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하자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일본인이 지구의 우물에 독을 넣었다(日本人が地球の井戸に毒を入れた)”라는 문구가 해시태그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1923,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라는 유언비어가 퍼져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누리꾼들은 이 유언비어를 이용하여 지구 공동의 우물인 바다에 핵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를 비판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미국, 한국 등 우방국의 동조(혹은 묵인) 아래 지난 24일부터 지구 우물에 독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하루에 약 460톤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800톤을 바다로 내보낼 계획인데 이런 식으로 최대 130여만 톤에 이르는 저장된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방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통해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들을 제거한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문제는 일본 정부의 이런 주장이 대다수 한국인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기후위기부천비상행동 긴급 기자회견 장면
기후위기부천비상행동 긴급 기자회견 장면

 

과학자들은 우선 ALPS 기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ALPS가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홍보해왔으나 20188월 교도통신의 보도로 이는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ALPS가 처리하지 못하는 삼중수소 관련 대책도 문제입니다. 일본은 삼중수소의 농도를 낮춰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방류되는 양은 동일하기 때문에 해양에 미치는 영향은 변함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자문단 소속 로버트 리치먼드 미국 하와이대 케왈로 해양연구소장은 삼중수소는 유기적으로 결합할 경우 먹이그물을 통해 살아있는 생물의 세포, 조직, 기관이나 해양 바닥 퇴적물에 축적될 수 있다라며 이러한 유기 결합 삼중수소(Organically Bounded Tritium)는 세포 DNA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당장 중국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중국 세관(해관총서)24,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개시된 직후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로 인해 식품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는 위험을 예방하고, 중국 소비자들의 건강과 수입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본을 원산지로 하는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바다는 전 인류의 공동재산인데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국제 공공이익을 무시하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강한 의혹과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방류를 강행함에 따라 중국은 이를 단호히 반대하고 강력히 규탄하며 일본 측에 잘못된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과학적 문제는 없다고 확인했지만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지극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 야당과 관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소속 국회의원 전체 이름으로 된 성명을 통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는 전 인류와 바다 생명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천인공노할 범죄이며,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근간인 바다를 자국의 핵 쓰레기장으로 전락시킨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를 규탄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본은 30년 전 러시아의 핵폐기물 투기를 문제 삼으며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하도록 런던협약 개정을 끌어낸 장본인이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다는 일본의 내로남불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결정에 항의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다하라라고 촉구했습니다.

후쿠시마오염수 투기반대 대학생원정단과 진보대학생넷 소속 학생들은 24,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입주 빌딩에 진입해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습니다. ‘오염수 반대 말 한마디 못 하는 대통령, 우리나라 대통령 맞습니까등이 적힌 손피켓을 든 16명의 대학생은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강제 연행되었습니다.

부천의 시민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6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기후위기부천비상행동은 지난 23()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의 해양투기 결정을 강력 규탄하고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날 오전 1130분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 마리안또니오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수녀는 일본의 이번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는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공동의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건강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로, 일본 정부는 인류 공동체의 동의 없이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종헌(콩나물신문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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