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도파민은 뇌의 신경 전달 물질로, 보상회로를 자극해 쾌락과 행복을 줍니다. 도파민의 원래 역할은 이런 보상회로를 통해 습관 형성, 목표 성취 등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도파민 자극이 필요 이상으로 넘쳐납니다. 당장 음식만 해도 그렇습니다. 짜고 달고 자극적인 음식들이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SNS, 게임 등 뇌에 짜릿한 자극을 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도파민 자극을 쫓아다니게 됩니다. 한편 과다한 도파민 자극에 대한 경각심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 온라인 기사 등 다양한 매체에서 도파민 중독을 벗어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방법으로는 자신이 도파민 중독에 빠졌는지 알아차리기, SNS나 게임 시간 줄이기, 한 번에 한 가지만 집중하기 등이 있습니다. 공통으로 도파민 회로의 쳇바퀴에 빠지는 대신 이에서 빠져나와 자극적이지 않은 현실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저 또한 한때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영상들을 보느라 수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끊자고 다짐하고 안 봤다가 다시 보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지금은 인스타그램 앱 자체를 지웠습니다. 처음에는 심심해서 어떻게 살지 걱정했는데, 또 어찌어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 유도 수요라는 말이 있듯이, 현대 사회 자체가 도파민을 권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도파민을 찾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도파민이 나오도록 해야 하는데 도파민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상품들이 나옵니다. 그럴 때 상품, 서비스들은 본연의 기능을 잃습니다. 많은 음식이 포만감과 건강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자극과 짜릿함, 그로 인한 판매 증가를 더 중요시합니다. SNS도 사람 간 연결을 강화하기보다는 자극적이고 흥미를 끄는 영상들을 앞에 내세워 클릭 수 증가를 유도합니다. 스트레스가 넘쳐나는 사회 안에서 사람들은 빠르고 쉽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이러한 자극들을 찾게 됩니다. 이렇게 공급과 수요가 맞아서 떨어지기에 도파민이 넘쳐나는 사회가 됩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점차 사회에서는 더 많은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생명과 안전에 관해서까지 책임을 지지 않는 듯합니다. 사람들 또한 삶에 대한 각자의 책임을 다하는데 바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심해집니다. 이는 관계의 단절,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서로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서로에게 기댈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무언가 의존할 만한 대상을 찾게 됩니다. 외로움과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사람 대신 돈을 더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만나면 도파민은 행복을 주기 위한 수단이 아닌 돈벌이의 목적이 되는 악순환을 보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단서는 환경에 있습니다. ‘쥐 공원 실험’, 중독을 만드는 환경에 관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쥐를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환경, 나무와 풀이 가득한 공원 같은 환경으로 나누어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모르핀이 담긴 물과 일반 물을 제공했습니다. 삭막한 환경의 쥐는 모르핀이 담긴 물에 의존했지만, 공원 환경의 쥐는 모르핀이 담긴 물을 크게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삭막한 환경의 쥐는 공원 환경의 쥐보다 19배의 모르핀을 섭취했다고 합니다. 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행복감을 주는 환경이었습니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변 환경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때 도파민과 알맞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사람들이 도파민에서 벗어나려면 과한 도파민 자극이 필요하지 않은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돌보고, 충만한 관계를 맺고, 안정감을 느끼는 사회에서는 도파민 회로가 적절하게 돌아갑니다. 도파민을 위한 행동이 반복되는 대신 행동으로 인한 도파민 분비가 이루어질 때 도파민이 자신의 진정한 역할인 행복 호르몬이 될 수 있습니다.

 

하정은(부천시민의원 원장)

하정은 원장
하정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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