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성 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노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 손상이 축적되어 제 기능을 못 하게 되고, 몸은 노화한 세포를 대체할 새로운 세포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세포의 손상을 치유하여 기능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 관리해야 하며,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노화한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대체할 수 있도록 세포 분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세포를 손상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세포가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대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들이다. 활성산소들은 DNA, 단백질, 지질 등을 공격하여 세포를 엉망으로 만든다. 따라서 활성산소를 줄이는 항산화물이 풍부한 음식물 섭취와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활동들은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줄 것이다.

세포는 영양분이 풍부해지면 세포분열을 통해 수를 늘리고, 세포 수가 늘어나 궁핍해지면 분열과 성장을 멈추고 재정비와 수선에 집중한다. 일반적으로 소식을 하면 장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세포가 수선과 재정비에 집중하여 세포의 손상을 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세포만큼이나 규모 늘리기의 유혹을 잘 참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노화한 세포는 기능을 잃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노화 관련 분비물질을 분비하여 주변 세포의 도움을 청하는데 이들 분비 물질들은 만성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켜 주변 세포를 훼손하고 결과적으로 노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화한 세포를 대체할 수 있도록 세포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를 활발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1961년 레너드 헤이플릭은 정상적인 인간 세포를 충분한 영양소를 가진 배양액에서 키우더라도 무한대로 자라지 않고 어느 순간에 분열을 멈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헤이플릭의 관찰에 의하면 인간 세포는 최대 50번 정도까지 분열할 수 있으나 대부분 그전에 분열을 멈추는데, 분열이 멈춘 상태를 세포 노화라 하고 분열을 멈추는 횟수를 헤이플릭 한계라 한다.

세포의 분열 횟수를 나타내는 헤이플릭 한계는 텔로미어의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 세포는 분열할수록 불완전한 DNA 복제 때문에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데 염색체의 끝부분을 보호할 수 없을 정도로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춘다. 그러나 텔로머레이스를 가지고 있는 세포는 스스로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여 재생할 수 있으며, 줄기세포처럼 텔로머레이스의 양이 많고 활성이 높은 세포는 무한대로 분열할 수도 있다.

인위적으로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면 노화하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을까? 텔로미어의 길이를 인위적으로 늘이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대표적 환경오염 물질인 다이옥신, 비소, 벤젠, 폴리염화비닐 등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각종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돌연변이 또는 발암물질에 의해 암세포로 변한 세포가 텔로미어를 길게 만드는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급속한 분열을 통해 악성 종양으로 발전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따라서 안전한 방법으로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고, 세포 재생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암세포들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거꾸로 암세포의 텔로미어 길이를 줄여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 정태성(한신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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