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동 주민들의 소통과 교류의 커뮤니티로 거듭나겠습니다

부천시를 대표하는 마을신문 고리울신문이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창간 이후 계간, 혹은 격월간으로 꾸준히 신문을 발행하여 어느덧 지령 100호에 이른 고리울신문은 이제 고강동에 없어서는 안 될 마을의 구심점이자, 주민과 주민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가 되었다.

고리울신문은 제 마음속의 느티나무입니다. 고향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티나무처럼 고강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고리울신문이에요. 앞으로도 변함없이 내 곁에 있으면서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그런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고강동에 오래 거주하고 있는 지인에게 고리울신문이 창간 20주년을 맞았다고 귀띔했더니 이렇게 멋진 덕담까지 곁들여 고강동과 고리울신문 예찬에 열을 올렸다.

 

고리울신문 100호.
고리울신문 100호.

 

하지만 지인의 이런 칭찬과 달리 필자에게는 고강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항공기 소음이다. 2021, 고강아파트 지하로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시위 현장인 고강아파트에 가서 보니 정말 거의 5분 간격으로 고막을 찢는 소음과 함께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1987년 김포공항 신활주로가 생기면서 30년 이상을 소음피해에 시달리면서 살았습니다. 그동안 하늘길에 시달린 것만 해도 서러운데 이제 지하 30m 아래로 터널 두 개가 지나간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고강아파트 가격이 목동아파트와 비슷했다며 막대한 재산 피해는 물론 건강과 환경 피해를 호소하던 주민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그뿐만 아니라 도로는 비좁고 건물은 낡은 다세대주택이 대부분이다. 햇빛도 잘 들지 않을 만큼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을 보면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인은 그런 나쁜 거 몇 가지만 빼면 고강동이야말로 살기 좋은 동네라고 입을 모은다. 혹시 내년 착공 예정인 대장~홍대선이 개통되면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또,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 김포공항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되면 고강동이 서울과 경기 서부권의 중심지로 우뚝 서리라는 기대감 때문일까? 그렇게 되면 다시 30년 전과 같이 고강아파트 가격이 목동아파트와 같아질 수도 있고.

불행하게도 필자의 이런 생각은 지인의 입에서 속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도록 만든 단초가 됐다. 그러면서 고강동 사람들이 고강동을 사랑하는 데에는 그런 세속적 계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이 모르는 고강동만의 아우라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22회 고리울선사문화제 길거리퍼레이드(사진출처 생생부천)
제22회 고리울선사문화제 길거리퍼레이드(사진출처 생생부천)

 

그 한 예로, 지난 20197, 부천시 36개 일반동이 10개의 광역동으로 개편되면서 고강동 또한 성곡동으로 편입되게 되었는데, 기존의 고강종합사회복지관 역시 성곡종합사회복지관으로 명칭을 변경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강동 주민들은 복지관 이름만큼은 뺏길 수 없다며 대규모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끝까지 이를 지켜냈다고 한다.

서울 서북쪽과 부천 동북쪽의 경계를 이루는 고강동은 1989, 성지동이 나눠지면서 원종동과 함께 생겨난 지명이다. ‘고강'고리울(고리동)''강장골(강상골)'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고리울이라는 지명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기록의 부재로 알기 어렵다. 다만 부천의 역사 지리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한도훈 전 콩나물신문 편집장은, ‘공장공 변종인 신도비 명()’흑량리(黑梁里)’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흑량은 우리말 곰달의 한자 표기이며, (이곳이 적석환구 등 청동기시대 유적이 있는 지역임을 고려할 때) 이는 곧 신성한 땅을 의미하는 우리말 곰달[古音達]과 같은 뜻이다. 고리울 역시 이 곰달과 관련된 말일 것이라고 했다.

좀 더 연구에 매진해봐야겠지만 일단은 고강동 청동기시대 유적과 관련하여 고리울이 신성한 마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니, 앞에서 지인이 말한 고강동 아우라가 괜한 허언이 아님을 알겠다.

이렇게 유서 깊은 역사의 땅, 아우라 넘치는 고리울은 확실히 뭐가 달라도 다르다. 한때 우후죽순 일어났으나 대부분 사라지고 이제 몇 남지 않은 부천 지역 마을신문 중에서 무려 20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발행된 신문, 그 신문이 지난 74, 마침내 지령(紙齡) 100호를 발간한 사실은 참으로 고강동 주민의 어깨를 으쓱하게 할 만한 대사건이다.

