 돕는 상호부조로 작은 혜택이라도 주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면 된다.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부천노동공제회를 만들어 가보자.

 

김민정(부천지역노동공제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김민정 위원장
김민정 위원장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