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파트에 삽니다.

며칠 전 지하 주차장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아파트 미화 노동자들입니다.

보통 동마다 혼자 일을 하시는데 그날은 지하 주차장을 대대적으로 청소하는 날이었나 봅니다.

인사를 하니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 주십니다.

반장님은 가끔 얼굴 볼 때마다 인사를 드렸더니 제 얼굴을 보면 꼭 아는 척을 해 주십니다.

같이 계신 분 중에는 한 달간 아파트 경비·미화 노동자 휴게실 실태 조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인사를 나누고 얼굴을 익힌 분들도 계십니다.

경기도와 부천시는 58일부터 67일까지 31일간 아파트 경비·미화 노동자 고용현황 및 노동자 환경 실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부천 내 아파트에 공문과 설문지를 보내고 방문을 했습니다.

이분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은 과연 어떨까요?

냉난방은 잘 되는지 잠시라도 누워서 쉴 수 있는지 정수기는 있는지 등

이런저런 조건에 적합한지 관리소장님이 체크를 해 주시고

저는 경비,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보통 휴게실이라고 하면 편안하게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아닐까요?

이분들의 휴게실은 아파트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하에 있다 보니 우선 들어가는 순간 공기가 답답해서 과연 여기서 편안하게 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천장은 석면으로 되어있는 곳이 많았고

환풍기가 없어서 선풍기를 계속 돌리며 습한 냄새를 없애려 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많은 미화 노동자분들이 환풍기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기선 얘기해도 소용없어요

지상으로 휴게실을 옮겨 달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환풍기 설치를 말씀하십니다.

이 작은 바람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 되었을까요?

 

부천시내 한 아파트 경비, 청소노동자 휴게실
부천시내 한 아파트 경비, 청소노동자 휴게실

 

경비·미화 노동자들은 초단기 계약, 3개월, 6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쓰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왜 이렇게 계약을 하는 걸까요? 이른바 쉬운 해고를 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경비 노동자 한 분이 일 열심히 안 하고 사고 치는 사람들 자르기 위한 거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 안에는 나는 열심히 일하니까 잘리지 않을 거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거겠죠. 그런데 아파트 내 자동화 설비가 진행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아닐 거야라는 희망을 가지고 3개월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과연 초단기 계약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서는 이런 초단기 계약 근절과 노동인권 보호 등을 위해 상생협약 참여 신청을 독려하고 접수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922일 부천시청 어울마당(대강당)에서 초단기 계약 근절을 위한 상생 협약식을 진행합니다. 경비·미화 노동자들과 1년 이상 계약하고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리입니다.

이번 기회에 경비·미화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조금이나마 바뀌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우리 모두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비·미화 노동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이윤정(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노동안전지킴이 매니저)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