신문의 이름은 당연히 고리울신문이다. 지난 20년간 취재와 편집을 도맡으며 고리울신문을 지켜온 김혜옥 편집장을 콩나물신문 더 피플이 만나봤다.

 

김혜옥 편집장(온유 이주희 글씨와 그림)
김혜옥 편집장(온유 이주희 글씨와 그림)

 

김혜옥 편집장님,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THE PEOPLE입니다. 콩나물신문은 인권, 환경, 생명, 여성, 복지 등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들을 개선하여 더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언론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혜옥 고리울신문 편집장님께 감사드리며 먼저 콩나물신문 독자에게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고리울신문 편집장 김혜옥입니다. 지난 200361, 고리울신문 창간 당시 황규희, 정옥경, 허은숙, () 김금자, 김진경 님과 함께 명예 기자로 발탁되어 안은정 편집장님을 모시고 신문 발행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2005년 편집장님이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시는 바람에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편집장을 맡게 되었고, 중간중간에 여러 가지 위기가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초심을 생각하며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것이 오늘 이렇게 영광스러운 인터뷰에까지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편집장으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을 자치 일에도 관여하게 되어 2019년부터 고강본마을자치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고리울선사문화제 추진위원, 2023년 부천시 참여예산 시민위원회 교통도로분과 위원장, 부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환경분과위원을 맡고 있으며, 가끔 틈을 내 미디어 영상 제작 및 교육 강사 그리고 여행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입니다.

 

정말 많은 일을 하시는데 건강은 괜찮으신지 모르겠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기 바라며, 고리울신문이 어느덧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처음에 고리울신문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리 신문은 오는 18() 오후 2시에 창간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그에 앞서 지난 714, ‘고리울신문 20주년 회고와 비전 제시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가진 바 있습니다. 간담회 도중, 20년을 마을신문 제작에 참여했던 편집장으로서 고리울신문이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쌀이 되고 소금이 되어도 좋다.”라고 했는데, 그것보다는 더 많은 주민의 소통 매개체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고리울신문은 2003630, 고강본동주민자치위원회가 고강동 주민들이 소통하고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을 나눌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창간했습니다. 창간 당시 이종길 주민자치위원장님, 서영석 시의원님(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창렬 동장님, 안은정 편집장님과 7인의 명예 기자들이 오직 열정 하나만으로 똘똘 뭉쳐 그야말로 기적 같은 결과를 이뤄냈습니다. 처음 발행된 신문을 들고 거리에 나서 홍보하던 기억이 눈에 선합니다.

 

고리울창간 20주년 간담회를 마친 후 참가자와 함께(앞줄 왼쪽에서 5번째, 김혜옥 편집장) 
고리울창간 20주년 간담회를 마친 후 참가자와 함께(앞줄 왼쪽에서 5번째, 김혜옥 편집장) 

 

창간호부터 지금껏 20년 동안 신문과 함께해오셨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03630일 발행한 고리울신문 1호부터 7호까지는 명예 기자로, 8호부터 100호까지는 편집장으로 신문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20년 동안 신문 제작 중단 위기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주부 기자님들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으로 오늘까지 고리울신문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강본동 마을신문인 고리울신문을 주민들에게 꾸준히 배포해 주신 기자님과 통장님, 자생단체장님들의 노고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오랫동안 고강동의 마을신문으로 관심과 사랑을 주신 주민 독자 여러분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겠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주민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신문을 만들어 오는 과정에서 가장 즐겁고 보람된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신문 발행에 필요한 인쇄비 지원이 중단되었을 때, 지면을 16면에서 8면으로 줄이고, 컬러 지면을 흑백 지면으로 변경하면서도 단 한 번도 발행을 멈추지 않았던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고리울신문 기자로, 편집장으로 마을 주민들의 과분한 사랑과 관심은 개인 일정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늘 취재와 기사 작성을 멈추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제겐 고강동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가장 큰 스승입니다.

 

고리울신문이 꾸준히 주민에게 사랑받는 신문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의 발전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오는 18() 오후 2, 고리울신문 창간 20주년 기념식을 고강종합사회복지관 5층 대강당에서 개최합니다. 그동안 고리울신문에 크고 작은 도움을 주셨던 관계자분들과 지역 주민을 모시고 우리 신문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나아갈 바를 모색해 보려 합니다. 고리울신문을 사랑하는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며, 이를 계기로 신문 발행이 200, 300호로 이어져 명실상부한 부천시의 대표 마을신문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고리울신문은 앞으로도 다양한 마을 이야기 발굴과 지역 현안 해소 그리고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키워드

#고리울신문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