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모처럼 가족이 다 모였기에 짜장면이나 시켜 먹자고 했더니 “나는 짬뽕!” “나는 볶음밥!” “나는 탕수육!” 하며 메뉴가 제각각이다. 각자 먹고 싶은 대로 주문하고 한참을 기다리자 덜덜거리는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음식이 도착했는데, 아무리 플라스틱이 대세인 시대라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은 정도로 식탁에 온통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넘쳐난다.

음식을 다 먹은 후 빈 그릇을 깨끗이 씻어 분리수거 통에 넣으면서도 마음은 못내 찜찜하다. 기후위기는 점점 심해지고, 지구 생태계는 갈수록 파괴돼 가는데 그 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으니 정말 10년, 20년 후 지구의 모습이 어찌 변할지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하다.

그린피스가 충남대학교 장용철 교수팀과 코로나 19시대 이후, 플라스틱 소비 추세를 연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생수 페트병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 컵 102개(1.4kg),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kg),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개(5.3kg)로 네 가지 품목을 더하면 1인당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이 일 년에 약 19.0kg에 달한다. 이를 2017년 데이터와 비교하면 생수 PET 13.5%, 일회용 플라스틱 컵 56.9%, 일회용 비닐봉투 15.9% 등 조사한 모든 항목의 소비량이 대폭 늘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의 증가는 결국 지구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의 가속화로 이어진다.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을 먹고 죽어가고 있으며, 땅에 매립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은 채 토양을 오염시키고, 소각장으로 보내진 플라스틱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유발한다.

장용철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는 지난 70년간 260배 늘어났는데,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은 약 10%에 머물고 있고,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 후 다시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으로 만드는 재활용 비율은 고작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당장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영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몇 유명 배달대행업체들이 다회용기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일회용기에 밀려 서자 취급받던 다회용기가 마침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사용만 줄여도 환경 오염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부천에서도 빠른 서비스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콩나물신문 『더 피플』은 최근 부천시 삼정동에 ‘라라워시부천나눔점’을 열고 다회용기 세척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경기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 박동옥 센터장을 만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아울러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를 들어 봤다.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 박동옥 센터장입니다. 우리 센터는 2000년 8월에 (사)부천여성노동자회에서 보건복지부 지정으로 자활사업을 시작하였는데 저는 같은 해 10월부터 자활사업 실무자로 일을 시작하였으며 총무팀, 사례관리, 자활사업팀 실무를 거쳐 2010년부터 센터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활센터는 지역의 저소득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들고 집중 사례관리와 함께 일을 통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특히 자활사업 참여주민들이 혼자 지내는 경우 외롭거나 고독한 삶으로 비관하지 않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부천지역 곳곳에 위치한 자활사업 참여주민의 일터는 돌봄, 음식점(도시락, 김밥, 국수 등) 편의점, 카페, 세탁, 청소(에어컨 등), 세척, 임가공사업 등 자활주민이 할 수 있는 업종을 일자리로 만들고 있으며 인턴 형과 청년자립 도전사업도 운영 중입니다. 자활사업 참여주민들은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역량을 강화하여 취업 또는 자활기업을 창업하고 자활기업은 사회적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구 곳곳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태평양 한가운데 섬을 이룬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는 일회용품들이 한번 쓰이고 버려져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요즘 날씨가 부쩍 춥고, 엄청나게 더워졌죠? 세계 어느 곳에서는 한겨울에 반팔을 입고, 한여름에 눈이 오고는 한답니다. 이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요. 우리가 버리는 일회용품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이상기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가 알던 지구를 더 이상 지키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라라워시부천나눔점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요즘 우리나라 곳곳에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기 사용 움직임이 있는데요. 수원시는 연화장 장례식장에서 매일 버려지던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청사에서도 일회용 컵을 대신해 다회용 컵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에 발맞춰 경기광역자활센터에서는 ‘라라워시’라는 다회용기 세척 프랜차이즈를 시작하였는데요. 경기도 18개의 지역자활센터에서 다회용기 세척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도 2022년 11월 삼정동에 ‘라라워시부천나눔점’을 개업하였습니다.

#라라워시부천나눔점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라라워시부천나눔점은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일회용기 사용이 많은 업체 및 축제, 행사 등에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다회용기 렌탈, 세척, 배송 및 수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개업 전 저희 참여자들은 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다회용기 세척장에서 실습하며 세척 방법과 작업공정을 철저히 익혔습니다.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제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깨끗하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였습니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작은 실천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환경을 살리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라라워시부천나눔점의 고용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라라워시부천나눔점의 참여 인원은 현재 12명이며, 저희 센터 소속 타 사업단과 비교해 볼 때 참여 인원 비율이 가장 높은 사업단입니다.

라라워시는 지역사회 내의 환경 개선에 기여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입니다. 라라워시 수요가 늘면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향후 14명~15명으로 인원을 늘려나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선순환 구조라는 생각이 들고 이 부분이 라라워시부천나눔점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라라워시부천나눔점은 주로 어떤 업체들이 이용하고 이용자에게는 어떤 혜택이 주어지나요?

주 거래처는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 등 어르신들 요양 기관에 식사를 제공하는 업체와 어린이 어학원 및 지역아동센터 등 아동 급식 업체 등이고, 기타 기관별 지역 행사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혜택은 없지만 ESG 경영 동참을 통한 기업 이미지 상승이 가장 큰 혜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해당 기업에 더 많은 혜택과 지원이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용기 수거에서 세척, 포장, 배달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세척 작업장으로 가져온 다회용기는 먼저 물에 불려 애벌 세척을 합니다. 이어지는 초음파 세척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이물질까지 전부 제거한 후 컨베이어 세척기에 올려 고온, 고압으로 한 번 더 세척을 거친 뒤, 용기에 맞는 온도로 건조하고, 전수검사를 거쳐 포장까지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세척한 다회용기는 보관 상자에 넣은 뒤 다시 배송합니다.

#철저한 위생관리가 관건인데 어떻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지 궁금합니다.

‘닦아봐야 얼마나 깨끗하겠냐?’는 질문을 자주 듣고 있지만 애벌 세척부터 6단계에 걸친 세척 공정을 통해 초음파 세척, 고온 소독, 진공 포장 후 배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일 진행되는 세제 잔류 검사(pH 농도 측정)와 ATP 오염도 검사를 통해 나타나는 수치(적정수치-식품위생 안전 수준 200RLU)도 기준치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고 있고, 연 2회 진행하는 NSF(미국위생협회 위생 기준관리) 위생점검을 통해 안전하고 깨끗한 과정으로 세척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라라워시부천나눔점은 사회적기업 ‘사랑과 선행’과의 협업을 통해 요양원에 성인 식판을 매일 1,500개씩 세척하여 제공하고 있고,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키친달팽이사업단이 지역아동센터에 제공하는 식판을 세척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부천시 공공기관과 장례식장, 카페, 지역 행사 등으로 다회용기 세척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며, 누구나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철저한 품질 관리는 물론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 등 라라워시가 추구하는 가치가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이종헌(콩나물신문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